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 최장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농민들이 작황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음에도 농협공판장이 버젓이 국내에서도 생산되는 당근‧호박‧마늘 등 수입 농산물을 들여와 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농협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수입농산물은 총 65만2179톤, 1조296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3만6130톤(2846억원), 2017년 3만5611톤(2871억원), 2018년 3만6554톤(2710억원), 2019년 3만5560톤(2464억원), 2020년 9월말 기준 3만404톤(2076억원)에 달한다.

상품별로 보면 국내에서도 생산되는 당근, 호박, 포도, 마늘의 수입량이 상당하다. 올해 9월까지 당근 7263톤, 호박, 5652톤, 포도 4959톤, 마늘 557톤, 양파 394톤이 농협공판장을 통해 판매됐다.

농협의 설립취지는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입농산물 판매 지침을 통해 농협 내에서 원형 수입농산물의 판매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원형 수입농산물은 육안으로 원형을 알아볼 수 있는 수입산 농산물을 뜻한다.

하지만 농협이 설립취지를 망각하고 수입농산물 판매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수입산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위성곤 의원은 "수입산 농산물 판매는 국내 농산물 가격과 수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농협이 설립 취지에 반하는 방식으로 농민을 죽이면서까지 수입산을 취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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