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 검찰 항소 기각
전 남편 살인사건 무기징역···"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 주장, 신빙성 없어"
의붓아들 살인 혐의 무죄···"간접적 증거만으로 범인이라는 압도적 내용 없어"

7일 고유정의 얼굴이 공개됐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남편 살인사건'과 '의붓아들 사망사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8. 여)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15일 오전 10시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고유정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전 남편 살인사건'은 무기징역을, 의붓아들 사망 건은 혐의 불충분 무죄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데만 약 1시간10분 정도가 소요됐다. 그만큼 고유정 사건의 중요성과 법리 다툼이 이제까지 치열하게 이어져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의 항소사유는 '전 남편 살인사건'은 무기징역형이 가볍다는 취지로, '의붓아들 살인 혐의'는 무죄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광주고법 재판부는 전 남편 살인 건에 대해서는 무기징역과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자동차, 흉기 등) 몰수를 선고했고, 의붓아들 건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 쟁점은 크게 '우발적 범행' 여부와 의붓아들 사망 건을 질식사로 추정할 수 있게 하는 '간접적 증거'들의 채택 여부였다. 

▲ 9월30일 오후 1시20분쯤 고유정이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Newsjeju

고유정은 자신이 살해한 전 남편과 2013년 6월 결혼, 이듬해 11월 아들을 출산했다. 그러나 2016년 부부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고, 별거를 시작했다. 

2017년 6월 법원의 조정으로 전 남편과 이혼이 성립된 고유정은 같은 해 11월 현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2018년 6월부터는 현 남편과 청주에서 함께 생활 지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지난 결혼생활 파탄 책임을 전 남편에게 전가하며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을 요구를 거부했다. 숨진 전 남편은 2018년 10월 법원에 '면접교섭권 이행명령' 신청을 제기했다.

고유정은 총 3회에 걸쳐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을 거부, 법원으로부터 불응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자 면접교섭을 진행키로 했다. 

제주도내 모 펜션에서 시작된 전 남편 살인의 비극은 바로 '면접교섭권 이행'에 따른 절차 과정에서 폭발했다. 

2019년 5월18일 전라남도 완도항에서 자신의 차량을 싣고 제주로 내려온 고유정은, 입도 일주일 후인 5월25일 전 남편과 아들과 함께 면접교섭을 진행했다. 이후 같은 날 저녁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한 제주시 조천읍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대담한 행동에 나섰다. 펜션 내부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은 캐리어에 옮긴 후 5월28일 제주-완도 여객선 항로에 일부를 버렸다. 나머지 사체는 고유정의 친정이 소유한 김포시에서 훼손하고, 쓰레기 분리시설에 나눠 유기했다. 

살인 및 사체 훼손과 함께 고유정은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유정은 경찰 수사에 혼선 위해 제주를 떠나기 전인 2019년 5월27일 낮 119에 신고, 다친 것처럼 병원에 다녀갔다. 

같은 날 오후는 자신이 살해한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다 행방을 감춘 것처럼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또 고유정은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 경찰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고유정의 진술을 토대로 첫 검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 제주경찰은 2019년 6월1일 고유정을 충북 청주 자택에서 긴급체포, 6월4일자로 구속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전 남편 살인사건'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은 그동안 일관적으로 성폭행에 따른 우발적 범죄를 주장했으나 그렇다면 피고인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산부인과에 갔어야 했다'며 "그런데 시신을 훼손하고, 범행 후 문자를 조작하는 등 우발적이라는 주장을 받아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이날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계속해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며 가해자가 없는 물음표 사건으로 남게 됐다. 

현 남편의 아들이자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당시 6세)은 2019년 3월2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현 남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수사에 나섰던 청주 경찰은 A군의 사인을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 고유정의 현 남편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남편이 잠결에 몸으로 자신의 아들을 눌렀다는 판단이었다. 

'과실치사'로 결론날 것 같던 '의붓아들' 사건은 고유정의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전국적인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재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청주 경찰 등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질식사 시킨 것으로 방향으로 틀었다. 

올해 2월20일 열린 1심 재판부는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의혹은 병존하나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날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 유무 판단은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 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고유정이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압도적 사실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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