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확인] 8월14일~15일 이틀 간 찾은 협재와 이호해변 밤 풍경
협재 해변, '집합제한 조치'로 방문객은 줄었지만 폭죽소리에 잠 못 이뤄
이호 해변, 밤새 주취소음 시끌시끌···마스크 안 쓴 방문객 북적

▲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협재 해수욕장. 평소 수많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은 올해 코로나 여파로 '집합제한' 조치가 떨어져 야간에 술을 마시거나 폭죽을 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되고 있다 / 해수욕장 멀리서 보이는 비양도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연상시킨다 ©Newsjeju
▲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협재 해수욕장. 평소 수많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은 올해 코로나 여파로 '집합제한' 조치가 떨어져 야간에 술을 마시거나 폭죽을 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되고 있다 / 해수욕장 멀리서 보이는 비양도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연상시킨다 ©Newsjeju

"피융- 펑" 달빛이 숨어버린 밤바다가 한순간 밝아지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여름 성수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예년과 다른 해변 풍경에 이질감마저 들었다. "피융- 펑" 첫 소리의 진원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번째 폭죽이 피어올랐다. 파도조차 잠들어버린 심야에 울린 폭죽소리는 꽤 날카로웠다. 듬성듬성 울리는 백사장에서 터지는 폭죽만이 지금 있는 곳이 한여름 바닷가임을 상기시켜줬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협재 해수욕장은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연상시키는 비양도가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도민들과 관광객들을 매료시킨 풍경은 사계절 내내 시선을 잡아끄는 신비한 자석 같은 힘을 발휘했다. 여름시즌은 입이 아플 정도다.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는 바이러스 국면에는 단점으로 돌아왔다. '집합제한 조치 발동'이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 대응지침 기준은 지난해 30만명 이상 방문한 해수욕장이 대상이다. 제주도는 협재와 함덕 해수욕장이 포함됐다. 두 곳은 현재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백사장 내 음주 또는 취식 행위가 금지된다. 기간은 8월31일까지로 위반 시는 최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협재 해수욕장 일대에서 밤새도록 하늘로 피어오르는 폭죽 때문에 주변 마을거주자들이 잠을 못잔다고 호소했다 ©Newsjeju
▲ 협재 해수욕장 일대에서 밤새도록 하늘로 피어오르는 폭죽 때문에 주변 마을거주자들이 잠을 못잔다고 호소했다 ©Newsjeju

'집합제한 조치'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협재 해변의 밤 풍경은 '유명세를 떨친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년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밤바다를 배경으로 그들만의 추억을 속삭이는 많은 무리들이 없는 낯선 풍경이 한 몫을 했다. "피융- 펑" 밤 11시가 넘은 시간, 세 번째 폭죽소리와 함께 하얀 안개 흔적이 밤하늘에 퍼져나갔다. 방문객은 줄었지만 성수기는 성수기다. 소수의 관광객들이 휴가 기분을 내기위해 듬성듬성 심지에 불을 붙였다. 때마침 해수욕장 상황실에서 확성기가 가동했다. "백사장 내에서는 야간 수영과 폭죽행위가 금지돼 있습니다."

협재 해변 인근에 사는 주민은 폭죽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로 '집합제한 조치'가 이뤄진 해수욕장인데도 심야에 날카롭게 울리는 폭죽 터짐에 속이 터진다고 했다. 조용해진 해변이기에 상대적으로 폭죽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긴 했다. 하긴, 방문객들은 두 여발 쏘아대고 기분전환 후 돌아가면 그만이나 주변 거주자들은 밤새 이 소리를 들어야 하니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제주시청 공무원이 야간에도 순찰을 돌며 관광객들에게 술 마시는 행위와 폭죽놀이를 하지 말라는 당부에 나서고 있다 ©Newsjeju
▲ 제주시청 공무원이 야간 순찰을 돌며 관광객들에게 술 마시는 행위와 폭죽놀이를 하지 말라는 당부에 나서고 있다 ©Newsjeju
▲ 협재 해변에서 심야 불꽃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Newsjeju
▲ 협재 해변에서 심야 불꽃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Newsjeju

모래사장 끝에서 야광봉을 흔들며 두 명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가수 공연장 아이템으로 기분을 내는 관광객인줄 알았으나 제주시청 소속 공무원이었다. 집합제한 조치 연장선의 순찰 활동이다. 일과 후 매일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계도활동에 나선다고 했다. 협재 해수욕장 상황실은 시청 소속 공무원 3명과 읍사무소 직원 1명, 마을운영회 1~2명, 자치경찰 1명 등 약 7명 정도가 자정까지 상주해 있다. 

"코로나 감염 여파로 인해서 밤에 이곳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폭죽도 자제해 주세요." 순찰조 공무원들은 해변을 찾은 이들에게 당부했다. 한쪽에 당부를 하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폭죽을 쏘아올리고, 그곳으로 가면 다른 하늘이 번쩍번쩍 거렸다. 입이 아프게 같은 대사를 반복하는 동안 백사장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구매자들의 손에는 폭죽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폭죽을 백사장에서 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와중에도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잘 만든 콩트처럼 보였다.  

