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실장 파견 논란 계속
지난해 조직개편 때 만들어 둔 자리, 1년 뒤 정기인사 통해서야 메꿔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제주문화예술재단지회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이승택 이사장의 기관장으로서의 무지무능과 원희룡 지사 사퇴를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승진 잔치"라며 "제주도의 '꼼수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제주문화예술재단지회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이승택 이사장의 기관장으로서의 무지무능과 원희룡 지사 사퇴를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승진 잔치"라며 "제주도의 '꼼수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내 경영기획실장 자리가 실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정기인사에서 서기관들의 자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게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가 15일 제397회 임시회 1차 회의를 열어 이번 논란에 따른 재단 노조의 청원을 심사한 자리에서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도정이 너무 방만해져서 서기관들이 갈 자리가 없으니 만들어 준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며 이러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이승택 재단 이사장이 제주자치도에 문화예술 전문 공직자를 파견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원희룡 지사의 마지막 인사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라는 의혹이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재단 내 '경영기획실장' 자리가 마치 이번 정기인사를 위해 비워놨다는 듯이 지난 1년간 공석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재난 경영기획실장 직제는 원래 '사무처장'이었으나 이승택 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만들어 둔 자리였다. 허나 조직개편에서 자리만 만들어 둔 채 실제 실장 직위에 아무도 채워놓지 않고 1년여를 방치해 뒀다. 그러다 올해 7월 1일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둔 지난 6월 25일에 파견을 요청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파견 직제를 없앴던 제주자치도였기에 제주도정은 파견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재단 이사장의 요청을 통해 파견을 했을 거라는 제주도정의 '의지'가 읽히는 셈이다. 

물론 이를 두고 이승택 이사장은 제주도정과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어 파견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박원철 의원은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박원철 의원과 안창남 위원장. ©Newsjeju
▲ 박원철 의원과 안창남 위원장. ©Newsjeju

박 의원은 "재단이 지난 2001년에 설립됐다. 20년이 지났는데도 56명의 정원과 167억 원의 예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고위공직자(4급)를 파견하는 상황까지 갔다는 것이냐"며 "이건 우리가 무능하니 재무 회계를 총괄해달라고 파견한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이승택 이사장은 "어떤 분이 왔는지를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가장 능력있는 좋은 분이 왔다"는 쌩뚱맞은 답변으로 응수했다. 실제 제주자치도는 재단 경영기획실장에 정맹철 서기관을 파견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파견 요청이 뭐가 그리도 급했던 것이냐"며 파견 요청 공문이 제주자치도에 보내졌던 당시(6월 25일)의 문제점을 끄집어냈다.

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승택 이사장이 보낸 공문의 결재는 당일 오후 5시 5분께 이뤄졌는데, 결재 라인에 있어야 할 담당자 4명 중 3명이 법정휴가 중이었다. 그럼에도 이사장은 이들을 불러내 결재하게 한 뒤, 도청으로 발송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노조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의회에 주문이 들어왔겠느냐"며 "이사장이 급박하게 결재를 받아내면서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조직개편을 통해 10개 팀으로 편성했다. 170억 원의 한 해 예산을 산술적으로 나누면 팀당 17억 정도인데, 이걸 처리 못해서 특별한 능력이 있는 분이 필요했다는 것이냐"며 "제가 볼 때엔 재단이 고민한 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제주자치도 고춘화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운영 상의 애로사항을 개선코자 파견하게 됐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예산과 인력이 두 배 이상 증가해 그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조직개편도 여러 번 이뤄지고 공백기간도 길어지다보니 정상적인 조직운영이 되지 않아왔다"는 이유를 들어 파견의 정당함을 내세우려 했다.

허나 이 발언은 말 그대로 20년간 운영돼 온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여전히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돼 문광위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이러한 제주도정의 입장은 과거 원희룡 지사의 발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어서 안창남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동)의 지적에 집행부는 아무런 답변도 못했다.

지난 2018년, 고위공직자들의 파견 관행을 두고 원 지사는 "공무원들의 보직 숨통을 트기 위한 파견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재단이 파견을 요청한 게 맞다면, 이승택 이사장이 원희룡 지사의 이러한 '의지'를 거역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이번 파견은 외부 형식 상으론 재단의 요청의 모양새를 띠긴 하지만, 재단의 의지가 아니라 제주도정의 의지가 아니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도는 이유다. 이를 두고 안 위원장은 "이번 파견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은 인사"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재단 노조 측이 청원한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에 따른 공무원 재단파견 철회 및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 개정'은 제주도의회의 의견이 더해져 제주도지사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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