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 회장 기증으로 이중섭의 원화 12개 작품 이중섭미술관으로
지난 4월말에 기증받았지만 전시공간 좁아 아직도 전시되고 있지 않아

서귀포시, 故이중섭 화가 사망일인 9월 6일에 맞춰 전시 준비 중

1951년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그의 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 
▲ 1951년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그의 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미술관이 기존 건물을 허문 뒤 새로 건축될 전망이다.

서귀포시는 2일 진행된 제395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의 2차 회의에서 증축이 아닌 신축을 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지금의 이중섭미술관 규모가 워낙 작아 2류 미술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중섭 화가의 원화를 전시하기엔 너무 허접하다"고 비판하면서 현 이중섭미술관을 증축할 것인지, 신축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서귀포시 김희찬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본래는 증축 방향으로 잡고 기존 미술관과 연계해 추진하려 했으나, 원화 12점이나 기증됨에 따라 미래를 위해 더 큰 규모의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신축키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희찬 국장은 "향후에도 관련 작품들이 더 기증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여건이 되면 더 규모있게 (신축)하려고 고민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문 의원은 "기증받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전시를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언제야 볼 수 있는거냐"고도 물었다.

제주자치도 김재웅 관광국장은 "현재 장소가 협소해 고민 중에 있는데, 이중섭 화가의 기일을 기리고자 올해 9월 6일을 기점으로 전시할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오는 9월 5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약 5개월간 전시할 계획이다. 특별전시가 끝난 뒤엔 제주시 지역 미술관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더 많은 도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건희 컬렉션을 한꺼번에 모아 전시하고자 미술관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시에선 무려 31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까지 했다. 이와 관련, 정부(문체부)는 국민들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서울시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잠정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는 제주에서도 건립 유치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문체부의 결정에 따라 서울시 등과 협조할 부분이 있다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이중섭미술관. 서귀포시는 현재의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이중섭미술관. ©Newsjeju
▲ 이중섭미술관. 서귀포시는 현재의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이중섭미술관. ©Newsjeju

한편, 현재 기증받은 이중섭 화가의 원화 12점은 이중섭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 화가가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있던 곳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2년에 조성됐다.

그의 원화 12점이 기증받은지 1달여가 지나고 있으나 아직도 전시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미술관의 전시규모가 워낙 좁기 때문이다. 1, 2층 다 합쳐도 200㎡ 남짓에 불과하다. 현재 보관 중인 수장고도 방 하나 뿐이다.

현재도 이중섭미술관엔 고인의 원화가 47점이나 있지만 은지화와 엽서가 대부분이라 이번에 기증받은 작품이 전시될 경우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 뻔해 미술관으로서도 선뜻 전시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은 지난 1951년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작품들이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 엽서화 3점, 은지화 2점 등이다.

특히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이중섭 화가가 1년 남짓한 서귀포 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 그려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022년은 이중섭미술관의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때문에 제주자치도와 서귀포시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현재 이중섭미술관에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협소한 공간과 함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관장'직이 없는 것부터 매우 부족한 인력과 예산 관련 문제들도 이중섭미술관이 신축되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중섭미술관은 '관장'없이 소수의 학계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장고를 관리하는 인력도 단 1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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