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시위, 제주도정의 허술한 대책 질타 쏟아부었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등봉 & 중부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 심사 보류 처리... "상하수 및 오수 처리계획 더 들여다봐야"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들. 왼쪽 상단부터 강성의 위원장, 조훈배, 송창권, 김희현, 고용호, 양병우 의원.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들. 왼쪽 상단부터 강성의 위원장, 조훈배, 송창권, 김희현, 고용호, 양병우 의원. ©Newsjeju

오는 8월 11일에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 부지에 따른 대책으로 내놓은 민간특례 개발사업이 결국 '폭탄'이 되고 말았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난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일치' 판정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7년 이후에야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공원부지가 일몰되면 자연녹지지역으로 풀리면서 토지주들이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제주도정은 난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도시공원을 최대한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었다. 필요한 재원만 5000억 원에 달했다. 허나 이 계획은 불과 3개월만에 철회됐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해 예상 매입비가 천문학적인 액수로 증가해버렸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사이, 제주도정은 일몰을 1년 앞둔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민간특례'를 통한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사업자에게 전체 사업부지의 30%를 개발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대신 부지를 전부 매입하게 하고, 나머지 70%를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체납토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개발부지엔 1429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을 세웠다.

이에 해당 부지의 토지주들과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난개발을 막기 위해 난개발을 일삼는 정책"이라며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행정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뒤, 실시설계계획 인가에 앞서 사업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제출했다. 이 동의안을 심사하게 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는 몇 해 전부터 대책을 세우라는 주문을 수차례 했었지만 불과 일몰 3개월을 앞두고 왜 이제서야 제출한 것이냐는 성토를 쏟아냈다.

8월 11일 이전에 실시설계계획이 인가되지 않으면 민간특례사업은 물건너간다. 제주도정으로선 급해진 셈이고, 제주도의회는 폭탄을 떠안게 된 형국이 됐다.

어쨌든 절차대로 이를 심의하게 된 환경도시위는 우선 지난 4월 28일에 오등봉과 중부공원 현장방문에 나섰고, 29일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심사에선 제주도정의 총체적인 난맥을 여과없이 들춰냈다. 이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문제는 상하수도와 학교부지 두 가지로 집중됐다.

오등봉공원비상대책위와 제주참여환경연대가 5일 오등봉공원 일대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 오등봉공원비상대책위와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5일 오등봉공원 일대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상하수도 문제, 총체적 난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일일 급수량이 취수량보다 많아 결과적으로 추가 취수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환경정책과와 협의된 게 있느냐"며 "협의, 검토도 없이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이 계획을 심사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제주시 고성대 도시건설국장은 "실시설계계획 인가 전까지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아직 협의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일몰까지 불과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임에도 기본 인프라 시설에 대한 협의도 제대로 안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러자 고 의원은 "그러면 의회에선 뭘 보고 검토하라는 것이냐. 제출된 거 그냥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가 볼 땐 2025년에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시설이 완공되지 못할 것 같다. 상하수도본부에선 될 거라고 확신하는데, 만일 안 될 것에 대한 대책이 뭐냐"며 "사업자 측에선 만일 그게 안 되면 (아파트)준공시점을 늦추겠다고 어제 대답하던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나와도 되는 거냐"고 꾸짖었다.

안우진 상하수도본부장이 "환경부와 마지막 협의 중이고 기재부만 넘으면 공사가 예정대로 준공될 것"이라고 답했으나 김희현 의원은 "지금도 원래 계획보다 1, 2년이 늦어진 상황인데 무슨 소리냐"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만일의 사태에 따른 대책 없이 아파트 준공시점을 늦추면 분양받은 주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이런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고성대 국장은 "그게 되지 않더라도 유수율을 2025년까지 85%로 끌어올리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고 답했다. 허나 이는 너무나도 허황된, 무책임한 답변이다. 상하수도본부에선 지난해까지 유수율을 65%로 상향시키겠다고 했으나, 현재 제주도의 유수율은 아직도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불가능한 약속을 마치 지켜질 것처럼 너무도 쉽게 내뱉고 있다.

이에 강성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제주도의 상하수도 지표 자료들을 내보이면서 강한 질타를 가했다.

강 위원장은 "시간대별 유입현황표를 보면 평균 유량이 모든 시간대에서 넘치고 있다. 다만 새벽 2시부터 오전 7시까지가 여유 있는데, 제주시는 유량조정조를 깔아서 이 시간대에 맞춰 하수를 배출해달라고 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도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일몰제와 상하수도 문제 모두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제주 8개 하수처리장 증설계획만 봐도 그렇다. 성산을 제외한 모든 하수처리장의 증설계획이 죄다 중단돼 연기 중이다. 상황이 이러면 제주 전역에서의 건축 행위를 금지해야 하지 않느냐"며 "상하수도본부가 힘이 없어서 이러는 거냐, 아니면 제대로 의견제시가 안 되는 거냐"고 힐난을 퍼부었다.

