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 원희룡 지사 기사회생, 당선무효 100만원 보다 10만원 낮아
재판부, 원희룡 개인 유튜브 쓴소리···"제주도와 관련 없고 자신 알리는 수단인 듯"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양 죽을 판매해줬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 사진출처 - 원더풀TV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양 죽을 판매해줬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 사진출처 - 원더풀TV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원희룡 지사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재판부로부터 당선무효(100만원)에 못 미치는 벌금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받아 당선무효를 피해갔었는데, 재차 같은 결과가 나왔다. 벌금은 10만원이 더 늘었다. 재판부는 원희룡 지사의 행동들에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24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제주지사의 1심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희룡 지사에 90만 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 측 구형인 100만원 보다 10만원 낮은 금액이다. 

공직선거법은 선출직 공무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 확정 시 당선이 무효토록 정해졌다. 1심 판결에 따라 원 지사는 고민을 한시름 놓게 됐다. 

재판의 쟁점은 원 지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으로 죽을 판매한 행위와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찾아 피자를 제공한 사안이 사회통념상 적정한 수준이냐 혹은 법에 저촉되느냐 여부였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홈쇼핑 방송을 표방, 특정 업체가 생산한 죽 세트를 판매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올해 1월2일은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찾아 피자 약 25판과 콜라 15개 등 65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도 추가로 받아왔다. 

재판부는 죽 세트 홍보행위와 센터를 찾아 피자 등을 제공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죽 세트 홍보와 관련해서는 특정인이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산상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잠정적 결론도 내렸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원희룡 지사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재판 과정에서 원 지사 측은 개인 유튜브일지라도 올라오는 많은 영상들이 제주특별자치도 업무와 관련이 됐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활동을 두고 재판부는 "실상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은 원희룡 자신"이라며 "죽과 피자 행위 역시 삭제 되지 않고 있는데, 결국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찾아 피자 등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개인적 판단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수행비서는 일자리과 과장에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결국 원희룡 지사의 지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보자면 도정의 예산으로 피자 등을 제공한 사람은 원 지사 당사자일 뿐, 도정 업무와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원희룡 지사의 행동에 대한 질책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제주도지사로 있으면서 공직선거법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관심을 안 갖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지방자치장으로 관련 법을 준수했어야 했고, 원 지사는 법적 컨트롤 능력도 갖추고 있지만 게을리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기부행위는 현금 등 전형적인 행위가 아니고, 죽 세트나 피자 건 모두 당사자들에게 큰 이익이 있지 않을 것"이라며 벌금 90만원 형을 설명했다. 

제주지검 측이 원희룡 지사를 대상으로 구형한 100만원 벌금형보다 1심 재판부의 판결 낮아지면서 원 지사는 도지사직 자리에 대한 위협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원희룡 지사는 1심 재판 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코로나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짧게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원희룡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시기인 5월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서귀포시 웨딩홀과 제주관광대에서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재판으로 원 지사는 지난해 2월14일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 24일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원희룡 지사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짧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jeju
▲ 24일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원희룡 지사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짧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jeju

한편 이번 재판 과정에서 ‘죽 세트 광고를 통한 기부행위의 금지 제한 등 위반' 및 '제주더큰내일센터 방문을 통한 기부행위의 금지 제한 등 위반' 등 두 사안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주장은 명확히 엇갈렸다. 

먼저 검찰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죽 판매 행위에 대해 "개인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이용해 직접 죽 세트 구매를 판매했다"며 "선거구 안에 있는 모 대표 업체의 홍보효과 및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줬다"고 기소요지를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장이 특정 상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지역농산물'이지만 원희룡 지사는 특정업체 상품을 홍보해 기부행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13조 등에 어긋난다고 검찰 측은 판단해 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부행위'는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등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죽'은 제주도내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e제주몰' 사이트에 있는 상품 중 하나로, 사실상 제주 특산물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논리방어로 맞서왔다. 또 비록 개인 유튜브 채널이지만 원 지사가 그동안 인터넷 채널에 올린 동영상들을 살펴보면 제주도 홍보를 많이 했다고도 강조했다.  

따라서 사실상 원희룡 지사의 죽 판매 영상은 개인적인 이득 행위가 아니고, 당연히 기부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방어를 펼쳐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올해 초 도내 한 취업센터에 피자 25판을 제공한 행위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빚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올해 초 도내 한 취업센터에 피자 25판을 제공한 행위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빚어지고 있다.

제주더큰내일센터(이하 센터) 방문 당시 원희룡 지사의 피자 결제 건도 극명한 입장이 차이가 났다.  

검찰 측이 기부행위로 판단하는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제의 65만원 피자결제가 '업무 추진비'라는 지적이었다. 

당시 피자결제금은 제주도청 일자리과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명목은 '부서 운영경비'인데도, 실제 피자는 센터 프로그램 청년 92명과 센터 소속 직원 15명 등 총 107명에게 돌아갔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별표1'은 추진비는 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명목 등으로 규정돼 있다. 즉 선거구 등에 속해 있는 청년들에게 돌아간 피자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이벤트'로,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자 결제가 제주도청 법인카드로 빠져나갔지만 행위자로는 원희룡 지사의 이름이 명시된 사안이다.  

제주도는 올해 1월2일 보도자료 제목을 <도지사가 피사 쏜다! 원희룡 지사, 피자배달원 깜짝 변신해 더큰내일센터 응원>이라고 작성하고 언론에 배포했다.  

검찰은 '도지사가 쏜다'라며 성명을 밝히고, 업적을 홍보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112조 제4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명을 밝히거나 추정할 수 있게 하는 행위, 혹은 업적 행위를 선전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는 규정도 검찰은 내세웠다. 

원희룡 지사 변호인단은 사회적 통념을 살펴봐야하고, 피자 제공이 단순 이벤트인지 간담회인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당시 센터 방문은 통상적인 직무행위이자 정상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시책에 따른 격려차원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요지를 내세워왔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