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발매 '롤린(Rollin')' 역주행 신드롬
2011년 데뷔한 그룹의 2기…민영·유정·은지·유나
연말 시상식 출연·'서머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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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2021.03.05. (사진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아요. 그래서 무작정 버티라고 말은 못 하겠고,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하시면서 노력하다 보면 또 저희처럼 이렇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드리고 싶어요."(유정)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4년 전 발매한 '롤린(Rollin')'으로 최근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군통령'으로 통하며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 1위라는 수식을 받을 정도로, 군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히트 작곡가 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강동철)가 제작한 걸그룹으로 반짝 주목을 받긴 했지만, 10년 동안 정상에서 군림한 적은 없었다.

유나는 9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실망하거나,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사람마다 각자의 때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언젠가는 꼭 나의 때가 올거야!'라고 믿고 나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또 저희처럼 이렇게 좋은 날이 오는 것 같아요. 진심은 항상 통하는 법이니까요. 파이팅!"

브레이브걸스 현재 멤버는 초창기 멤버들이 아니다. 이 팀은 탈퇴와 영입이 이어지다, 2016년 완전히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2기가 탄생했다. 2기는 7명으로 출발했는데, 그 중에서 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남았다.

이들은 2017년부터 일주일에 몇 차례씩 전국에 있는 군부대를 쉴새 없이 누비며 팬덤을 형성했다. 2016년 이후에 군대를 다녀온 이들 중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롤린'의 인수인계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이제 '롤린'의 매력이 사회로까지 인수인계됐다. 군위문 공연에서 이들의 노래를 '떼창'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군시절을 추억하는 군인들의 댓글 등이 합쳐진 영상이 인기를 누리면서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이후 음원차트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고 급기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찍었다. '역주행 신화'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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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2021.03.05. (사진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유정은 "역주행 한 것도 꿈만 같은데 1위까지 해서 너무 행복했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연락이 오고 스케줄도 많아져서 조금씩 실감이 나요. 하하. 저희가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즐거워했다.

유나도 "처음에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는데 지금은 실감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무게감도 생기고 앞으로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겨요. 그동안 도움 주셨던 많은 분들에게도 차차 감사함을 갚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걸그룹의 역주행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말 그룹 'EXID'의 '위아래'가 유튜브에서 멤버 하니의 춤 영상이 조명되면서 역주행한 적이 있다. '롤린'은 여기에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 문화와 결집했다.

밈은 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롤린'의 역주행 사례는, 흥미로운 콘텐츠는 언제든 재발견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단지 유튜브 영상만으로 '롤린'의 인기를 설명하기 힘든 이유다. 곡 자체의 매력이 뒤늦게 발견된 예다.

'롤린'은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3월7일 발표한 곡이다.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를 비롯 프로듀서 차쿤, 투챔프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시킨 경쾌한 업템포 EDM 장르다.

민영은 "저희는 처음 이 노래를 받자마자 '우리 이제 뜨겠다!'했어요 그만큼 곡이 너무 좋았거든요"라고 돌아봤다. "'롤린'의 최고 매력은 듣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킬링 파트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대중성이 강한 노래라는 뜻이겠죠?"라고 즐거워했다.

"최근에 팬분들이 알려주셨는데 '롤린'이라는 곡을 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숨어서 듣는 명곡이었대요. 하하. 이제는 숨어서 듣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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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롤린' 영상과 댓글. 2021.03.08.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은지 역시 "요즘 많은 분들이 ('롤린'의) '가오리 춤', '허수아비 춤'을 좋아해 주시는데 사실 이 춤 이름은 팬분들이 지어 주신 거예요. 이 춤이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어요. 하하. 롤린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여겼다.

노래 자체의 인기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무대에 임하는 자세 또한 호평 받고 있다. 매번 열심히 즐겁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지만 아이돌 생활이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이건 우리 멤버들 다 공감할 것 같은데, 팬들 덕분이죠. 아무래도 오랜시간 동안 생각보다 잘 안돼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항상 응원 해주시고 좋은 말 많이 해주고 꼭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민영)

"우리 멤버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슬럼프가 왔었어요. 그럴 때마다 서로 잡아주고 서로 이끌어주면서 여기까지 버텨 온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하면서 버티길 잘했죠! 버티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노력하지 않고 버티기만 했다면 지금 이런 기회가 와도 못 잡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유정)

영상에 직접 댓글을 다는 것도 인상적인 자세다. 유나는 "일단 저희 노래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서 댓글로 라도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대중분들과 함께 저희도 즐겼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주터 음악방송, 예능 출연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 멤버들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은지는 "평소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저희의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많이 기대해주세요!"라고 청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할 거 같아요. 멤버들끼리 새롭게 다짐한 내용이 있을까. 유정은 "아무래도 주변에서 많이 연락이 오고 많이 축하해주고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처음이라서 하루 종일 신나 있거든요. 그래서 멤버들끼리 우리 조금 들뜬 감정을 누르자, 항상 겸손하자고 서로 약속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잡아주고 이끌어주며 버텼듯 앞으로도 서로 버팀목이 돼 주며 잘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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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2021.03.05. (사진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이제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일단은 연말 시상식에 나가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다. 유나는 "데뷔하고 한번도 연말 시상식에 나가지 못했거든요. 불러주세요"라고 청했다. 은지는 "많은 분들이 저희의 청량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여름'하면 생각나는 대표 걸그룹이 되고 싶어요. '서머퀸'의 자리를 노려보고 싶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지금의 역주행을 모르는, 4년 전 각자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묵묵히 너의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거야. 누구에게나 때가 있는 법이니까! 내 옆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 오늘도 힘내자 파이팅!"(민영)

"지금은 힘들지만 4년뒤에 분명 큰 그림이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고 지금 임하는 무대 하나 하나에 더 최선을 다해."(유정)

"살면서 한 번씩은 꼭 기회가 온대. 그러니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잘 이겨내고 나중에 올 기회를 잘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 넌 잘 할 수 있어~"(은지)

"물론 지칠 때도 힘들 때도 있겠지만, 버티며 그 시간 속에서 너를 잘 돌본다면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 돼 있을 거야. 포기 하지마 버텨."(유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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