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선에서도 같은 사례로 두 차례 이의 제기된 바 있지만
지난 2002년 대선 때부터 여지껏 중도 사퇴표 모두 무효로 처리

이재명 후보, 50%p 넘으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최종 후보로 선택
이낙연 측, 중도사퇴표 무효처리 거부... 사실상 '사사오입' 철회 촉구
송영길 당 대표 "당헌당규에 이미 정해진 바"... 이의제기 사실상 '거부'

▲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 ©Newsjeju
▲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 ©Newsjeju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최종 후보자가 선출됐지만 본선 대결에서 상대 진영을 완전히 압도해 낼 '원 팀' 구성 동력이 요원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경선 투표율 50%p를 넘기면서 결선 투표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의 최종 후보자로 선택됐지만, 이낙연 후보가 경선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자의 투표를 무효로 처리하는 선거 규칙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지난 10일 경선 결과가 발표된 날에 곧바로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낙연 측 지지자들 모임인 '민주당을 지키는 사람들'은 하루 뒤인 11일 오후 4시에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까지 예고했다. 경선 결과를 숙고할 필요도 없이 이미 '불복' 노선으로 정해놓고 이를 준비했다는 얘기다.

허나 민주당에선 중도사퇴표를 무효로 처리한다는 게 당헌당규로 제정돼 있어 이의제기를 한다해도 결과가 뒤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송영길 당 대표 역시 이에 대해 11일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며 "이 당헌당규는 제가 당 대표일 때도 아니고, 이해찬 전 대표 때 만들어져서 지난해 8월 이낙연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선출하던 전당대회 때 통과된 특별 당규"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제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선경선후보가 18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지역을 위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선경선후보가 지난달 18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지역을 위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사사오입, 이낙연 측의 주장은

'사사오입(四捨五入)'이란 반올림(round-to-nearest-even)의 옛말이다. 0.445를 소수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0.4가 되지만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0.5가 되기에 이를 이르른 말이다. 0.444였으면 0.4가 됐을테지만 겨우 백분의 일의 수치 차이로 결과가 뒤바뀌기 때문에 이낙연 측이 중도사퇴자의 표를 유효표로 계산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0.29%이지만, 경선 과정에서 정세균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사퇴일 이전에 투표한 건 무효가 아니라 유효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재명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9.32%가 되기 때문에 결선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때문에 이낙연 후보 측에선 이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규정에 따르면, 특별당규 제59조에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돼 있다.

당연 이낙연 후보도 이를 잘 안다. 지난해 8월에 이 당헌당규가 적용돼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엔 이번처럼 논란이 될 만한 상황 자체가 없었기에 이를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 즉,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자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를 고쳤어야 했다.  

만일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가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제기를 수용할 시엔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당헌당규로 제정한 '원칙'을 고치거나 수정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앞전의 사례를 모두 부정하게 되고 향후 경선에서도 좋지 않은 사례로 남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경선 후보가 27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지역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지역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전 사례는 어땠나... 이의제기 있었으나 수용된 적 없어

이번 사례와 똑같은 경우가 제18대 대선을 준비하던 지난 2012년 때 있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대선후보 선출 경선룰을 확정할 때, 최종 득표율 계산 시 중도사퇴자의 기존 득표를 유효투표 수에서 빼 무효표로 처리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을 두고 당시 손학규나 김두관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한 편파적인 조항이라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에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에선 "당무위에서 당규를 처리할 때 다른 후보들의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했었고, 정세균 후보 측에선 "후보가 사퇴하면 그 표를 무효표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가 울산과 제주지역의 유시민 후보의 득표수를 무효표로 처리함에 따라 지역별 득표 결과 기사들이 일제히 수정된 바 있으며, 지난 2002년 제16대 대선 때에도 유종근 전 전북지사가 경선을 포기하면서 제주·울산에서의 득표수가 무효표로 처리됐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은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개표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 그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적이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번 논란 역시, 경선 도중에 이낙연 후보 측에서 문제제기를 한 바 있어 선관위 및 지도부가 이를 논의를 했었는데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에 그 해석에 관한 문제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 역시 "16대 대선과 18대 경선에서 같은 주장들과 이의가 제기됐었으나 당시 당무위원회는 지금처럼 사퇴한 후보의 표를 무효처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며 "대선 경선 후보를 두고 당무위에서 결정된 사안을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어진 사례도 없다"면서 "이런 걱정을 했다면 경선 전에 문제를 제기해서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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