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검찰청 23일자로 '전담 수사팀' 꾸려
대검찰청, '제주 변호사 사건' 등 살인사건 엄정 수사 지시
약 22년 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진실 규명 드러날까

21일 오전 10시9분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모씨가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8월21일 오전 10시9분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모씨가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경찰이 지난 1999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재수사에 나서 '살인 교사' 혐의로 피의자 김모(55. 남)씨를 구속수사 중에 있다. 경찰은 이번주 김씨를 송치할 계획인 가운데,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위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23일 제주지방검찰청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진실 규명 등을 위해 이동언 형사1부장검사를 수사팀장으로 강력 전담 2개 검사실을 투입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및 지명수배, 국내 강제송환, 구속에 이르기까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지난 21일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주임검사가 출석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제주검찰의 '변호사 살인사건'의 철저한 수사 방침은 대검찰청의 지시 사항의 연장선이다.

대검은 이날 전국 검찰청에 '살인 범죄' 철저 수사 및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대검이 언급한 주요 사건이 바로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이다. 

엄정 수사 지시 세부사항은 ▲검·경 간 긴밀한 협력으로 효율적인 수사 진행 ▲전담수사 체계를 통한 범행 동기 및 공범관계 철저 수사 ▲형량범위 내 최고형 구형 등 엄정 구형 및 항소 강화 등이 포함됐다. 

또 살인 범행 후 처벌을 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외로 빠져나가는 사범들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대검찰청은 강조했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변호사 살인사건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씨는 국내를 벗어나 외국에서 생활해왔다. 수사당국은 1999년 11월5일 사건 발생 후 여러 용의자를 대상에 올려놨지만 당시 피의자 김씨는 포함되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미제로 먼지가 쌓이던 사건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방송은 자신을 과거 제주 조직폭력배 '유탁파' 조직원으로 소개한 김씨가 자신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인터뷰가 담겼다. 당시 김씨는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중 한 명에게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경찰은 방송 인터뷰를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2020년 7월1일자로 김씨를 입건하고, 올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올해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제주 경찰은 같은 날 오후 4시10분쯤 김씨와 함께 입도해 구속수사를 잇고 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충실한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며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제주 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검찰(사법시험 24회)에 입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사법시험 동기다. 서울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이승용 변호사는 1992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장기 미제로 남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5일 새벽 故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 남)는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삼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11월5일 새벽 5~6시 사이다. 

당시 이 변호사는 흉기에 가슴과 배를 3차례 찔린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로 잠정적 결론 났다. 

경찰은 괴한에게 일격을 당한 피해자가 차량 안으로 들어와 이동하려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당 사건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미궁으로 빠지며 약 22년 간 잠들었다. 

23일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닌 당시 지방선거와도 연관성이 있다"며 "살인 교사와 피의자를 살해한 살인자 모두 폭력조직 일원으로, 철저한 배후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승용 변호사는 1998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회장의 양심선언을 돕고, 제주지역 폭력조직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며 "피의자가 배후 없이 단독으로 살인을 교사했다고 볼 구체적인 정황이 없다"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변호사 살인사건 '살인 교사' 혐의가 적용된 김씨는 이달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면서 취재진들을 향해 "사건과 관련된 배후세력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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