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이후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심상정 국회의원(정의당, 경기 고양시갑)이 "제주도민의 최종 의사(여론조사 결과)가 확인된 만큼 제2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15일(월) 오후 1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반대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건설 백지화 및 제2공항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날 심 의원은 "제주도민의 삶과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는 도민 여러분께 있다. 제가 제주에 온 것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토론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토론의 시간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제주도민의 최종 의사가 확인된 만큼 그 뜻을 받드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제주도민의 민의를 존중하고 실현에 앞장서야 할 원희룡 제주지사가 민의를 거스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중앙정부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합의하고 도민에게 약속한 갈등 해결을 위한 절차(여론조사)조차 부정한다면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합의된 절차에 따라 확인된 민의를 외면한다면 갈등과 반목의 제주도만 남을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이제라도 도민의 편으로 돌아와야 한다. 제주도에 밀어닥칠 갈등과 혼란을 종식할 책임은 도지사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주무부서인 국토부를 향해서도 "국토부의 책임 회피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 국토부 장관은 제주도의 뜻을 요청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넘기겠다는 등 남의 일처럼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왜 했는지 도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토부는 제주도민들과의 약속대로 즉각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안 마련과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또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둘러싼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2공항 부지 확정 직전에 토지거래 건수가 급증했다. 대부분은 서울 등 다른 지역 거주자였다. 원희룡 지사와 국토부는 제2공항 부지와 그 인근 지역의 투기 의혹부터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원희룡 지사 역시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제2공항 예정지와 관련,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및 유착 의혹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대상자는 제주지역의 모든 현직 공무원으로, 우선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진행한 이후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수사권이 있는 기관을 통해 퇴직 공무원을 비롯해 가족, 친인척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심 의원은 "아름다운 제주를 지키기 위해 토론과 고민 끝에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결정한 제주도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제주다움'이야 말로 제주도민의 염원이자 정의당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제주도청 맞은편에 위치한 제주도의회 앞에서는 제주 제2공항 찬성 단체들이 "제주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하라"며 맞불집회를 폈다.
심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제주 제2공항 찬성 측 일부 주민들은 심 의원을 향해 "심상정은 물러가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심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이동하기 서둘러 차량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마을회관에서 제2공항 반대대책위와 간담회를 갖고 이후 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