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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 자문위원 이옥자

 

일을 즐기면 놀이가 된다.
일은 돈을 받으면서 하는 것이고, 놀이는 돈을 쓰면서 하는 것이다. 즉 즐기기 위한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한다.

이제 노동과 놀이는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둘이 섞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일치가 되는 일이 있다. 주민자치프로그램에 주민과 함게 참여하는 일이 그렇다. 일과 놀이에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단체는 아마 주민자치위원회밖에 없으리라 본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활동이라는 것을 아예 중단해야 했다. 계속 심신을 도사리고 있을 수만 없었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을 방치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마스크는 기본에 절제된 말 대신 행동으로 예초를 하고 방역을 시작했다. 농촌의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모두 여섯 시면 나와 함께 일을 하면 왠지 모를 희열이 차올랐다. 뜻을 모아 일하다 보면 즐기게 되고 그 일이 빛을 발하게 되는 모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원앙축제가 코로나로 진행 못 하게 되었다. 축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몇 번의 회의와 몇 날의 수고들이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영천동은 나비다. 애벌레 시절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징그러운 모습이지만 번데기를 벗고 나오면 팔랑나비. 모시나비. 유리창떠들썩나비. 호랑나비. 흰나비. 제비나비가 된다. 자치위원님 중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신 덕분에 나비우체통이 탄생하였다. 내놓고 보니 너무나 편지와 맞는다. 편지도 날아서 어딘가에 소식을 전하듯 나비도 꽃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나비테마 사업과 예술마을 프로젝트’는 2020년 서귀포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우수사례 우수상을 획득하게 되었다.

주민자치 미래는 밀가루 반죽과 같다.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가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에너지가 반죽의 모양을 형성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완성된 반죽이 굳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반죽은 쿠키. 빵. 국수 등 수많은 것을  만들기 위하여 필요하다. 어떤 모양으로 빚고 구워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특히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다.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큰 산도 옮길 수 있을 만큼 뭐든지 된다. 그만큼 마음이 뭉치고 넉넉하며 든든하다.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위원님들과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임기만료다. 섭섭하고 아쉽긴 하다. 하지만 더 의미 있는 일을 위한 나섬에 참여할 영천 동민은 많다.  각자의 일에 몰두하다가 밀쳐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신 그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중한 기억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소중한 기억은 휘발성이 남달라서 자주 사라지려 한다. 불행은 접착성이 강해서 가만히 두어도 삶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소중한 기억은 금방 닳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한다.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행하고 선택한 것을 책임지는 것이 주민자치위원회가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노자’는 나뭇가지의 형태를 구부려 트리고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라 햇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즉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어던 위치에 있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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