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제주공항 확장 활용법 다룬 '심층토론회' 열려
계속되는 ADPi 보고서 갈등, '은폐' 혹은 '가능성 없는 내용' 
제주공항 확장 찬성 측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포화상태 해결 충분"
국토부 "제주공항 확충, 경제적 이익도 없고 안전 문제 우려" 

▲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가 제주MBC 공개홀에서 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 사진 - 제주M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Newsjeju
▲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가 제주MBC 공개홀에서 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 사진 - 제주M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Newsjeju

수년째 도민 갈등이 지속중인 제주 제2공항과 관련된 토론회가 재차 열렸다. 제2공항 논란의 주요골자인 현 제주공항 확충을 다룬 토론회다. 

19일 오후 2시 제주MBC 공개홀에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가 생방송으로 4시간동안 진행됐다.

토론회는 '제주도청'과 '도의회 제2공항건설사업 갈등해소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패널로 나선 국토부장승원 신공항기획과 주무관·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이 현 제주공항 확충에 반대 입장을, 박찬식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은 찬성 입장을 내세웠다. 

순서는 주제발표, 주도권 토론1, 도민과 질의응답(사전 인터뷰로 진행), 주도권 토론2, 마무리발언 순이다. 

2015년 11월 발표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당초 예상됐던 서부 지역이 아닌 동부 성산읍으로 결정 됐다. 또 대규모 국책사업이지만 국토부는 사업부지 조차 잘못 발표했다가 정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ADPi 보고서 문제, 환경문제, 제주도 환경수용력 문제 등으로 불거지며 도민 지역사회 주요 갈등으로 다뤄지고 있다.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토론회는 'ADPi 보고서'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고서는 현 제주공항으로도 충분히 항공기 수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담겼기 때문이다. 

ADPi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을 칭한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추진하면서 현 제주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을 검토, 지난 2015년 ADPi 측에 하도급 용역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제주공항 확충으로도 연간 3,900만 명이 넘는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겼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공항을 통해서도 이용객 수용이 가능하다면 제2공항 건설 명분이 약해지게 된다.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제2공항 강행저지회)' 측은 2019년부터 국토부 측에 ADPi 보고서 내용 공개를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보고서를 '비공개' 방침으로 내세웠다가 '폐기'헸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다가 돌연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은폐 논란을 키웠다. 

한국항공소음협회 박영환 회장은 "ADPi 보고서를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공개했다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며 "우여곡절 끝에 나타나게 됐는데 (ADPi 보고서에 언급된) 1900m의 보조활주로 길이의 항공기 이착륙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 ADPi 측을 불러서 실험을 해보면 의혹이 해소 된다"고 말했다. 

박찬식 제2공항 강행저지회 실장은 "ADPi는 공역과 관제, 지상인프라 등 분야별로 수용력 증대를 위한 개선사항들을 19개 항목으로 나눠 권고했다"며 "권고사항이 대부분 실행될 경우 시간당 최소 60회의 지속가능한 용량으로, 연간 4500만 명까지 대처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ADPi는 제주공항 뿐만 아니라 김해신공항도 검토됐으나 왜 제주는 참고 없이 김해공항만 수용하느냐"는 의문도 표했다. 

박 실장은 또 차세대 항공기 출·도착 관리시스템인 '마이다스(MIDAS)'를 언급, 현 제주공항에 적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이다스'는 항공교통상황에 따라 예상되는 지연상황을 계산하고, 항공로 상에 운항 중인 항공기나 지상에 출발대기 항공기에 분산 흡수시킨다. 이에 따라 공항주변 공역과 지상에서 지연 없이 출·도착 시킬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제주 하늘 길 항공교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 가능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박찬식 공동상황실장, 국토교통부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  국토교통부 장승원 신공항기획과 주무관, 한국항공소음협회 박영환 회장 / 제주MBC 유튜브 갈무리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박찬식 공동상황실장, 국토교통부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 국토교통부 장승원 신공항기획과 주무관, 한국항공소음협회 박영환 회장 / 제주MBC 유튜브 갈무리

