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SM, '온택트' 공연 플랫폼 선점·기술 전쟁 
증강현실·멀티뷰 등 기술 도입 관객 사로잡아
BTS 아미 75만명 환호 90분 공연 220억 매출
CENM, K팝 페스티벌도 유료 온라인 공연
'부익부 빈익빈' 우려…인디 레이블은 꿈도 못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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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_방방콘 The Live. 2020.06.14.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첫 실시간 온라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유료 K팝 온라인 콘서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월드투어 중단 등 직격탄을 맞은 K팝이 새 활로를 모색할지 관심을 끈다.

16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생중계한 '방방콘 더 라이브'는 한국·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총 107개 지역에서 75만6600여 명의 아미(ARMY)가 시청했다.

약 5만명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 15회에 달하는 기록이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1년2개월 동안 세계 62회 공연하며 세계 누적 관객 206만명을 모은 월드투터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 더 파이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관객이 한번에 운집했다.

'온택트(On-Contact) 공연'의 새 시대를 연 셈이다. 빅히트는 "세계에서 진행된 유료 온라인 콘서트 중 가장 큰 규모로, 코로나19로 공연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은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콘서트 개최와 더불어 방탄소년단 유료 팬클럽 가입자가 1만명 이상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이번 유료 온라인 공연의 티켓을 팬클럽 가입 관객은 비회원보다 1만원 저렴한 2만9000원에 살 수 있었다.

2만9000원은 실제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값보다 4분의1가량 저렴한 숫자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이번 온라인 공연으로 최소 217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위버스샵을 통해 '방방콘' 관련 MD도 판매했으니 공식 집계가 끝나면 매출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2일(한국시간으로 새벽) 네이버 V라이브 플러스가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공연을 생중계한 것과 비교해도 이번 온라인 공연의 성과는 대단하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14만명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3만3000원을 결제해야 시청할 수 있었으니 매출로 치면 46억원가량을 기록했다. 단순 티켓 매출로만 따져도 이번 온라인 공연이 5배이상 많다.

MD 판매량은 세계를 직접 돌며 공연할 때보다 적겠지만, 서울시·칠성사이다·레모나·휠라 등의 브랜드가 노출돼 광고 수입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K팝, 온라인 공연에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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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_방방콘 The Live. 2020.06.14.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에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서 K팝이 앞서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사실 K팝과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변방으로 여겨지던 K팝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보기술(IT)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매끈한 노래·안무·비주얼이 유튜브나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에 확산됐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로 통하기도 한다.

이처럼 K팝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계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통칭)에게 자연스럽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유료 온라인 콘서트의 포문 역시 K팝이 열었다. 지난 4월26일 SM엔터테인먼트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함께 손잡고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한 SM 연합그룹 '슈퍼엠(SuperM)'의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서비스 '슈퍼엠 – 비욘드 더 퓨처(SuperM – Beyond the Future)'가 시작이다.

SM은 "세계 최초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카메라 워킹과 실제 공간이 연동되는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을 도입, 기존의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접하지 못했던 실시간 3D 그래픽이 구현됐다.

◇K팝, 플랫폼 선점·기술 전쟁

이제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는 코로나19가 안정화 뒤에도 시대 변화의 속도에 따라 오프라인 콘서트의 보조 수단으로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SM을 중심으로 K팝계는 홀로그램 콘텐츠, 대규모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과 상호작용콘텐츠,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K팝 스토리텔링, 360도 무대 등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컬처 테크놀로지'(CT·문화기술) 연구에 한창이다.

