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누가 죽였나 '진실게임'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누가 죽였나 '진실게임'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1.09.29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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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적용된 백광석·김시남 두 번째 재판 속행
두 명의 피고인 "상대방이 죽였다" 책임 떠넘겨
모 언론사 소속 기자 법정 내 불법녹음으로 퇴정 당하기도
제주지법, 10월27일 오후 3시 결심공판 진행키로
제주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모 주거지
제주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모 주거지

제주 조천읍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광석(49. 남)과 김시남(47. 남)이 두 번째 재판대에 올랐다. 두 피고인은 직접적으로 살인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진실게임을 벌였다. 당일 재판에서는 도외 지역에 본사를 둔 모 언론사 기자라고 밝힌 이가 불법 녹음을 하다가 적발돼 퇴정 당하는 일도 빚어졌다. 

29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된 백광석·김시남 재판을 속행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은 피해자 A군(16) 모친 B씨와 2018년 11월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지내왔다. 백광석과 B씨는 2021년 5월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관계가 틀어졌다. 

이때부터 백광석은 B씨에게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 백광석은 B씨와 연락이 잘 안 된 가운데 A군이 자신을 향해 '당신'이라고 칭하자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살인을 다짐한다.  

이후 백광석은 도내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김시남의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A군을 함께 제압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늘어놓게 된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김시남의 단란주점 운영이 코로나 상황 등으로 어려워지자 백광석은 400만원 가량을 결제해주고, 500만원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백광석은 "A군을 잘 제압하면 문제가 될 일이 없고, 죽이더라도 내도 죽을 것이기에 적발될 일이 없다"는 말로 김시남을 회유했다.  

결국 둘은 2021년 7월18일 청테이프 등을 미리 구입 뒤 제주시 조천읍 B씨의 집에 무단침입했다. 김시남은 A군을 안고 침대 위로 눕혔고, 백광석은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이들은 테이프로 결박하고, 목을 졸라 질식 사망하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이날 재판에서 백광석과 김시남의 직접적인 살인 행위 책임 공방은 치열했다. 

증인신문에서 백광석은 사건의 시작은 A군을 혼내주기 위한 '겁박' 정도라고 했다. 자신이 몸이 좋지 않기에 체격이 좋은 A군을 홀로 제압할 수 없어 김시남에게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백광석은 김시남에게 자신의 카드를 사용하라고도 했다. 또 만일 일이 잘못돼 A군이 죽는다면, 자신도 따라서 죽을 것이고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했다. 

'제압' 정도의 도움을 수락한 김시남은 백광석과 함께 사건 당일 A군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범행 장소에서 김시남이 먼저 나온 후 약 4시간이 흐른 뒤 백광석도 자리를 벗어났다. 

여기까지는 두 명의 피고인의 진술이 일치한다. 문제는 피해자 A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당사자가 누구냐는 물음이다.

경찰 초기 수사 단계에서 백광석은 "김시남의 진술이 다 맞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다가 "김시남이 목을 졸랐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재판에서 백광석은 입장을 바꾼 사유로, "죽은 피해자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시남 변호인 측은 "김시남은 A군에 원한도 없고, 피해자를 죽일 이유가 없다"며 "목을 조르는 장면을 봤다면 왜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백광석은 "(당시는) 넋이 나가있어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백광석이 범행 이후 자기 모친과 통화 내용도 언급했다. 

녹취록은 "엄마 나 성질 많이 나서...이거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돼...사람 죽었어...아니 목 졸랐어...몰라 너무 화가 많이 나서..."라는 발언이 담겼다. 

해당 발언을 토대로 김시남 변호인은 피해자 A군을 죽인 사람은 백광석이라고 했다. 

백광석은 "당시는 김시남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 위한 발언"이라고 답변했고, 김시남 변호인 측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두 명의 피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리자 재판부는 증인석에 있는 백광석을 향해 김시남이 질문을 하라고 했다. 

김시남은 "죽은 A군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다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백광석이 직접 목을 졸라 죽였다"며 "형님(백광석)이 죽여놓고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광석은 "목을 조른 것은 김시남으로, 처음에는 혼자 뒤집어쓰려고 했었다"면서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면 바른대로 말을 해야 한다"고 김시남이 목을 졸랐음을 재차 강조했다. 

피고인 두 명과 검찰, 변호인 등의 발언을 모두 경청한 재판부는 증인석에 오른 백광석에게 "제압만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상식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물었고, 백광석은 "저는 있는 그대로만 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계속해서 재판부는 "범행 과정은 망설임이 없이 순식간에 진행됐다"며 "그렇다면, 정황상 두 명의 피고인은 숨진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한 의도보다 애초에 살인을 목적을 두고 접근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백광석은 "처음부터 제압만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잘 안 돼서 일이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숨진 A군의 어머니는 "겨우 16살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아들의 원한을 풀 수 있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오열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10월27일 오후 3시 결심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방청객 1명이 불법 녹음을 했다가 재판부에 적발되는 일도 빚어졌다. 

재판부는 당사자에게 신분을 요구했고, 불법 녹음 적발자는 모 언론사 소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적발자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취재진은 서울에 본사를 둔 해당 언론사에 실제 소속 기자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법원조직법 제59조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을 못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같은 법 58조는 재판장은 퇴정을 명령할 수 있고, 제61조는 법원은 필요 시 직권으로 20일 이내의 감치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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