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jeju
▲ ©Newsjeju

 

교통행정과 권민서

공무원 면접 시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신뢰’라고 대답했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져도, 그 정책이 올바르게 집행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신뢰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그 유효성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어 신뢰를 쌓는 데 기본은‘청렴과 공평’이라고 했다. 청렴성과 공평성은 신뢰라는 집의 기둥이다.

그러면 고신뢰사회 구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는‘적절한 시스템 구축’이라고 대답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쓰리꾼(‘소매치기’의 비표준어)을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린 친구들은 쓰리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는 도덕의식의 비약적 성장 덕분일까? 그보다는 도처의 CCTV와 첨단화된 금융시스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걸리게 되어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미 상당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주어진 권한만큼만 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재량이 큰 업무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무조건 걸리게 되어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약간의 두려움으로 청렴성이 지켜지기 시작하더라도 어느 순간 그런 종류의 비리는 생각지도 못하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특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이 가능하지만,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백화점에서는 가격 흥정이 어렵다. 매니저 권한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을 안다며 가격 흥정 시도를 해봤자, 시스템적으로 다 막아둬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가격을 흥정하려던 쪽도 어쩔 도리가 없다. 덕분에 가격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

권한이 커지면 커질수록 안 되는 것은 안 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에겐 청탁을 하지도 않고, 청탁을 받아도 거절하는 데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음이 청탁을 하려는 쪽도 청탁을 받으려는 쪽도 힘 빠지게 한다.

“네가 말해봐. 네 말은 신뢰가 가니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생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어려운 조작 요구를 받지도 않고, 조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은 채, 저런 뿌듯한 말을 계속 들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