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취임 이후 현재까지 상하수도본부장만 9명 교체
환경보전국장도 6명이나 바껴... 더 심각한 건, 수장들이 관련 부서 근무 경험 없어

제주도의 환경문제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할 행정조직의 리더들이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쓰레기 문제를 총괄하는 환경보전국과 오수 처리를 담당하는 총괄부서인 상하수도본부의 수장들의 임기가 기껏해야 1년 남짓이어서다.

게다가 더 큰 원인은 현재도 이들 중요보직에 앉아있는 이들이 모두 관련 부서에서의 근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는 22일 제393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를 상대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상하수도본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보고 자리지만, 환경도시위는 이 자리에 기획조정실장과 환경보전국장, 농축산식품국장을 불러 모았다.

이들을 다 불러 모은 건, 강정정수장 깔따구 유충이 다시 발견된 데 따른 행정의 업무처리가 부실함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유충 발견 문제와 관련해 대도민 사과를 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유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충 재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송수관 파열 건이 있었는데, 이 문제를 지난해 12월 말에 파악했으나, 정작 이를 점검하고 수리하기까지 1개월 넘게 방치한 게 상하수도본부였다. 이를 두고, 안우진 상하수도본부장은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한 유충 발생으로 인해 물 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물정책과'가 환경보전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국이 유충 발생 원인을 상하수도본부에 맡겨만 놓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예비비 18억 원을 투입하면서까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히 움직였던 제주자치도였지만 부서 간 소통 부재로 유충 재발생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하고, 기획조정실이 컨트롤타워로 나서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라는 주문을 하기 위해 이들 실국장들을 불러 모은 이유였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강성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화북동).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강성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화북동). ©Newsjeju

강성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담당 실국장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데 있다고 봤다. 강 위원장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초기 취임했던 2014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상하수도본부장만 9명이나 바꼈다"며 "이러면 상하수도본부에 무얼 하라고 할 수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상하수도본부 뿐만이 아니다. 환경보전국은 6명이나 바꼈고, 단 6개월 정도만 국장을 맡은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다. 이를 두고 강 위원장은 "제주의 환경문제가 얼마나 중요한데 부서장 배치를 이렇게 해선 안 된다"며 이들의 전문성 자격 문제까지 짚었다.

강 위원장은 "민간에서도 부서장이 되려면 최소한의 경력이 필요한데, 지금 안우진 본부장이나 문경삼 환경보전국장은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둘 모두 전혀 없다. 단, 홍충효 농축산식품국장만 관련 직렬에서 일하면서 국장으로 올라 온 케이스다.

제주의 환경문제가 늘 최우선이라며 강조해 온 원희룡 지사의 '철학'과는 전혀 상반되는 조직 구성이었던 셈이다.

강 위원장은 "연공서열도 중요하지만 이 두 부서에 임명하려면 최소 2~3년 정도의 업무경력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에 대해선 다음 도정질문 때 반드시 원희룡 지사에게 따져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허법률 기획조정실장은 "과장 직급들은 직렬에 맞게 배치되나, 본부장이나 실국장 자리는 공직자들의 명예퇴직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조직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현재까진 여건 상 이렇게 돼 왔지만 지사에게 건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의 지적에 앞서 환도위 소속 다른 도의원들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젊은 분들이 (상하수도본부에)가야 현실적인 문제가 타파할텐데, 임기 말에 가는 곳이 되다보니 임시 방편으로 재직 동안에만 버티는 곳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하수슬러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육지부에선 소각 처리하는 방법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는데도 제주에선 이걸 준비조차 못해 왔다"며 "육지에선 톤당 처리단가가 12만 원 정도면 되는 걸, 제주에선 비료 처리 방식으로 톤당 20만 원, 도외 반출로 톤당 24만 원을 지불하고 있으니 당연히 해가 갈수록 처리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도민혈세가 허투로 날아가고만 있다"고 질타했다.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송수관 파열 문제 건만 해도 문제가 생겼으면 즉시 처리했어야지, 한 달 넘게 방치됐다는 언론보도 뒤에야 나서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어 고 의원은 "유수율 문제만 해도 그렇다. 2016년에 2025년까지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개선되긴커녕 오히려 누수량이 더 많아졌다"며 "예산담당관 거쳐서 본부장 되고 보니 어떠냐. 예산담당관 할 때엔 상하수도본부 예산 막 깍아버리더니, 이제 여기 와보니 현 예산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 같느냐"고 비판했다.

안우진 본부장이 "유수율은 조금 좋아졌다"고 항변하자, 고 의원은 "고작 영점몇 프로 올라간 게 좋아진 거냐"고 쏘아붙였다.

현재 제주도의 유수율은 전국 꼴지 수준으로, 취수를 하더라도 절반이 넘는 물이 제대로 쓰여지지도 못한 채 땅 속으로 다시 스며들고 있다. 현재 제주의 유수율은 48.9%다. 즉, 51.1%의 물이 누수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의 유수율이 95%를 넘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국 평균도 85%가 넘는다는 것을 보면, 제주의 누수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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