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겠다면서 연이은 내로남불 행보... 대체 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2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해선 실현 불가능하다고 못 박고 대안으로 '기초의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역했다.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한 나라를 다스려보겠다는 사람이 연일 '내로남불' 행보를 보이면서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걸까. 어떻게든 세간의 주목을 이끌어 지지율 반등을 노려보겠다는 노이즈 마케팅인건지 당췌 그의 전략을 알 수가 없다. 스스로가 대선 후보임을 자처하곤 있지만 현실은 고작 2~3%대의 지지율에 그쳐 있음을 본인도 모르진 않을터다.

그러기에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라면 뭐든 못할 것도 없어 보이긴 하다. 다 알다시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얘기다. 이제 곧 제주정가를 떠나실 분이다. 현 시점에서 그를 보고 떠올려지는 단어는 우선 '대선 행보'일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엔 '지사직 사퇴 시기'가 최대 화두어다.

여기에 하나 더 붙는 게 '내로남불'이다. 이젠 일상어가 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이다. 몇년 전부터 언론지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더니 급기야 한국어사전(우리말샘)에 등재됐다.

이 단어가 최근 원희룡 지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재명'이나 '원희룡'을 검색하면 '내로남불'을 주제로 한 비판 기사가 무수히 쏟아진다.

지난 6월 10일,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에게 제주로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동대응 업무협약' 체결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취소 사유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위험이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며칠 뒤인 6월 22일에 서울로 올라가 '원코리아혁신포럼'에 참석했다. 당시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제주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지사는 내려오면 안 되고, 자신은 서울로 올라가도 된다는 것인지, 이 황당한 논리는 언론지상에서 수많은 비판 기사를 쏟아내게 만들었다.

이어 6월 23일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주로 내려온다고 하자 원희룡 지사는 모든 일정을 여기에 맞췄다. 여러 언론이 재차 원 지사의 내로남불 행태를 저격했다. 이를 두고 많은 네티즌들도 원 지사를 가리켜 '쪼잔한 인물이 무슨 대통령을?'이라거나 '쫌생이', '찌질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물론 자신이 속한 당 대표가 내려온다는데 이재명 지사 때처럼의 원칙을 고수하긴 힘들었을테지만, '정치 고단수'라는 평소의 원 지사라면 이러한 비난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을 인물이 아니다.

여태 그의 행적들을 반추해보면 결단코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할 타입이 아니다. 과거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패스한 후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렸던 사태로 인해 원 지사는 지금도 매 선거 때마다 고초를 겪는다. 그 일로 원 지사가 술을 멀리했다는 말은 그가 '즉흥성'을 싫어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네겐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의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다. 분명 그에게도 원대한 계획이 있을진대, 대체 그는 왜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는 행보를 이어가는걸까.

▲ 과거 2007년 1월, 전두환에게 세배를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 ©Newsjeju
▲ 과거 2007년 1월, 전두환에게 세배를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 ©Newsjeju

# 거짓말로 면피 해오며 15년간 눌러 삼켜 온 대선에 대한 꿈

원희룡 지사가 꿈꾸고 있는 대선에 대한 열망이 언제부터 이어져 왔는가를 보면 그가 왜 무리수를 두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법도 하다.

과거 서울시 양천구 갑 지역구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고, 곧바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직을 맡았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에 불과했다(최근 37세의 나이에 당 대표가 된 이준석을 대했으니, 이 때가 더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왔던 2007년 1월, 그는 느닷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찾아가 세배를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됐다. 그럼에도 당시엔 이명박 등 쟁쟁한 대선 후보 주자들이 즐비했기에 원 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후 국회의원 3선을 지낸 2012년 6월, 대선 출마 시점에 '박근혜'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그는 출마 선언도 못 해보고 제주로 내려오는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탁월한 선택이 됐다. 2017년 2월 탄핵으로 민주당에게 정권을 완전히 내주게 됐으니, 당시 정계에 남아 있었다면 다음 대선을 기다려봐야 출마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 연출될 터였기 때문이다.

그리해서 원 지사는 다시 또 5년을 기다려야 했다. 여전히 대선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그였기에 제주도지사 재선 선거 때엔 "이젠 도민만 보고 가겠다"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본심을 숨겨야 했다.

그렇게 그는 대권에 대한 열망을 15년여간 숨죽여 꾹꾹 눌러 담아왔고, 이제 마침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때가 온 것이라 판단했을 터다. 더는 숨죽여 지켜보고 다음 기회를 노릴 나이가 아니다. 현재 그의 나이 58세다.

하지만 그에게 놓여져 있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 지난 6월 22일 서울에서 개최된 원코리아 혁신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 불과 며칠 전 원 지사는 이재명 지사에게 제주로 내려오지 말라면서 자신은 서울로 상경해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샀다. 사진=뉴시스. ©Newsjeju
▲ 지난 6월 22일 서울에서 개최된 원코리아 혁신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 불과 며칠 전 원 지사는 이재명 지사에게 제주로 내려오지 말라면서 자신은 서울로 상경해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샀다. 사진=뉴시스. ©Newsjeju

# 과정이 어떠한들 자리에만 앉으면 끝인가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원희룡 지사. 그게 자신의 꿈이고, 정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장 자신이 처한 현실을 목도해야만 한다. 지지율이 고작 3~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 3~4%도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기타 여러 후보들과 묶여 있는 상태일 때의 지지율이라는 점도.

당연 그도 모를 일이 없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을 잘 알고 있을터다. 하지만 그는 이런 지지율 수치 따위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건 명백한 숙제. 밑바닥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설령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처럼 긁어부스럼을 자초하는 것일지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어떤 길이든 가겠다는 의지가 아니고서야 이러한 비난을 감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할까 싶다. 이번 내로남불 논란도 예견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과정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내로남불'이던 그에겐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일단 대선 유력 후보 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유튜브를 틀어 춤도 추고, 예능 TV에도 나오고 했다. 그것도 꼭 제2공항 등 제주의 현안문제들로 갈등이 촉발될 때 더 그러했다. 일부러라도 그렇게 논란을 지피고 싶었던 것처럼. 

뿐만 아니라, 여태 그가 본심을 드러내왔던 상황을 복기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항상 서울로 상경해 중앙언론에 대고 먼저 폭탄선언을 해왔다. 복당할 때나, 총선에 관여할 때나. 제주언론에겐 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임기를 다 마칠 거라고 감언이설로 속여놓고선 매번 뒤통수를 쳤다. 이러니 제주도민에게 했던 약속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건 당연지사다.

우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만 앉으면, 지금껏 행했던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한 방에 다 사그러들까. 좋은 사람이 자리를 만들어야 올바른 제도가 만들어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면, 그 자리를 보전하고자 그들만을 위한 제도를 만든다. 본디 그 '자리'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어떤 사람이 앉으냐의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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