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원회엔 전혀 참석하지 않으면서 경관심의위원회엔 매번 참석
박호형 의원 "재단 이사장인지 경관심의위원장인지 헷갈려" 비판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의 갈지(之)자 행보에 제주도의원들이 쓴소리를 쏟아부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문화예술 분야 업무에 올인해도 모자랄판에 이전부터 맡아 온 직무라는 이유로 경관심의위원회 위원장 업무에 더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서 그렇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14일 개최된 제388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특히 이승택 재단 이사장이 경관심의위원회 회의에 매번 참석은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소관 업무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제주자치도 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엔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박호형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는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 박호형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는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재단 이사장이 문화예술위원회를 방치하고 경관심의위원회엔 꼬박 참석했다. 이사장이 재단 이사장인지 경관심의위원장인지 헷갈린다"며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국에 재단 역할에 더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경관위에 더 신경써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이승택 이사장은 "경관심의위는 제가 이사장이 되기 전부터 맡아왔던 것이었고, 이사장이 된 이후엔 이미 임기가 반 이상 진행된 터였다"며 "경관위원들이 경관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유지하는 게 어떻겠느냐 해서 그런거고, 그렇다고 해서 재단 업무를 소홀히 하진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박호형 의원은 "경관심의위 21명 중 19명이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다. 재단 이사장이 없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 뒤 "(경관심의위원장직을)사퇴 않고 계속 갈 것이냐"고 물었다.

이승택 이사장은 "심의위원장이 특별한 역할이라기보단 회의를 진행하는 정도고, 잔여임기가 8~9개월만 남은 상태"라며 재단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사퇴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박호형 의원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위중한 시기다. 문화예술재단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안 해도 되는 걸 왜 계속 고집하는 거냐는 거다. 재단 업무에 집중해달라는 요청인데 그 임기 다 채우면 이사장 역할도 1년이 지나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박호형 의원이 "그러면 대체 문화예술위원회에 회의엔 왜 참석을 안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이승택 이사장은 "조례 때문에 참석 못하는 걸로 안다"며 책임을 제주자치도로 돌렸다.

이에 강승철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행정위원회 설치 조례에 보면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창남 위원장은 특별자치도 각종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로 반박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안창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동).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안창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동). ©Newsjeju

안창남 위원장은 "당연직 위원 외엔 공개모집을 기본으로 하고, 그 외 필요한 인원을 위촉하도록 돼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재단에 28억 900만 원이 편성됐는데 이를 집행하는 기관의 장이 문화예술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건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법 해석을 잘못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안창남 위원장은 "과거엔 재단 이사장이 자꾸 1년마다 바뀌고, 임시 이사장이 잦다고 해서 위촉을 안 했다고 답변했었는데, 이제와선 조례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건 잘못됐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다뤄지는 예산만 150억 원이 넘는데 관련 기관장이 없는 위원회 위원들은 허수아비가 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제서야 강승철 국장은 "재단 이사장을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관련 조례를 살펴보고 현행 조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편입시키도록 하겠다"고 전향적으로 답했다.

또한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조례에 의해 참석 못하는 게 아니라 두 군데 다 모두 참석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승택 이사장은 "도정으로부터 얘기를 듣지 못해 참석 못했다"고 답한 것이 된서리를 맞았다.

오 의원이 "얘기를 못 들었으면 문화예술 수장으로서 그 여부를 파악하고 그 자리에 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책하자, 이승택 이사장은 "제 불찰"이라며 "도청과 의논해서 반드시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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