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헌혈, 20대 이하 의존도 '심각'
제주 헌혈, 20대 이하 의존도 '심각'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5.13 09: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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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 문닫자 단체 헌혈 줄어... 혈액 수급 '주의' 단계 코 앞
안정적인 혈액 수급 위해선 모든 세대에서의 정기적 수혈 방법 뿐
과도한 지정헌혈은 바람직하지 않아... 전력처럼 '블랙아웃' 발생할 수 있어
▲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 혈액원(제주혈액원) 전경. ©Newsjeju
▲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 혈액원(제주혈액원) 전경. 제주보건소 뒤편에 위치해 있다. ©Newsjeju

최근 제주에서의 일 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13명대를 돌파하면서 제주 방역당국은 물론,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 혈액원(이하 제주혈액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정대로였다면 제주혈액원은 지난 11일 제주중앙고를 방문해 학생들로부터 헌혈을 받아 혈액수급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등교가 중단되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헌혈버스를 급히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5월 13일 기준 제주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은 '3.7일'치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제주혈액원에선 '7일'분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5일'을 안정적인 보유량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목표치에도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혈액 보유량'은 의료기관에 당장 공급가능한 재고분의 혈액과 헌혈로 확보한 혈액에 대한 검사대기에 있는 재고분을 합한 양이다.

5월 13일 기준으로 혈액 1일 소요량이 4945unit이며, 보유량이 '3.7일'이므로 현재 제주혈액원은 1만 8447unit를 보유하고 있다. 1unit은 1회 수혈할 수 있는 1개를 뜻한다. 검사대기에 있는 혈액은 검사 종료 후 수혈 가능한 것만 공급이 가능하기에 실제 혈액공급량엔 약간의 오차가 발생한다. 병원이 필요한 혈액을 가져가고 오후에도 검사 후 혈액이 도착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시시때때로 계속 바뀐다.

혈액보유량이 5일분 미만이더라도 혈액수급 위기단계는 가장 낮은 '관심' 단계에 머무른다. 3일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주의' 단계에 들어가 이 때부터 혈액 수급이 부분적으로 부족해지는 상태가 된다. 2일분 미만으로 줄어들면 '경계' 단계에, 1일분 미만이 되면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하는 '심각' 단계에 다다른다.

현재 제주혈액원에선 3.7일분의 혈액을 보유하고 있기에 '주의' 단계 코 앞에 직면해 있다.

▲ 최근 3개년 제주혈액원 연령별 헌혈 현황. 자료제공=제주혈액원. ©Newsjeju
▲ 최근 3개년 제주혈액원 연령별 헌혈 현황. 자료제공=제주혈액원. ©Newsjeju

# 20대 이하 혈액 수급... 제주 전체의 60% 넘어

문제는 우리나라의 혈액 수급을 위한 헌혈 현황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주로 10~20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제주혈액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인구수 대비 국내 전체 헌혈량은 선진국에 미치는 수준이나, 선진국에선 중장년층에 의한 헌혈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10~20대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이 현상은 제주라고 다를 게 없다. 지난 2018년 제주에서의 전체 헌혈자 수는 3만 426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6~19세에 의한 헌혈이 36%인 1만 2323명이나 된다. 20대도 28.6%에 이른다. 20대 이하에게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무려 64.6%다. 30대는 16.9%, 40대는 12.7%, 50대는 4.9%, 60대 이상은 0.8%에 불과했다. 특이한 점은 2018년 전체 여성 헌혈자 1만 45명 중 10대가 무려 49.3%(4951명)에 달했다.

2019년에도 20대 이하 헌혈자 비율은 63.2%에 이르렀으나, 지난해는 52.8%로 그 의존도가 꽤 줄면서 편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30대 이상에서의 헌혈 비율이 47.2%로 크게 올랐다.

허나 여기엔 코로나19라는 함정의 변수가 작용한 탓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면서 단체 헌혈이 어려워졌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에 의한 헌혈이 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헌혈자수는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의 2019년 헌혈자 수는 3만 5973명이었으나, 지난해엔 4만 1673명으로 늘었다. 2019년에 전년보다 겨우 300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전체 헌혈자 수가 증가한 건 다행스럽지만, 아직도 20대 이하 학생들에게 편중돼 있는 혈액수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 5ㆍ16도로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를 위한 헌혈(헌혈증 기부)이 지난 14일 제주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진행됐다.
▲ 지난 4월 6일 5ㆍ16도로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를 위한 헌혈(헌혈증 기부)이 14일 제주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진행됐다.

