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 경영진단 용역 최종보고서 제출됐으나... '부실 용역' 비판 잇달아 제기

제주관광공사(사장 고은숙)가 15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공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면세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17일 제396회 정례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제주관광공사가 (주)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했던 '지속가능 경영기반 마련을 위한 경영진단 용역 보고'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문광위 소속 위원들이 이번 최종보고서에서 드러난 제주관광공사의 경영진단 평가에 대해 하나같이 의문을 던졌다.

▲ 안창남 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 ©Newsjeju
▲ 안창남 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 ©Newsjeju

# 관광 전문가 없이 수행된 용역보고서... 부실 덩어리?

가장 먼저 안창남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부터 해당 용역보고서가 '부실 덩어리'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안창남 위원장은 "용역보고서에서 제주도정의 재정지원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던데, 지금 제주도정에서 관광공사에 매년 얼마씩 지원되는지는 알고서 하는 소리냐. 시내면세점 운영으로 1500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도 도정에서 계속 지원해 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타 지역 어느 공사도 일반회계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곳이 없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결과를 내놔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또한 안 위원장은 제주도의회에 제출된 용역보고서에 용역을 수행한 연구진들의 이름이 명기되지 않은 부분도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용역보고서엔 반드시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들의 명단이 들어가게끔 돼 있다. 그래야 책임을 질 게 아니냐"면서 "공사에 제출된 명단을 보니 12명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보니까 경영학이나 심리학, 교육학을 전공한 분들이고 관광 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더라. 관광공사에 대한 용역을 하는데 관광 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번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도형 디렉터는 "저 같은 경우는 경기관광공사의 중장기전략과 지방공사 엑스포 과학공원 연구용역 경험이 있다"는 답변으로 자신의 경력이면 될 것이 아니냐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당신의 경력을 듣게 싶은 게 아니다. 관광에 대한 전문가 참여 없이 용역이 수행됐다는 게 문제라는 거고, 그러니까 용역결과가 엉뚱하게 나온 게 아니냐. 이런 보고서를 믿을 수가 있겠느냐"고 힐난을 퍼부었다.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제주도 관광정책과를 제외하고는 제주관공공사와 협회 간의 역할이 매우 유사하다. 거의 70% 이상이 겹치는데, 공사만의 경쟁력 확보에 대한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선 용역진이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재구성하겠다"고 답했다. 허나 이번 보고서는 재구성 할 수 없는 '최종보고서'다. 상황 면피를 위한 '립서비스'인 셈이다.

▲ 박호형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 ©Newsjeju
▲ 박호형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 ©Newsjeju

# 시내면세점 실패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데, 또 다시 추진?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조직개편안을 보면 시내면세점 사업이 실패했는데도 수익사업본부장을 둬서 2본부 체제로 면세사업을 다시 하겠다는 건데, 이건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며 "시내면세점 철수와 관련해 104억 원 채권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고, 항만면세점이나 노형로터리에 대한 해결책도 전혀 없이 지정면세점 하나 뿐인 상황에서 수익사업본부를 신설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2본부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이번 경영진단 목적이 잘못 끼워진 단추를 정상화하고 새로 도약하기 위한 거다. 지난 13년간 본부장의 업무 영역이 너무 과했다고 판단했고, 사업부 별로 성과에 따른 책임 경영을 하고자 2본부 체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은숙 사장은 공기업으로선 전국 최초로 용역결과에서 제시된 'PM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PM제도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뜻하는 것으로, 각 사업 프로젝트별로 사업 성과에 따라 관련 부서가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안창남 위원장은 "과거 사정의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손실을 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별로 책임제를 하자는 것 같은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공사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이걸 시행하려면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 그런 전제가 안 되는데 이걸 시행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 사장은 "그래서 관리자 직급을 축소시켜 책임제로 가겠다는 것"이라고만 할 뿐,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은 피해 나갔다.

