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9일 제주 찾은 연인 관광객···이튿날 새벽 음주 단독 교통사고
여자친구 A씨 병원 치료 받다가 2020년 8월 사망
경찰 '위험운전치상', '음주운전' 혐의 적용···검찰 '살인' 혐의로 바꿔
변호인 "검찰의 판단은 '예단'···사망하게 할 이유 없어" VS 검찰 "벨트 여부 확인 후 의도적 과속"

▲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Newsjeju
▲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Newsjeju

제주로 여행 온 연인이 단독 렌터카 교통사고를 냈다. 2년 후 사고는 사건으로 번져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친구는 살고, 여자친구는 숨진 사건을 경찰은 단순 처리했지만 검찰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5. 남)씨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당시 교통사고 분석을 진행한 제주경찰청 교통조사계,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증인 신문 시간으로 주로 할애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숨진 전 연인 A씨와 2019년 11월9일 오후 제주를 찾아 머스탱 오픈카를 대여했다. 

같은 날 밤 곽지해수욕장 노상에서 술을 마신 후 제주시 귀덕리 모 숙소까지 음주운전을 하고 돌아갔다. 해수욕장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약 2.1km로, 처음 운전대는 숨진 A씨가 잡았다. 

사고는 차량이 숙소에 도착 후 촉발됐다. 숙소로 귀가를 하지 않은 둘은 재차 렌터카를 몰고 운전을 나섰다. 이때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피고인 김씨다. 사건 발생 시점은 11월9일에서 다음날인 10일 새벽으로 넘어갔다. 

▲ 재판부와 당시 신고자 등에 따르면 오픈차 차량은 편도 2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 연석을 들이받고 주차돼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아서야 멈췄다. 빨간색 표시는 보조석에 탑승했다가 밖으로 튕겨나가 숨진 A씨가 누워있던 곳 ©Newsjeju
▲ 재판부와 당시 신고자 등에 따르면 오픈카는 편도 2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을 차례로 들이받고 주차돼 있던 경운기와 충돌해서야 멈췄다. 빨간색 표시는 보조석에 탑승했다가 밖으로 튕겨나가 숨진 A씨가 쓰러져 있던 장소 ©Newsjeju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머스탱 오픈카 차량 내 설치됐던 블랙박스 녹화 영상과 현장음이 부분 공개됐다. 

영상은 어두컴컴한 도로의 모습과 '띵띵' 거리는 안전벨트 미착용 알람소리가 담겼다. 또 피고인이 숨진 A씨를 향해 "안전벨트 안 했네"라는 말과 함께 차량 속도를 올리는 과속소리까지만 공개됐다. 상세한 영상물은 다음 증거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오픈카 차량은 편도 2차선 도로를 과속 후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 및 세워진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보조석에 탑승했던 피해자 A씨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20년 8월 끝내 숨졌다. 당시 경찰이 조사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로 나왔다. 

당초 제주경찰은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두 개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살인 등'으로 변경됐다.

▲ 머스탱 오픈차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지점 현장 사진 ©Newsjeju
▲ 머스탱 오픈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지점 현장 사진 ©Newsjeju

검찰이 교통사고를 '살인' 사건으로 보는 이유는 사고의 의도성 여부다. 

사고 전 오픈카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김씨는 A씨에게 안전벨트 미착용 여부를 직접 묻고는 고의로 속력을 높여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즉, 여자친구를 숨지게 할 목적으로 피고인이 과속을 했다는 주장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판단을 '예단'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이 다툼은 있었지만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인 만큼 의도적으로 사망하게 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물어본 의도는 벨트를 착용하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도 강조했다. 

증인신문에서는 살해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과 변호인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피고인과 숨진 A씨의 숙소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대략 500m 정도 거리의 편도 2차선이다. 이 구간의 평균속도는 50km지만 사고 당일 머스탱 오픈카의 최대 속력은 시속 114km까지 나왔다. 약 500m의 거리는 크게 직진 후 회전이 작은 곡선 구간, 곡선이 큰 구간, 주행 구간 등으로 나뉜다.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차량 출발 후 첫 속도와 사고 직전 속도 및 브레이크와 엑셀까지 세부적으로 나누면서 교통사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증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각 구간별로 주행 중인 차량의 속도와 브레이크 제동 등은 제각각 달랐다. 양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질문을 던져 나갔다.   

다만 데이터를 분석한 증인들은 조사된 내용은 단순 수치일 뿐 운전대를 잡은 피고인의 고의성 여부까지는 알 수 없다는 잠정적 결론을 도출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 재판부는 오는 9월13일 오후 4시30분 재판을 속행키로 했다. 다음 재판은 여러 증거조사와 유족 측이 증인으로 채택돼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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