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주지법, 섯다 사기도박단 8명 첫 공판
피고인 3명 공소사실 '부인', 나머지는 '시인'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도박에 문외한 사람을 유인해 수억 원의 판돈을 딴 사기도박단이 재판대에 올랐다. 총 8명의 피고인 중 주범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공범들은 혐의를 인정했다. 도박판에서 합이 맞았던 이들이 법정에서는 패가 달랐다.

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심병직)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82. 남) 등 8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기도박 사건은 2019년 9월과 10월 사이 발생했다. 고소 시점은 2020년 5월이다.  

구속된 설계자 A씨(82. 남), 기술자 B씨(69. 남), 자금책 C씨(59. 남) 등은 사기도박 피해자를 물색해 D씨(77. 남)에 접근했다. 구속자들과 피해자는 모두 제주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피해자 D씨는 도박 경험이 전무했다. A씨 등 사기도박 일당은 D씨를 '섯다' 도박판으로 유인했다. 

섯다는 화투를 이용한 노름으로 2장의 패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서 높은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사기도박단은 해당 게임 승률을 '무적' 확률로 높이기 위해 정해진 패가 돌아가도록 미리 순서를 짜둔 일명 '탄'을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사기도박을 위해서는 여러 무리들이 조직적으로 함께 합을 맞춘다. 피해자는 빠른 손놀림과 협업 등에 현혹돼 사기 여부를 눈치 채지 못한다. 

제주판 '타짜'들은 피해자 D씨에게 9땡을 주고, 자신들은 더 높은 패인 장땡을 만드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D씨가 피해를 입은 금액은 2억1,100만원이다.

이날 재판대에 오른 피고인 중에는 전직 교사도 범행에 가담했다. 피해자 역시 전직 교사 출신이다. 사기도박단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손발을 맞춰 피해자의 돈을 뜯어냈다. 그러나 공판에서 이들이 꺼낸 패는 혐의 '부인'과 '인정'으로 나뉘었다. 

섯다 도박 설계자 A씨와 기술자 B씨 변호인은 "일반적인 도박을 했고, 일명 '탄'을 만드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고인 1명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사기도박단 3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가담자들은 "경제적 유혹으로 범죄에 가담했고, 다시는 이런 세계에 접근하지 않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범행을 시인한 4명 중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1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다른 3명에게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은 오는 10월19일 오후 혐의를 부인한 피고인들에 대한 속행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한편 이번 사기도박단 사건은 대검찰청이 선정한 '7월 형사부 우수 업무사례(부장검사 이동언, 검사 김효진)'로 선정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