최근 온라인 공연은 일종의 이런 기술력의 시험 무대다. 실제 지난달 24일 SM 대표 한류 듀오 '동방신기' 온라인 공연에서는 생생한 AR이 호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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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동방신기. 2020.05.25.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화면을 뚫고 나올 듯 생동감 넘쳤던 '왜'의 헬리콥터, '라이징 선'의 불과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 '아스와 쿠루카라 : 내일은 오니까'의 무대를 유영하는 고래 등 증강현실 그래픽을 비롯 '맥시멈'의 곡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동양적인 느낌의 궁궐, '안드로이드' 무대에서 선보인 기계 도시 등 실감나는 LED 배경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같은 달 31일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중반에는 12m 높이의 공연장을 가득 채운 '자이언트 시원'이 깜짝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기술은 SK텔레콤이 SM과 협력해서 선보인 최첨단 '볼류 메트릭' 기술을 활용한 AR 콘텐츠다. SM은 "SK텔레콤 점프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자이언트 시원'은 시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106대의 카메라에 세밀하게 담아 3D 모델링과 첨단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해상도 AR로 구현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번 공연에는 팬들의 응원봉을 무선 통신 기반의 싱크플레이 기술과 접목, 라이브 영상 싱크에 맞춰 응원봉의 색상 및 효과를 실시간으로 변경 가능한 '응원봉 싱크플레이 서비스'와 역동적인 AR 효과가 더해졌다.

NCT 127 온라인 공연에서는 다수의 무대에 적용한 '멀티캠' 기능으로 무대 풀숏부터 멤버별 앵글까지 총 10개의 화면을 제공, 눈길을 끌었다. 관객이 원하는 화면을 직접 선택해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와 각각의 제스처, 표정 등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방탄소년단 온라인 공연 시청 역시 6개 멀티뷰 화면으로 더욱 생동감 있게 펼쳐졌다. 최근 빅히트와 업무협약을 맺은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스위 모바일과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빅히트와 키스위 모바일은 멀티뷰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 팬들은 정해진 화면이 아니라 동시에 재생되는 각기 다른 6개 멀티뷰 화면 중에서 보고 싶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선택해 공연을 풍성하게 즐겼다.

빅히트는 "마치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멤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클로즈업부터 화려한 안무를 만끽할 수 있는 풀숏까지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키스위는 전 벨 연구소 대표인 김종훈 박사와 윔 스웰든, 지미 린이 2013년 공동 창업한 글로벌 기업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시청할 수 있는 '멀티뷰 라이브 스트리밍' 원천 기술과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한 멀티채널 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등 글로벌 이벤트의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를 해왔다.

빅히트는 키스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팬들에게 빅히트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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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슈퍼주니어 시원. 2020.06.01. (사진 = 브이 라이브 캡처) photo@newsis.com
◇K팝 페스티벌도 유료 온라인으로…다른 기획사들도 고민
 
CJ ENM은 오는 20~26일 유튜브를 기반으로 K팝 라이브 콘서트 축제 '케이콘택트 2020 서머(KCON:TACT 2020 SUMMER)'를 진행한다.

'케이콘택트 2020 서머'의 콘서트는 7일간 각각 다른 콘셉트의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가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신개념 인터랙티브' 형식을 표방한다.

30여 팀이 함께 할 이번 콘서트는 2만4000원에 시청 가능하다. 증강현실(AR) 기술과 그래픽 아트를 접목한다. '미트&그리트(Meet&Greet)' 프로그램에서는 실시간 댓글을 달 수 있다.

몬스타엑스, 여자친구, 아이즈원, AB6IX, 골든차일드, 이달의 소녀, 몬스타엑스, 네이처, 펜타곤, 더보이즈, 티오오(TOO) 등 인기 K팝 그룹이 총출동한다.

 CJ ENM이 개최하는 한류 컨벤션 케이콘은 2012년부터 미국, 프랑스, 태국, 일본 등에서 누적 관객 11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해 7일 총 168시간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밖에 판타지오 소속 그룹 '아스트로',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여자)아이들'도 각각 오는 28일과 내달 5일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가요 기획사들도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료 온라인 콘서트가 가요 기획사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빅히트와 SM 정도의 규모가 있어야 특정 공간을 빌리고 최첨단 기술을 적용, 매끈한 온라인 공연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원 수입은 전무하고 그간 대부분의 매출을 오프라인 의존해온 상당수 인디 레이블은 코로나19 시국에 빌려놓았던 공연장 대관료를 되돌려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디 기획사 관계자는 "SM과 빅히트의 온라인 공연의 규모 소식에 놀랄 뿐이다. 우리는 기껏 뮤지션 방에서 스마트폰을 놓고 하는 형편이다. 물론 이 방식도 매력이 있지만, 팬들과 소통을 위주로 한 것이지 수익화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상당한 제작비가 필요한 온라인 공연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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