▲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Newsjeju
▲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Newsjeju

# 누가봐도 짜맞추기 같은데... 2본부 체제 성립요건 딱 떨어져

또한 박호형 의원은 이번 경영진단을 통한 조직개편이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과 고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복수 본부의 설립 조건은 전체 직원이 151명 이상이어야 한다. 헌데 공교롭게도 제주관광공사는 용역을 수행하고 있던 도중 지난 5월에 이 8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현재 152명의 직원이 상주해 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공사의 정원은 171명이고, 현원 140명에서 6월 이전에 11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그래서 151명을 맞췄는데, 이건 마치 2본부 체제로 가기 위해 끼워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은숙 사장은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인 거 같은데, 그렇지 않다"며 "우연치 않게 151이라는 숫자가 2본부 설립 조건에 명확히 맞아떨어진 게 우연이긴 하나 이번 채용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 사장은 "지난해 10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도지사에게 11명의 티오를 더 확보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당시 결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 해 승인받고 내부 검토 후 좀 더뎠지만 지난 5월에 8명을 채용했고, 오는 7월에 추가로 2명을 더 채용할 예정에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서 그렇게 추진해도 되는 것이냐"고 묻자, 고 사장은 "채용에 관해선 이사회 보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 예정자.
▲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

# 적자 허덕이는데 전출금을 오히려 더 확대해야?

이어 박호형 의원은 "이번 연구용역은 전출금 지원 논리만 더 만든 결과다. 지금 제주는 코로나19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인데 도민 혈세로 매년 45억 원씩 지원해야겠느냐"며 "시내면세점 사업 추진 이후부터 매년 적자 중이고, 지난해엔 경영평가 최하등급을 받았다. 그러면 무엇을 최우선 해야겠느냐"고 물었다.

고은숙 사장은 "그건 시내면세점 철수에 따른 자산 손실이 처리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전출금 (상향)부분에 대해선 저도 부담스럽긴 한데, 공사의 경영정상화 키는 안정적인 재원마련과 수익정상화의 두 가지 축이 있다. 경영정상화는 전출금에서 출발하기에 필요불가하다"고 답했다.

이어 고 사장은 "물론 도민의 혈세가 맞다. 허나 공사 직원들의 인건비와 경비에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이게 재무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이에 많은 부분을 할당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논리가 성립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시내면세점으로 270억 원을 손해봤다. 누가 책임졌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실패한 사업을 다시 2본부 체제로 만들어서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부합되는 내용이냐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고 사장은 "시내면세점 실패에 따른 적자, 손실은 모두 공사의 부채로 남아있다. 앞으로 갚아내야 할 부분"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지정면세점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해야 한다. 아직 너무 부족한 게 현실이나 정상화는 꼭 이뤄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 ©Newsjeju
▲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 ©Newsjeju

# 신규 사업 없이 면세사업 확대만?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용역보고서에 신규 사업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보고서에선 전략적 신규 사업을 통해 자립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해놓고선 정작 제시된 신규 사업이 없다"고 꼬집었다.

고은숙 사장이 "신규 사업에 대해선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해야해서 내부 논의 중"이라며 별도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보안 자료라는 것이냐"며 "시내면세점 실패가 재무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도리어 전략적 신규 사업은 안 보이고 이미 실패한 면세사업을 위한 본부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게 정상적인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박 의원은 "수익사업본부 만들어서 홍삼과 패션, 화장품 특화하겠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했었을 사업 아니냐. 경영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면세사업을 다시 한다고 치자, 이미 자리 잡아서 몇 천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JDC라는 국가공기업이 있는 상태에서 공사가 뛰어들어 흑자경영이 가능하겠나. 설령 공사 면세점이 잘 되면 제주에 있는 다른 대기업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고 사장은 "공사에서 출자사업을 하려면 자본금 150억 원 규모에서 10%인 15억 정도 밖에 출자할 수 없는 환경이다. 면세사업 관련해선 JDC나 민간기업과 협력모델 만들어보는 것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그게 사장이 할 일"이라며 "자본금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겠다는 건 사장의 역량 문제다. 다른 공사의 수범사례를 찾아봐달라"고 주문했다.

고 사장은 "현물 출자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조사 중에 있고, 현재 제주자치도와 협의 중에 있어 올해 중에 곧 보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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