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저지른 해당 업무 담당자가 도감사위 사무국장으로 발령
이대론 공정성 및 독립성 갖추기 불가능할 듯... 도의원들 질타 쏟아져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위원장 양석완)의 위상이 땅에 추락했다. 

그간 독립성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던 기관이었으나, 또 다시 제주자치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그 의지가 무색해졌다.

최근 제주자치도는 제주도의회에서 원희룡 지사가 동의해 의결된 예산안 중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 지원 사업을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행정안전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았다. 

기대했던 답변과 다른 내용으로 회신이 오자, 제주도정은 재차 행안부의 다른 부서(교부세과)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의했고, 그 내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신 내용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공개를 요구했지만 제주도정은 이를 숨겼다.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감사위에도 보조금심의위가 다시 심의를 해도 되는 것인지를 물었었고, 제주도감사위 역시 행안부의 회신 내용에 따라 제주도정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주의' 통보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이 사태가 '주의' 처분으로 그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제주도의원들은 2년 전 당시 제주자치도 예산담당관실에서 '옥상옥'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심의를 강행해 결과적으로 지난 2년 동안 행정낭비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양석완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예정자.
양석완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문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은 "이 건은 개인의 일탈과 직권 남용"이라고 단언했다. 문 의원은 "지난 2년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했나. 보조금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던 단체들과 지역경제를 위해 일한 단체들의 보조금이 삭감되고 부결되면서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이에 대한 감사 결과가 고작 기관에 대한 주의 통보인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양석완 제주도감사위원장은 "행안부의 유권해석이 올해와 지난해가 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조금심의위로부터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없으니 받으라고 했다가 올해 어떤 계기 때문인지 바껴서 그런 것"이라고 항변했다.

감사위는 행안부의 달라진 기조로 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었으나, 이는 사실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처분' 요구에 그친 이유를 두고 제주도의원들은 하나같이 당시 보조금심의위원회를 담당했던 강만관 전 예산담당관이 정책기획관 자리를 거쳐 올해 제주도감사위 사무국장으로 발령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문종태 의원은 "당시 보조금심의위 담당자가 현 감사위원회 사무국장이다. 이러니 주의 통보로 그친게 아니냐"고 질타했고, 양석완 위원장은 "그건 아니"라고 맞섰다.

이어 문 의원은 "감사위원장 자리가 인사청문에서 도의회로부터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이유는 매우 엄격한 잣대로 중립를 지키라는 것 때문이 아니냐"며 "그런데도 이런 처분을 보면 과연 감사위가 중립기구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고현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이 부분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인사를 책임지는 총무과장에게 "논란이 중심에 서 있던 전 예산담당관을 감사위 사무국장으로 발령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느냐"고 질타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총무과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지난 2년간 의회의 의결권을 무력화시켜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예산전쟁을 일으켰다.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받아야 했다"며 "감사위 처분 결과에 대해선 일단 존중은 하겠지만 이번 일로 독립성에 대해선 매우 강한 의구심이 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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