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논란...연예기획사, 한류 뒤흔들 뇌관될까 전전긍긍
'항미원조' 논란...연예기획사, 한류 뒤흔들 뇌관될까 전전긍긍
  • 뉴스제주
  • 승인 2020.10.28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ssociate_pic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오른쪽)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 사진과 무기 등이 전시됐다. 2020.10.2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류의 차세대 부흥지로 주목 받던 중국이 위험요인으로 돌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항미원조(抗美援朝)'가 한류를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한류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엑소의 레이, 우주소녀 성소·미기·선의,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등이 지난 23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기념한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잇따라 올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중국은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싸웠다'는 뜻으로 항미원조라 부른다. 한국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중공군이 한국과 미국의 침략 전쟁인 6·25 전쟁에서 이를 막아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리자,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중국의 한국전쟁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중국인 연예인들의 한국 활동 제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현재 중국은 '항미원조 70주년'이라며 다양한 선전물을 만들고, 황금시간대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6.25 한국전쟁 역사왜곡에 한국에서 데뷔,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중국인 연예인들이 세계를 상대로 선동에 힘을 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형성된 '반중 감정'에 얼마 전 발발한 '반일 감정'까지 더해져 지난 2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중국어, 일본어 무대를 기획하고 내보낸 한국 방송사들과 연예기획사를 제발 규탄하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꾸준히 세력을 넓혀온 중국 내 한류…사드로 위기

2000년대 한류 활황의 주무대는 일본이었지만 그 시작은 1990년대 중국이었다. 'H.O.T' '클론' 등 가요가 이끌었다.

인구가 5000만명 남짓에 불과한 한국은 인구가 9억명이 넘는 중국 시장을 일찌감치 감안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빅토리아. 2020.10.25.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중국은 초창기 앞서 있는 한국 대중문화 진출을 환영했다. 초반에는 한국문화 콘텐츠를 베끼는 '모방기'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발전으로 축적한 자본에 한국콘텐츠를 결합하는 '합작기'를 거쳐, 합작을 통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독자 콘텐츠 생산기'로 진화하면 한국에 대한 문화 역수출도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강력한 K팝의 힘을 앞세워 꾸준히 현지에서 한류가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확정된 이후에 중국의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이 변곡점이 됐다. 중국 내 한류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류를 공격하는 무리까지 최근에 생겨나면서 위기감이 더 고조됐다. 

◇한류에 대한 위력 과시는 중국 Z세대…중국 출신 아이돌들도 물들어

한류에 위력을 과시하는 중국인들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30 세대다. 중국에서 이들은 각각 '링링허우'(00后)와 '주링허우'(90后)로 불린다. Z세대인 2000년대와 1990년대 출생자를 가리킨다.

시진핑 시대의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들인 이들은 강한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항미원조의 승리는 중화민족과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중국은 항미원조를 대대적으로 띄우면서 애국주의를 계속 고조시켜나가고 있다.

6·25전쟁 당시 금강산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영화 '금강천'이 흥행하는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도 항미원조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부분이 맹목적 애국주의를 불러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어깃장을 놓는 것 같은 이들에게 맹목적 적대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 장면. 2020.10.12.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정치적 위력 과시가 발생했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전한 수상 소감을 중국 일부 네티즌이 트집 잡은 것이 대표적 예다.

앞서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2016년 MBC TV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인터넷판에서 태극기와 대만 국기를 함께 흔들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폭주에 당혹스런 일에 처했다.

지난 8월22일 방송된 MBC TV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환불원정대' 활동에서 사용할 예명을 짓는 과정에서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이효리의 발언이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을 연상케 한다며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항의 댓글 수십만개를 남겼다. '놀면 뭐하니' 측이 이효리 발언은 "특정 인물을 뜻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관련 부분이 담긴 장면을 유료 동영상서비스(VOD)에서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남아 있다.

이런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의 생각이 중국 출신 K팝 아이돌들에게 묻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서 중국 출신 아이돌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 등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해왔다. 그것이 이번 항미원조 지지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영향력 커진 아이돌, 정치적 타깃 희생양

최근 몇년 들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아이돌 그룹은 문화외교의 첨병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프랑스 우정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한국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축하공연의 중심도 한류그룹들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한류가 한국의 상징이 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0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관련 이슈가 한류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9.9%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associate_pic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오른쪽)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 사진과 무기 등이 전시됐다. 2020.10.20.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중국 편에서 한한령의 여파가 남은 현지에서 한한령(限韓令)이 최근 한류의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17년 한류콘텐츠에 대한 부정 인식 공감도에 대한 조사 결과, 그 해 한류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부정 인식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6년 27.8%에 불과했던 한류 부정 인식에 대한 공감률이 49.4%까지 증가했으며, 5점 척도 평점 역시 3.17점에서 3.49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2016년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류 부정 인식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정치∙외교적 갈등이 17.8%로 1위로 꼽혔으며, 가장많이 접촉한 한국 관련 이슈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지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드 배치 이슈가 한류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56.7%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문제에 휘둘리지 않게, 대형 기획사 위주로 K팝 제작 시스템을 통한 현지 멤버들로만 구성한 그룹을 내놓기도 했다. 보이스토리, 웨이션브이 등이 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내에서 중국 출신 아이돌들에 대한 반발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당장 중국 멤버들이 속한 K팝 그룹들의 국내 활동이 힘들어진다. K팝 아이돌의 팬이 해외에 많아도 국내 팬덤을 무시할 수 없다.

가요계 관계자는 "한국 팬덤 문화가 해외에 수출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국내 팬덤 형성은 해외 팬덤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내에서 중국 출신 아이돌들에 대한 반감이 생기면,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기 힘들 수도 있다. 중국 아이돌들이 정치적인 문제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