국토교통부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은 먼저 '마이다스'에 대한 의견을 내세웠다. '마이다스'는 관제사의 보조도구일 뿐이고, 이미 항공 포화 상태인 제주 경우는 항공기들이 주변 하늘 길을 돌고서야 착륙해 현실적 실정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ADPi의 대안을 두고서는 "보조활주로 안이 대표적이나 실제 시뮬레이션은 없는 제안"이라며 "제주도는 윈드시어, 태풍, 저시정 등 기상악화가 존재하고, 활주로와 계류장 거리가 짧은 등 여러 가지 안전장애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조활주로는 1973년도 정부예산이 부족할 때 항공사에서 선투자를 해서 만든 항공로인 1900m"라며 "안전을 위해서 제주를 왕래하는 대부분의 항공기들은 이륙하는데 적어도 2500m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병 국토부 정책관은 "ADPi가 어떤 제안을 했냐면 길이 연장 없이 제동장치와 유도로를 하나 만들면 된다고 했다"며 "제동장치는 3200m 활주로를 끝나고도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나 ADPi는 1900m 길이로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전과제'로 바라본다. 우리는 안전을 도전과제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시선을 던졌다. 

김 정책관은 ADPi 검토를 김해신공항은 수용하고, 제주공항 권고안은 받아드리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해명도 했다.

김해는 ADPi가 원도급사로 과업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수행했고, 제주는 아이디어 제안인 하도급사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ADPi 김해용역은 19억2000만원을 들여 2015년 6월~2016년 6월까지 진행됐다. 제주공항은 1억2500만원을 소요해 2015년 1월 용역이 이뤄졌다. 

한국항공소음협회 박영환 회장이 언급한 'ADPi의 참여로 현 제주공항 확충방안을 다루면 논란이 해결될 것'이라는 제안도 차단했다.

국토부 측은 "만일 ADPi를 불러 검증을 한다고 해도 전 세계적 전문가라는 자부심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할 것"이라며 "혹은 ADPi가 전제한 19개를 모두 이행하면 된다고 말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ADPi가 내놓은 19가지 권고 방안은 크게 공역(6개), 관제(8개), 지상시설(5개) 등으로 나뉜다. 보고서는 권고사항들이 대부분 실행된 경우 현 제주공항은 시간당 최소 60회의 지속가능한 용량으로, 오는 2035년까지 예상되는 교통량 증가(연간 4,500만명)에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 제주공항 확충에 찬성 입장을 내세우는 박찬식 실장과 박영환 회장 등은 ADPi가 제시한 사안 말고도 국내 전문가 역시 제주공항으로도 충분히 항공기 운영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고 했다. 

전제는 ▲장기수요 처리를 위한 독립평행활주로 신설(1,310m 이격 해상매립) ▲210m 이격 근접평행활주로 신설 ▲400m 이격 근접평행활주로 신설 ▲보조 활주로 600m 연장 등이다.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ADPi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며 충분히 현 제주공항으로도 포화상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ADPi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며 충분히 현 제주공항으로도 포화상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전 녹화로 만든 '도민응답' 코너에서도 한 도민은 해당 문제의 연장선을 물었다. 현 제주공항 활용을 위해 활주로를 바다로 연장하면 되는데 국토부는 이를 '환경파괴'로 규정하고, 더 많은 파괴가 이뤄지는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한다는 논리적 모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국토부 측은 보조활주로 600m 연장을 위한 해안매립은 대규모 훼손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익이 없어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태병 국토부 정책관은 "보조활주로 연장을 위해서는 매립과 함께 항공등화시설, 선박충돌 안전장치 등 추가적인 요소가 많다"며 "과거 제주시 탑동 매립과 같은 절대보전지구의 환경파괴가 이어지게 된다"고 예측했다.

또 "해안 매립은 기상, 파고 영향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일본 간사이공항 경우는 매립으로 침하 등이 발생 유지관리로 10조억원이 소요 된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환경, 안전, 매립비용, 건설기간 등 모든 것을 투입해놓고 우리의 목표 80회가 아닌, 시뮬레이션 경우는 절반 수준인 40회에 머물러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맞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영환 회장은 ADPi 보고서가 늦게 공개된 경위와 회의록 조차 남지 않은 이유를 재차 물었다. 만일이라는 전제지만, 애초부터 투명성이 담보됐다면 의심과 물음표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국토부 측은 "ADPi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TF팀이 모였었다"며 "(다만) 회의록을 남기는 부분은 전문가들이 합의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끝으로 국토부 측은 "저희가 제공한 시뮬레이션이나 밑바탕인 데이터를 믿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실익이 없거나 시간만 지연 되서 갈등 증폭이 될 사안들은 과감하게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찬식 실장은 "국토부는 '제주도민들이 반대하면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도의회는 도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잘 수합하는 절차를 착실히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는 20일 오후 2시에도 계속 진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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