헌재 의견 요구에 29명 민주당 의원 중 19명만 의견 합치
정작 본회의 상정 결정하는 의회운영위선 신중 모드... 피 안 묻히려는 행보?

전국에서 제주에만 아직 건재하고 있는 '교육의원' 폐지 여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들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물은 '제주특별법 제66조 제2항 위헌 확인 및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의견제시의 건'을 다루기 위해 9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안건을 논의했다. 김태석 의장을 제외한 28명 모든 민주당 도의원들이 자리했다.

▲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9일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박원철 원내대표와 문종태, 이승아 의원이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Newsjeju
▲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9일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박원철 원내대표와 문종태, 이승아 의원이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Newsjeju

28명의 민주당 도의원들 중 19명은 교육위원 폐지에 동조했으나 나머지 9명은 뜨끈미지근하다. 특히 이 안건을 오는 6월 15일에 개회할 제 383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의회운영위원회가 머뭇거리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박원철 원내대표가 교육의원의 자격제한이 '위헌'이라고 본 반면, 김경학 의회운영위원장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2018년 4월에 청구한 것으로, 교육의원의 피선거권(출마자격) 제한이 '위헌'인지를 따져달라는 거다. 헌재는 이를 심판하기 전에 먼저 제주도의회에 의견을 묻고자 지난 5월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허나 제주도의회는 논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연기 공문을 보내 오는 6월 29일까지 의견을 회신하겠다고 통보했다.

제주특별법 상 교육의원은 피선거권을 교육 및 교육행정 경력 합계 5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심판청구의 취지는 이 제한조건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누구나 교육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 경력을 가진 사람만 교육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의원의 피선거권이 위헌이라면, 교육의원엔 다른 도의원 자리처럼 누구나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교육의원 제도'가 유명무실해져 사라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본회의장.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본회의장.

이미 다른 지역에선 이러한 사유가 아니어도 교육의원 제도는 모두 폐지됐다. 애초 이 제도는 한시적으로만 허용됐던 일몰성 제도였기 때문이다. 타 지역에선 지난 2014년 6월에 일몰돼 사라졌다. 허나 제주에선 사라지지 않았는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는 이유를 들어 버티고 있는 상태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제주 교육의원들(5명)이 이를 반발하는 건 당연지사다. 교육의원들은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원들이 자신의 관할 영역인 교육위원회가 아닌 타 업무 영역, 농수축경제위원회나 환경도시위원회 등 일반 행정에서 다뤄지는 안건에 대해서도 표결을 행사하는 건 누가봐도 잘못된 행태다.

특히, 도의원들 간 첨예한 대립을 빚는 안건에 대해 5명의 교육의원들이 행사하는 표결은 캐스팅보트로 작용해 온 사례도 적지 않아 매번 논란이 빚어져 왔다. 그 안건이 '교육'에 관련된 사안이라면 문제가 되질 않겠으나, 대부분 제2공항 등 제주사회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에 달린 표결일 경우 잡음이 뒤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도의원들은 교육의원 제도의 존치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반면, 일부 도의원들은 교육의원 폐지 논란을 "왜 우리가 나서야 하는 거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교육의원 폐지 칼날로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싫다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에 나선 박원철 원내대표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데엔 공감했지만 '왜 우리가 나서야 하나'라는 문제도 있었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보자 했을 뿐 찬성이나 반대로 표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철 의원은 "위헌 여부가 쟁점이긴 한데 지금까지 교육의원 제도로 긍정과 부정적진 사례를 적시해 헌재에 회부키로 했는데 당론으론 정하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이날 논의된 '헌법심판 소원청구 의견제시의 건'은 김태석 의장이 의회운영위원회에 배부해 심사하도록 하고,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로 부쳐지더라도 현재 43명의 도의원 중 19명만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 9명의 의원들 중 3명 이상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야당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허나 김경학 의원이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회운영위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엔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견으로 헌재에 회부되지 못하고 '위헌'이라고 본 19명의 민주당 도의원 의견 제시로만 회부된다.

헌법재판소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공식 의견을 달라고 물어봤지만 '공식' 답변이 힘들 게 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제주도의회 내 갈등 양상이 더욱 밖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고 만다.

43명 중 29명이라는 압도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가지 많은 나무에 당론이 있을 수가 없는 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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