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주지법서 '성 착취물 제작·배포' 재판 열려
피해자·가해자 모두 청소년···"피해자, 삶을 포기하려 할 정도로 고통"
가해자 중 1명 재판 불출석···"촉망받는 유도선수, 전국대회 출전 중요해"
재판부 호통 작렬 "자신의 아들만 중요한가?" 법정구속 예고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디지털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가 구속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래가 조각난 피해자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가해자는 자신의 앞날을 위한 '전국대회'에 출전해 버렸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군 등 6명의 학생들의 재판을 진행했다.

제주도내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A군 등 일행은 2020년 7월~8월 B양을 협박, 노출 사진 등을 SNS에 공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피해자 B양은 사건 이후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들은 모두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은 두 번째로, A군을 제외한 5명의 피고인이 모두 출석했다. 

문제는 불출석한 A군의 태도다. 사유가 자신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우선으로 했다. A군은 도내에서 유도선수로 활약 중인 유망주다. 타 지역에서 '2020 도쿄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최종평가전 겸 전국유도대회(5월8일~17일)'가 개최 중인데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A군 변호인은 법원에 '코로나 시국에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 운동선수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A군 측의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삶의 포기를 언급할 정도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A군은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한가"라고 호통쳤다.

이어 "어떻게 본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용서를 받지도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대회에 나갈 수가 있는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변호인은 "양해를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강경했다.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는 것이 최우선인데, 개인의 미래만 중요시한 태도에 "양해를 못하겠다"고 경종을 울렸다.

학부모들이 앉아있는 방청석을 둘러보던 재판부는 "A군 부모는 자신의 아들만 중요한가"라고 지적했다. 또 "소년범이라서 구속이 안 될 것 같아 보이느냐. 다음 재판에도 안 나오면 법정구속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검찰은 합의가 이뤄진 피고인 4명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단기 2년, 장기 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제주지법은 불출석한 A군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학생을 따로 재판키로 했다. 

한편 재판 말미에 장찬수 판사는 이날 출석한 5명의 피고인 학생들에게 공통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물음은 "얼마 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부모에게 사다 준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봐라"였다. 

손을 든 일부 학생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 등을 한동안 바라본 재판부는 "나중에 부모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더욱 잘 하길 바란다"며 재판을 종료했다. 일부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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