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과 장한결

최근 각계 고위직의 성폭력 사건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에서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성추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언론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점은 바로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성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 속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과 그에 대한 문제점을 극복해낼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수치상의 양성평등이 아니라 특정 성별에 대한 불평등을 지양하는 적극적 의미가 부각된다.

일례로, 한 고위 공직자가 여성주간 기념식 행사 준비 과정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을 꽃으로 지칭하며 ‘꽃다발이 여기 있는데 따로 꽃을 준비할 필요가 있냐’는 발언을 한 일이 재조명되었던 사례가 있다. 이는 듣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폭력적 인식, 즉 성인지적 관점의 결여와 이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에서 기인한다.

성폭력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슈화됨에 따라, 이전에는 관행으로 치부되거나 도덕적 비난에 그쳤던 일도 엄연한 범죄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최근 몇 년 간 각계각층의 숱한 ‘미투(Me Too)’ 폭로를 통해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나, 내 일은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과 빈약한 공감 능력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성범죄에 대해 ‘몇 초에 불과하다’는 시간 논리를 들이대거나 선거 및 당리당론에 연연하는 정치 논리에 휘둘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모든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행정에서부터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수는 있을 것이다. 성별영향평가 및 성인지 예산 등을 통해 도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활용한다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별 편견을 조금씩이나마 제거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