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 의지, 정말 도민을 위한 것? 원희룡 지사의 진심은?
대선 1년 앞둔 시점, 정치적 책략 아니냐는 의구심 들지 않을 수 없어

"의회에서 국토부에 제2공항 결단 촉구 결의안 내면 어떻게 할거냐"
"우리를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에게 결정하라고 하면 될 일"
"우리가 누구란 말이냐?"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제393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가 17일 개회된 가운데, 제1차 본회의 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긴급 현안질문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제2공항 갈등 문제를 두고 홍명환 의원과 원희룡 지사가 격론을 벌이던 말미에, 홍 의원이 "갈등 종결을 위해 의회에서 국토부에 제2공항 결단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촉구 결의안을 내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청와대 가서 면담하라"며 "도지사에게나 떠넘기는 국토부와 얘기해서 뭐하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대통령이 (신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가덕도에도 가지 않았나. 우리를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에게 결정하라고 하면 될 일"이라고 반격했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이 되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니 특별법이 제정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되는 등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해결된 점을 두고 던진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결정을 비판하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쉬이 유추할 수 있다.

그러자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러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죽어야 하는 '우리'는 누구고, 살게 되는 '우리'는 누구란 말이냐"고 지적하면서 "너무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또 이러는데 다음부턴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는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홍명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홍명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Newsjeju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 양측간의 갈등 표출이 이젠 중앙정부와 대통령에게까지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찬반 모두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는 있지만, 현재 정부와 대통령은 제주 제2공항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서 터지면서 이에 따른 조사와 후속조치로 국토교통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일로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사의를 표명했고, 내년 대선 시계까지 1년여 앞으로 다가 온 상황이어서 과연 제주도에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런 와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직접 방문해 신공항 추진을 지시했다는 점이 제주도로선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제주 제2공항 갈등의 심각성을 중앙정부와 대통령이 인지해 서둘러 결론을 내려주길 바라곤 있지만, 당장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과적으로, 갈등해결을 위해 제주도의회가 나서 국토부 및 제주자치도와 합의해 실시했던 여론조사가 오히려 더 큰 갈등을 불러 일으킨 셈이 돼 버렸다.

여론조사 자체가 갈등을 야기한 건 아니다. 갈등 재촉발의 원인은 갈등유발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뒤집고 입장을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있다. 갈등을 자신이 다시 유발시킨 건 명백한 사실인데도 문제해결을 정부와 대통령 탓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국토부나 원희룡 지사나 매한가지다. 

물론 국책사업의 최종 결정권은 국토부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있으니 결정을 촉구할 순 있다. 허나 현 단계에서의 갈등유발은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원희룡 지사에게 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이날 "국토부가 지사의 입장을 물었으니, 제 견해를 전달한 것일 뿐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제껏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을 지겠노라곤 했지만 정작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는 매번 생략돼 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1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며 여론조사에 관한 사항을 공개했다.
▲ 지난해 12월 1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실시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후 두 기관은 서로 갈등유발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허나 원희룡 지사가 이를 먼저 깨고 올해 3월 10일에 입장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재확산됐다.

또한 갈등 재유발의 또 다른 원인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달리 해석되는 빌미를 제공한 탓도 있다. 하지만 이 빌미가 제공된 것이 원희룡 지사가 노린 게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당초 제주도의회와 제주자치도가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벌인 협상에서, 참고용으로만 국한시킨 성산읍 지역에 한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원 지사가 '주민수용성'으로 이용해 제2공항 강행 추진의 주된 이유로 사용했다는 점이 그렇다.

이날 홍 의원의 질문에서도 원 지사는 "갈등을 조장하지 않기로 해서 그간 가중치나 연령별 조사결과에 따른 발언을 자제해왔지만 가중치를 적용하면 찬성이 높다"며 그간 숨겨왔던 의중을 드러냈다.

원 지사는 "오차범위 내 가중치를 얘기하게 되면 서로 탓하는 형국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이를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중치를 반영할 경우 여론조사 전체 결과 해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지금도 합치면 찬성이 높다. 물론 성산읍 지역 내 공항 입지에 있는 5개 마을 중 3개 마을이 반대가 높지만 가장 중심에 있는 마을을 포함해 다른 2곳에서 찬성이 높고 성산읍 전체 찬성 비율도 높다. 때문에 반대가 높은 마을만을 골라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반박한 뒤 "원래는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기에 여론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고했는데 국토부가 다시 의견을 달라 하니 전문가에게 이를 분석하게 해서 그 의견을 들은 후, 국토부에 입장을 전달하고 국토부가 판단하게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이 "국토부와 짜고 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졌지만, 원 지사는 "국토부가 짜고 칠 정도의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덕도의 경우를 보라"고 반문했다.

이어 원 지사는 "지금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기끼리 접촉사고도 벌어지는 마당에 제2공항을 무산시키면 안전과 제주의 미래경제 대안이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홍 의원이 "ADPi에선 19개 과제를 이행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됐다. 그 중 15가지가 개선 중인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건 2개 뿐"이라며 "안 된다는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 안 된다고만 하지마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원 지사는 재차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원 지사는 "된다면 대통령이 제2공항을 무산시키고 그 된다는 대안을 대통령이 약속하면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국토부가 다시 의견을 달라고 한 것과 이에 맞춰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원희룡 지사. 이를 보면 제주도의회와의 약속을 깨고 여론조사 결과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제주 제2공항 강행 추진 의지를 밝힌 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이용하기 위해 계산된 게 아니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 시점에서 원 지사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이 미래세대 도민을 위한 것이고 그게 자신의 진심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얼토당토 않은 얘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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