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소송 사기 미수' 70대 남성에 벌금형
"없던 일로 하자"며 찢어버린 차용증···3년 후 사본 제출, 민사소송 제기
"법원 기망하는 소송사기, 죄질 나쁘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70대 남성이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는 내용의 거짓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발각돼 형사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결과에 불복해 항소 절차에 나섰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경)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78. 남)씨에게 2,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6월 자신의 소유지를 주변 사람들이 침범했다는 사유로 토지 매수를 하지 않는다면 시설물 등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피해자 3명은 일부 침범한 토지 87㎡가량을 약 3,600만원에 김씨에게 지급하는 조건으로 각각 분할 매입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매입 체결 후 "토지를 너무 싸게 팔았다"며 900만원을 추가 지급하지 않으면 지분 이전 등기를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 피해자는 이 연장선으로 900만원의 차용증을 작성해 피고인에게 전달했다. 

같은 해 7월 자신의 토지를 모 회사에 매수하려던 김씨는, 피해자에게 넘긴 87㎡가량의 토지 지분 등기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김씨는 피해자에게 "지분 등기를 한시적으로 말소하면, 토지 매수 회사가 건축 허가를 받은 뒤  토지 87㎡를 다시 이전토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900만원의 차용증도 받지 않겠다고 회유에 나섰다. 양측은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 계약서를 작성하고, 차용증을 찢어버리면서 900만원의 채권은 없던 일이 됐다.

사건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발생됐다. 2019년 7월 김씨는 갑자기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900만원의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피고인은 2016년 당시 양측의 약속대로 찢어버려 없어진 줄 알았던 차용증 사본을 들이밀었다. 

법원은 김씨가 제출한 문서를 근거로 지급명령을 내리자 피해자는 이의신청에 나섰고, 사기 행각이 드러나게 됐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는 행위로 죄질이 나쁘고, 피고인은 반성의 기색조차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청구취지 금액이 비교적 소액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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