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심사할 땐 목소리 높이며 재조사 주문 쏟아내더니 정작,
채택한 의견서엔 당시 핵심사항들 모두 생략...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판 받게 될 듯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또 다시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가 지난 19일 제주 드림타워 엘티(LT)카지노에 대한 면적 변경허가에 따른 의견 제시의 건을 심사할 당시엔 재조사 요구를 강하게 주장했으나, 정작 24일 재심사에선 이를 명시하지 않고 통과시켜줬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정문 맞은편 가로수에 매달린 드림타워 엘티카지노를 향한 찬반 측의 현수막. 엘티카지노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면서 이전허가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사업자가 도민 고용을 볼모로 사업 추진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 제주도의회 정문 맞은편 가로수에 매달린 드림타워 엘티카지노를 향한 찬반 측의 현수막. 엘티카지노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면서 이전허가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사업자가 도민 고용을 볼모로 사업 추진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의견제시의 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핵심사항은 롯데관광개발이 엘티카지노에 대한 카지노영향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조작했다는 의혹이 쟁점이었다.

물론 이는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문광위 소속 도의원들은 지난 19일에 이 안건을 최초 심사할 당시 "경찰이 카지노감독과를 압수수색했다는 건 명백한 혐의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설문조사 조작 의혹을 거둬내기 위해서라도 카지노영향평가나 여론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바 있다.

집행부인 제주자치도 관광국에선 '중대한 하자로 보이지 않는다'며 끝끝내 도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결국 해당 안건은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의결보류' 처리됐다.

이에 따라 이 안건은 오는 4월 20일에 개회되는 제394회 임시회 때 다뤄졌어야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문광위는 닷새만인 24일에 재상정키로 하고 바로 이날 의견 제시의 건을 채택했다. 우선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 의회의 심의 역할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만일 이 안건이 다음 회기로 넘어가게 되면 4월 30일에 개회되는 제394회 제2차 본회의 때 가부가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엘티카지노 개장은 아무리 빨라도 5월 초·중순에야 가능해진다.

때문에 엘티카지노 직원들은 이날(24일) 예고된 재심의를 앞두고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 모여 고용 불안을 호소하면서 상임위에서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Newsjeju

이를 기점으로 문광위가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다'는 비판을 더 받게 만드는 건, 이날 안건을 통과시키더라도 당시 주문했던 카지노영향평가 재조사를 집행부에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17가지 부대조건에선 이를 명문화한 대목이 전혀 없다. 그저 설문항목의 공정성을 위해 설문항목을 사전에 심의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과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을 위해 3년마다 의견조사를 실시하라는 게 전부다.

만일 부대조건에 이를 명시하게 될 경우, 엘티카지노 개장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더 미뤄질 수도 있게 된다. 이는 롯데관광개발이나 엘티카지노 직원들에게나 모두 최악의 수다.

결국 문광위의 이날 선택은 이를 고려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카지노영향평가에서 도민의견 점수로 획득한 130점을 빼더라도 '조건부 허가'에 준하는 평가 결과이기에 1000여 명의 직원 생계와 고용 불안 우려에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어차피 이번 의견서에 부대조건을 달았으니 재조사를 한다해도 매한가지였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점쳐진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론 의회는 심사 당시 목소리만 높였을 뿐, 정작 집행부 견제 역할을 포기한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다만, 문광위는 이 사항을 의견서에 명문화시키는 대신 집행부에서의 발언을 통해 속기록에 담아놨다는 것으로 예상되는 논란을 비켜가려는 내심을 드러냈다.

이날 의견서 채택에 앞서 제주자치도 김재웅 관광국장은 "경찰 수사결과에서 중대한 하자 발생하면 카지노영향평가나 재조사를 재검토하는 걸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안창남 위원장은 "방금 답변한 것은 속기록에 기록됐으니 도민과의 약속으로 알고 정확히 지켜달라"고만 당부했다.

허나 지난 19일 심의때도 김재웅 국장은 '중대한 하자'의 범위에 '여론조작' 건을 포함시키지 않았기에 실제 경찰조사에서 위법함이 드러난다해도 카지노영향평가를 다시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하면 그 뿐이어서다.

때문에 이날 집행부나 의회의 발언이 모두 '빈 공'처럼 느껴진다. 그건 의회 스스로가 자초한 셈이다.

한편, 문광위는 지난 19일 심사 때 비공개로 돼 있는 카지노영향평가 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고도 줄기차게 요구했었으나, 이날 의견서엔 이 내용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저 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라는 주문만 넣어놨다. 

목소리만 높고 정작 반영은 하지 않는, '집행부의 거수기' 비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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