순찰 공무원들은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했다. 아무리 집합제한 발동이 떨어졌다고 한 들 실제로 벌금을 부과할 순 없다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싫을뿐더러, 잘 모르고 하는 행위니 입이 아파도 자제를 계속 당부한다고 했다. 폭죽 외 백사장 내 주취·음주 계도 건수만 8월13일 기준으로 70건이라고 했다. 오늘(18일) 전화해서 물어보니 주말 사이 24건이 더 늘었다. 8월17일자 기준으로는 94건이 됐다. 공무원들의 노고가 누적되는 계도 수치만큼 전해졌다.

그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주변 거주자의 잠 못 드는 고통은 쌓여만 갔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은 줄어신디예, 소리 들어봅써. 어디 좀 자지쿠과?"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은 줄었는데 -폭죽소리- 들어보세요. 어디 잠 잘 수 있겠어요?) 제주사투리의 푸념은 올 여름의 끝자락까지 배웅할 운명처럼 보였다.

▲ 이호 해수욕장은 올 여름 제주바다 성수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더 부각되고 있다 ©Newsjeju
▲ 이호 해수욕장은 올 여름 제주바다 성수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더 부각되고 있다 ©Newsjeju

같은 날 새벽 1시40분. 제주 시내에서 서쪽으로 7km 지점에 있어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호해수욕장을 찾았다. 이곳은 ‘이호테우’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어로 작업의 주요 도구로 사용됐던 뗏목배 '테우'에서 유래됐다. 

"바다 참 예쁘다", "몇 명이서 오셨어요?", "여기 서 있을게 사진 찍어줘" 다양한 지역사투리들이 뒤엉켰다. 자세히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웅웅' 거리는 소리로도 들렸다. 그만큼 수많은 인파들이 북적거렸다. 북새통을 이룬 가장 큰 이유는 명확했다. '집합제한 조치'에서 배제된 해변이기 때문이다.  

백사장 내 초입에 설치된 하얀색과 붉은색 계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불빛들은 어두운 협재 해변과 대조를 이뤘다. 백사장 내 마련된 계절음식점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낭만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소리가 요란했다. 음식점은 불법은 아니다. 제주시청 위생관리과와 해양수산과에서 각각 허가를 받았다. 

▲ 이호 해수욕장 백사장 내에 마련된 계절음식점. 새벽 시간임에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Newsjeju
▲ 이호 해수욕장 백사장 내에 마련된 계절음식점. 새벽 시간임에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Newsjeju

문제는 바이러스다. 제주도는 아직까지 비교적 코로나에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서울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불안감을 늦출 수는 없다. 계절음식점은 새벽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손님 수를 세어보는 것이 빨랐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해변 이곳저곳 앉은 자리가 곧 예년과 다름없는 여름 피서지 풍경이었다. 

이호동 주민센터에서 계도활동을 나서긴 하지만 주로 금, 토 이틀 간 약 2시간가량 머문다고 했다. 올 여름 흥행성적을 잇는 해변인 만큼 주로 '소음민원'이 가장 많다고 했다. 계도는 주로 불꽃놀이와 백사장 내 취사행위가 대상이다. 백사장 내 취사행위 제한에 따른 방문객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백사장 내지만 한쪽 계절음식점은 되고, 왜 우리는 불법 취급을 받느냐는 취지다. 논리적으로 보면 모순되는 행위다. 차이점은 행정시의 허가 유무가 전부다. 

주민센터 측은 계절음식점은 코로나 시국 이전부터 허가를 미리 받아놨기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 했다. 또 이호해변은 '집합제한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만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안내 중이라는 사항도 덧붙였다.  

▲ 협재 해변 주변 거주자들은 밤새 터지는 폭죽 소리에 잠 못 이뤘고, 이호 주변 거주자는 주취 소음을 문제 삼았다. ©Newsjeju
▲ 협재 해변 주변 거주자들은 밤새 터지는 폭죽 소리에 잠 못 이뤘고, 이호 주변 거주자는 주취 소음을 문제 삼았다. ©Newsjeju

손을 맞잡은 채 인파들과 떨어져 모래사장을 걷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두 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기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는 게 적절했다. 이곳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 방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답변 서두의 시작은 엉뚱했다. 각자 집에다가는 거짓말을 하고 제주여행을 왔기에 신상이 노출되는 인터뷰는 곤란하다고 했다.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 지역에서 같이 휴가를 맞춰서 제주를 왔습니다. 비교적 제주는 코로나에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봐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다니거든요. 제주시내 쪽에 숙소를 잡아서 바람을 쐴 겸 가까운 해수욕장을 나왔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어서 놀랐어요. 혹시나 몰라서 사람들과 최대한 떨어져 걷고 있던 중이었어요."

코로나 시국을 맞아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제주 여름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해안가 주변 거주민들의 잠 못 이루는 시즌은 변함없다. 한쪽에서는 밤바다를 밝히는 폭죽소리에, 다른 쪽에서는 주취 소음으로 열대야와 함께 겪는 이중고는 여전했다. 거기다 올해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방문객들로 인한 바이러스 불안감이 더해졌다. 제주도 한여름 밤의 악몽은 여전히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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