# 혈액 수급에도 '블랙아웃' 걱정해야... 지정헌혈의 장·단점

혈액 수급에도 '블랙아웃'을 우려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블랙아웃'은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너무 많아 발생하는 대정전 사태를 일컫는 용어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은 신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혈액은 오로지 단 하나, 헌혈을 통해서만 수급과 공급이 가능하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거나, 대체할 물질이 없다. 생명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윤리에 기반해 세계 각국은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게다가 헌혈한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농축적혈구는 35일, 혈소판은 5일뿐이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적정 혈액보유량을 '5일'분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한 헌혈만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혈액 수급의 '블랙아웃'은 '지정헌혈' 제도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지정헌혈이란, 말 그대로 특정인을 지정해 공급되는 혈액을 위해 하는 헌혈을 말한다. 지정헌혈의 장점은 정기적인 헌혈을 통해 필요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나, 문제는 지정헌혈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일반 수급자에게 가야 할 혈액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헌혈은 기본적으로 전혈과 성분헌혈의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전혈은 2달에 한 번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2달에 한 번이기에 1년에 6번 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현행법에선 연 5회로 제한을 두고 있다. 혈소판을 추출하는 성분헌혈은 2주에 한 번 할 수 있으며, 연 24회로 제한돼 있다.

때문에 지정헌혈자가 너무 많아지게 되면 일반 수급자를 위한 혈액보유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대 학생들에 의한 단체 헌혈이 어려워지면서 혈액보유량이 보건복지부 기준치(5일분)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사진=제주혈액원. ©Newsjeju
▲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대 학생들에 의한 단체 헌혈이 어려워지면서 혈액보유량이 보건복지부 기준치(5일분)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사진=제주혈액원. ©Newsjeju

이러한 이유로 지정헌혈은 주로 백혈병 환자 등 정기적인 수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급히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방식이다. 최근 제주대 사거리 교통사고로 긴급 수혈이 이뤄져야 했던 사고자는 AB형이었는데, 통상 4가지 혈액형 중 AB형 혈액보유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여서 지정헌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 하루만에 필요한 혈액을 모두 충족했다. 제주혈액원 관계자가 "제주에 AB형이 이렇게나 많았나"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그 뒷날에도 지정헌혈자가 끊임없이 몰려와 제주혈액원은 이틀날부터 지정헌혈을 받지 않았다.

일례로, 올해 1월 11일 기준 전국 혈액형별 혈액재고일수를 보면 O형은 2.9일분인 반면 AB형은 4.7일분으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났었다. 같은 기간 제주에선 O형이 6.6일분, AB형은 무려 12.7일분이 쌓였었다. 통상적으로 O형 인구수가 다른 혈액형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O형 혈액 재고분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상대적으로 AB형 인구수가 적다보니 AB형 혈액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적고, O형 혈액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보니 발생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헌혈은 전혈이다. 적혈구만 뽑아내는 성분헌혈은 보관일수가 35일까지 가능하지만, 전혈은 혈소판이 포함된 혈액이기 때문에 보관일수가 5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12.7일분이나 쌓이게 됐을 때, 이를 5일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폐기된다.

즉, 특정 혈액형에 대한 보유량이 많아지게 되면 반대 급부로 특정 혈액형을 필요로 하는 일반 수급자들에게 혈액이 공급되지 못할 우려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백혈병 환자에겐 보관일수가 5일에 불과한 혈소판 수혈을 해야 해서 지정헌혈이 부족해지면 자칫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대개 농축혈소판 보유량은 적혈구제재 보유량의 1/2가량 수준이며, 5월 13일 현재도 1.6일분밖에 없다. 1일 소요량이 4602unit인데 7408unit뿐이다.

이처럼 전체 혈액보유량이 많아지는 건 괜찮지만, 지정헌혈은 너무 많아도 모자라도 안 된다. 안정적인 혈액보유량이 지속되기 위해선 특정 세대에 편중되지 않은 헌혈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주혈액원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혈액 수급을 위한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매일 같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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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10:50:16 IP 112.170
한국은 A형 B형이 O형 보다 인구가 더 많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