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불참 속 의회 나홀로 제2공항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 채택

▲ 제주도의회 제2공항특위가 마련한 갈등해소 추진계획에 제주도정이 끝내 불참을 선언하자, 원희룡 지사와 직접 대화를 갖겠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Newsjeju
▲ 제주도의회 제2공항특위가 마련한 갈등해소 추진계획에 제주도정이 끝내 불참을 선언하자, 원희룡 지사와 직접 대화를 갖겠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가 끝끝내 제2공항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에 불참의 뜻을 굽히지 않자, 제주도의원들이 원희룡 지사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이하 제2공항특위)는 6일 10차 회의를 열어 지난 9회 회의 때 심사보류했던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 채택의 건'을 다시 상정해 논의했다.

지난 회의 때 제2공항특위는 제주도정이 이 추진계획에 불참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1주일의 시간을 더 줄테니 갈등해소 방안을 마련해오라고 주문했었다. 허나 1주일 뒤에도 제주도정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이날 제주도정이 밝힌 갈등해소 방안은 ▲찬반을 떠나 폭넓게 의견을 듣고 ▲충분한 관련 정보 제공이 전부다. 그저 2달 정도 도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한다거나 온·오프라인으로 의견을 접수하겠다고 애매하게 설명할 뿐, 더 이상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이에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이 "구체적인 방법 전혀 없이 두 달 동안 그저 의견을 듣기만 할 것이냐"고 꼬집자,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자연스레 확인할 계기가 있을 거로 본다"는 확실치 않은 답변으로 대신했다.

강 의원이 "그래도 의회와 같이 하지는 못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이 단장은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는 같이 할 수 없다"며 지난 회의 때 드러냈던 입장을 여전히 고수했다.

▲ 제주특별자치도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이를 다시 지적하자, 이 단장은 "도민 우려사항이나 상생방안에 중점을 두고 도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겠다"고만 답할 뿐 더 이상의 새로운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한사코 "의회 일정에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어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의회가 마련한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이나 제주도정이 한다는 주민설명회에 대한 내용이나 일정을 보면 대동소이하다며 "왜 의회와 같이 못하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상헌 단장은 "의회와 집행부의 내용이 다르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에 강 의원이 "그러면 의회에서 추진하는 계획은 모두 찬반만 물어보는 여론조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 단장은 "안건의 예시로 제시된 것만 보면 그렇다"고 맞섰다.

조훈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이 "지금 의회 특위의 계획이 찬반만을 묻자고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질의에도 이 단장은 "현 도정에선 제2공항이 사실상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배척시킬 수 있는 여론조사엔 동참할 수 없음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에 조 의원은 "찬반을 떠나서라도 갈등을 해소해보자고 해도 이렇게 흑백논리만 내세우면 이런 회의를 10번, 20번을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이러면 제2공항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부 원희룡 도정의 역적이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강성의 의원이 "그러면 도민 의견수렴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과거엔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본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환경수용력 문제로 여론이 달라졌으니 다시 이를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해도 제주도정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원철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원철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박원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제주도정이 빠져나갈 수 없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 단장은 "별 의미 없다"며 단칼에 거부했다.

박 위원장이 제시한 안은 우선 1단계 진행사항으로 제주도정이 추진코자 하는 방안(여론조사)을 도의회의 추진계획에 넣은 뒤, 이를 집행부와 의회가 따로 추진하는 방법이다. 현재 의회가 수립한 1단계 안에는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추진했으면 좋을지를 여론조사를 통해 정하는 안이 담겨 있다. 

즉, 아직 방법이 확실친 않지만 제주도정도 도민 여론을 듣겠다고 했으니 의회가 거기에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뒤 2단계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찬·반 단체와 함께 향후 특위 일정을 채택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이 단장은 "특위에서 말한 의견수렴은 2단계에 집중돼 있어 1단계에 참여한다는 게 적절하지도 않고 별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지금처럼 하니까 제주도정이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어떤 때엔 주체적으로 나섰다가, 애매할 때엔 뒤로 빠져버리는 그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갈등이 커지는 게 아니냐. 이럴거면 아예 손 떼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32개 쟁점에 대해서 전문가가 없어 검증할 능력도 없고, 의회가 같이 하자는데도 그저 온갖 핑계 대고 못하겠다고만 하고 있으니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쏘아 붙였다.

이 단장이 재차 "국토부와 협의해보겠다"라거나 "노력하겠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자, 조훈배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이럴거면 원희룡 지사와 직접 얘기를 하는 게 낫겠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이날 추진계획은 제주도정의 동의 없이 채택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원희룡 지사와 공식 간담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집행부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그간 반대 측에서 문제 삼은 32가지의 쟁점사항에 대해 아직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제주도정은 국토부와 협의해 보겠다고만 할 뿐 이 역시 언제까지 어떻게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집행부가 적극 소명하지 않고 있으면 갈등해소가 아니라 방치하고 만 있는 게 아니냐"고 질타하면서 "집행부에 전문가가 없으니 전문가라도 불러서 이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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