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도의회 농수축경제위가 법 위반 지적하자 변명 급급

"의회가 도민사회에서 욕 먹고 조례안 통과시켜줘야 하나" 비판

제주특별자치도청.
▲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역화폐와 관련해 현행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에만 급급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길호)는 22일 제387회 임시회 제4차 회의를 열어 일자리경제통상국 등 7개 부서를 대상으로 올해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과 송영훈 의원(남원읍)이 지역화폐 발행 건과 관련해 집행부가 현행 법률을 어기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 건 제주도의회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먼저 임정은 의원은 지역화폐를 도입하기 위해 제주자치도가 조례안을 마련해야 했으나, 조례안을 제정하기도 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부분을 지적했다. 특히 조례안에 운영대행사와의 협약 사항, 시스템 관리운영, 유지보수 등에 대한 대행위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최명동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물론 업무집행 과정에서 조례에 근거해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집행부 업무 절차상 필요한 부분이라면 미리 선 진행해도 크게 무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제정될)조례에도 크게 반하지 않는 이상은...(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답하면서 법령 위반 사항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자 임정은 의원은 "지난 8월에도 지역화폐 관련해 긴급 업무보고를 받은 바 있는데, 왜 그 때엔 일자리국에서 이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냐"며 "이건 의회의 심의 의결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질타했고, 최명동 국장은 "당시엔 내부적인 계획이 수립돼 있긴 했었지만,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보고가 없었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 임정은 의원과 송영훈 의원. ©Newsjeju
▲ 임정은 의원과 송영훈 의원. ©Newsjeju

송영훈 의원도 제주도정의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송 의원은 "이번 일 보면서 일자리경제통상국이 의회를 무시하는 게 명백해 보인다"며 "지역화폐 발행 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위탁 대행 근거를 다 명시해야 하고, 이런 내용들에 대해 사전에 의회와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영훈 의원은 "조례도 제정된 후에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건데 이건 근거 없는 일"이라며 "만약에 조례가 통과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거냐. 의원들이 도민사회로부터 욕 먹고 이걸 해줘야 하는거냐"고 힐난을 퍼부었다.

최명동 국장이 "올해 발행 목표가 200억 원이었다"는 동문서답형 설명으로 또 다시 피해가려 하자, 송영훈 의원은 "그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큰 일을 할 때엔 절차와 과정을 있는 거다. 그걸 무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라고 다시 짚어줬다.

그제서야 최 국장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공감하고, 인정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선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다. 제주도정이 주로 카드와 모바일형으로만 발행할 것처럼 발표하자, 의원들은 지류(종이)형 화폐도 계속 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나 모바일형에 익숙치 않은 상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를 소비할 노인층에게도 정책이 배려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됐고, 결국 제주도정은 지류 화폐도 발행토록 하는 것으로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자치도는 지역화폐를 운용할 우선협상대상자에 KB국민은행과 코나아이사를 선정해 둔 상태다. 문제는 코나아이사가 재정건정성 악화로 오는 10월 16일까지 거래가 정지돼 있는 업체임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의원들이 사업자 선정에 강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제주자치도 일자리경제통상국은 기술협약에 대해선 관계할 수 없는 사안이고, 평가항목을 다 공개한 상황이며, 나이스(신용정보평가기관)의 기업평가 결과가 'BBB0'여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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