안우진 본부장은 "저희 부서에선 건축허가까지 관여할 수 없다. 상하수도 관련 의견만 제출할 수 있을 뿐"이라며 "현재로선 추가 취수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 행위가 이뤄지려면 협의를 해야만 한다. 추가 취수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본부장이 아닌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이라며 "현재 신규 취수허가는 사설에선 전부 금지하고 있다. 지하수 지속가능 이용량이 80%까지여야 하는데 현재 90%를 넘겨버렸다"는 설명으로 또 신규 관정을 내줄 시 미래세대의 위험부담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상하수도본부에서 계획한대로 지난해에 유수율을 65%로 상향시켰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85%로 올리겠다고 하는데, 이렇게만 되면 별도의 취수원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하수처리장 증설계획만 해도 그렇다. 계획대로 몇 군데만 이뤄졌어도 해결될 문제다. 도지사도 정신 차리고 이를 서둘러야 하는데 지금은 5, 6년 넘게 계속 미뤄지고만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28일 민간특례개발사업 예정지인 오등봉과 중부공원 현장을 방문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28일 민간특례개발사업 예정지인 오등봉과 중부공원 현장을 방문했다.

 

아파트 300세대 이상 부지엔 학교용지 마련토록 돼 있지만...

상하수도의 심각한 문제만큼이나 해결이 힘들어 보이는 게 학교용지 마련 여부다.

도시공원법은 학교용지특례법을 적용받지 않지만 추후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부지는 도시공원에서 해제되고 일반2종주거지역으로 변경될 예정이라, 300세대 이상이 들어서는 부지는 학교용지특례법을 적용받게 된다. 즉,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 수립된 민간특례개발사업 부지 내에선 학교용지를 마련할 여유 부지가 없다는 제주도정의 입장에 있다. 공원부지로 조성돼야 하는 곳이 더 훼손된다는 점도 더했다. 학교부지에 필요한 면적은 평균 1만 4000㎡ 이상이다. 

학교부지가 사업부지 내에 포함되려면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 비율을 재조정해야만 하고, 이렇게 되면 사업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이럴 경우 행정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는 8월 11일 이전에 실시설계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는 행정당국으로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제주도정은 대안으로 사업부지 인근 유휴부지를 찾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학교용지특례법 상에서도 정해져 있는 바다. 교육청과 협의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이 대안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원칙적으로 사업부지 내에 학교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제주도교육청 오영탁 행정국장은 "저희로선 공원부지 내에 학교용지가 확보돼야 차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게 되면 서부중학교(외도중학교) 신설 사례만 보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이어 오 국장은 "제주시에선 인접부지를 마련하면 된다지만 공원 외부지역이 어느 지역까지를 말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원인자부담 원칙에 따라 사업자가 부지를 매입해 넘겨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가 의문"이라며 "교육청으로선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공원 부지 내에 들어서야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아파트 부지에 학교가 들어설 경우, 사실상 아파트 소유의 학교가 돼버려 타 지역에서의 입학이 꺼려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훈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교육청이 너무 욕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받으려면 폐교된 학교용지를 반납해 교환이나 협상할 생각을 해야지 교육청에선 한 필지라도 더 넓힐 생각만 하고 있어 욕심이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게다가 제주도교육청은 이 문제와 관련 애초 협의가 들어왔을 때 학교용지 필요성을 두 차례나 거부해오다가 뒤늦게 입장을 변경해 논란을 샀다. 이제와 도시공원 부지 내에 학교용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너무 늦었다.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원희룡 지사가 도정의 빚 다 갚았다고 자랑할 게 아니었다. 지방비 여유가 있었을 때 도시공원을 매입했었다면 전혀 문제될 상황이 아니었다"며 "어쨌든 그건 지난 얘기지만, 현 상황을 봐라. 지금은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서 예산 끌어다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5년에 된다고는 하지만 지금 있는 분들은 그렇게 대답하고 가버리면 끝이지 않나"고 비판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이날 오등봉 및 중부공원에 대한 민간특례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사 보류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이날 오등봉 및 중부공원에 대한 민간특례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사 보류했다. ©Newsjeju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 심사보류 했지만...

결국, 제주도정이 차일피일 미뤄왔던 도시공원 일몰 폭탄을 제주도의회가 떠안게 됐다. 환도위의 결정에 따라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진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허나 환도위로선 곤혹이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 이 개발사업을 허가해주자니 해결해야 할 쟁점이 너무 많다. 아직 협의되지 않은 사안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정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제때 이뤄지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부결하자니 오는 8월 11일에 일몰되면 도시공원 부지에 대한 난개발 책임이 제주도정에서 제주도의회로 떠넘겨지게 된다. 이에 환도위는 일단 이날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사 보류' 처리했다. 심사 보류 사유로 "용수공급계획과 오수 및 하수처리계획, 중수도 계획 등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직 한 차례, 한 두 달 정도는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다.

이날 심사보류됨에 따라 해당 동의안은 오는 5월 28일에 개회되는 제395회 임시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일몰까지 불과 3개월이 남은 시간 안에 이날 지적된 사항들에 대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로선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문제여서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이 내건 대책들이 계획대로 이행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조건부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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