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제주여행 온 커플···오픈카 차량 렌트, 100km 넘는 과속
음주운전 사고 후 남친은 살고, 여친은 숨져
검찰 "안전벨트 미착용 알고 속도 낸 운전자"···"사고로 여친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
변호인 "검찰에서 무리한 기소했다"···"결혼 약속했는데 숨지게 할 의도 없어"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2년 전 제주에 관광 온 연인이 렌터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길가에 있는 연석과 세워진 경운기를 들이받은 단독사고로 남자친구는 살았고, 여자친구는 숨졌다. 사고는 얼마 후 사건으로 번졌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등의 혐의로 남자친구가 송치됐는데, 검찰은 사고 과정에서 의도성이 있다며 '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팽팽하게 맞서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17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35. 남)씨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11월10일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대여한 차량은 외제 오픈카로, 김씨는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서 단독사고를 냈다. 보조석에는 여자친구 A씨가 타고 있었으나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튕겨나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20년 8월 끝내 숨졌다.  

이날 재판에서 큰 쟁점은 사고 의도성 여부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두 개다. 그러나 유족 측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며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살인 등'으로 변경됐다.

사고 전 오픈카에서 벨트 경보음이 울렸고, A씨의 안전벨트 미착용 여부를 직접 물어보는 등 확인 절차를 거친 김씨가 고의로 속력을 높여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 검찰 측의 취지다. 즉, 여자친구를 다치게 할 목적으로 과속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씨가 운전한 차량은 시속 110km가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지점 평균속도 구간은 50km다. 검찰은 '의도성'을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사고 무렵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 등도 거론했다. 

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초행길에 술까지 마셔서 사고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은 맞고, 유족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살인으로 기소된 것은 무리수"라고 검찰에 고개를 저었다.

이어 "사고 무렵 두 사람이 다퉜다고는 하지만 둘은 결혼을 앞둔 사이로, 의도적으로 사망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살인' 혐의를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한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220여개의 증거자료 중 상당 부분을 부동의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할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날 당시 상황을 분석하는 것으로, 다음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속행 재판은 오는 8월9일 오후 3시,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 경찰-교통안전공단-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출석한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던 유족은 내내 눈물을 흘렸다. 또 "피고인의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난다"고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족 심정은 이해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인 부분을 지켜야 한다"며 "추후 진술할 기회를 줄테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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