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40대 운전자에 금고 4년 및 벌금 20만원 선고
선고 당일 불출석한 회사대표, 선고 시간도 변경···약 1시간 10분 기다려
선고 날짜 변경하려던 재판부, "서울에서 왔다" 유족 호소에 분리 선고 결정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올해 4월 제주대학교 사거리 인근에서 62명의 사상자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 선고날 당일에 A주식회사 대표가 불출석했다. A대표의 출석을 한 시간가량 기다린 재판부는 다음 기일로 선고를 연기하려고 했으나 유족들의 호소로 분리 선고를 결정했다.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심병직)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신모(42.남)씨와 '도로교통법 위반'이 적용된 A주식회사 선고 재판을 열었다. 

당초 선고는 오후 1시30분 예정됐으나 A주식회사 대표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약 1시간10분 동안 미뤄졌다. 결국 A주식회사 대표는 불출석했고, 재판부는 운전자 신씨에 금고4년 및 벌금 20만원을 명령했다. 

신씨는 올해 4월6일 오후 5시59분쯤 트럭을 운전하고 산천단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주행하다가 아라1동 제주대 입구에서 1톤 트럭과 대중교통버스 2대를 잇따라 충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여파로 버스 1대는 임야로 추락하기도 했다. 

두 대의 대중교통 버스는 각각 약 30여 명씩 총 6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한 상태였다. 두 대의 트럭은 각각 운전자 1명만 탑승했다. 한순간에 벌어진 사고로 버스 탑승객 박모(74. 여)씨 등 3명이 숨지고 59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총 6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사고 당시 신씨는 서귀포에서 한라봉 등 감귤류 8,390kg 적재하고 5.16도로를 진입, 제주시 방향으로 주행을 했다. 사고 화물차는 약 5.8톤까지 적재 가능했지만 약 2.5톤을 과적한 것이다. 

또 운전자는 화물을 싣고 주행 시 경사가 심하지 않은 도로로 주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소홀한 채 5.16도로를 선택했다. 주행 중에는 화물 브레이크 경고등이 울렸지만 충분한 차량 휴식 없이 운전을 강행한 사안도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신씨에 금고 5년에 벌금 20만원을, A주식회사에는 벌금 2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운전자 신씨에 금고 4년에 벌금 20만원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사고가 나서 3명이 숨지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서도 "사망 피해자 중 1명과 합의된 점은 유리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형화물차 사고는 운전자 주의 의무가 있지만,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피해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선고 재판에서는 A주식회사 대표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과정에서 출석했던 A회사 대표는 막상 선고 날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직원을 대리 출석시켰다. 

재판부는 직원에게 위임장이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답변에 A주식회사 대표가 출석할 때까지 다른 재판을 진행하면서 기다렸다. 약 1시간10분 동안의 배려에도 대표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 날인데 대표는 어디 있느냐"고 직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직원은 "일정이 있어서 타지역을 갔다가 재판 출석을 위해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은 피고인(A회사 대표)의 불출석으로 선고를 연기하려고 했다. 재판부의 결정을 바꾼 것은 재판에 참석한 유족의 발언이었다.

유족 측은 "저희는 선고 재판을 듣기 위해 새벽부터 서울에서 준비하고 제주를 찾아왔는데, 회사 대표의 무성의한 태도가 답답하다"며 "유족들은 슬픔에 젖어있다"고 호소했다. 

결과를 보기 위해 제주를 내려왔다는 유족의 발언에 재판부는 분리 선고 결정을 내렸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A주식회사 선고는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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