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사장 결재로 계약할 수 있게 계약규정 변경
손정미 & 김의근 전 사장, 제주도의회 문광위 특정감사 출석요구에도 불응

▲ 손정미, 김의근 전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Newsjeju
▲ 손정미, 김의근 전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Newsjeju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가 지난 5년간 108건의 수의계약을 멋대로 체결한 것이 모두 손정미와 김의근 전 사장에 의한 것임이 25일 밝혀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은 지난 22일에 예고한대로 25일 ICC와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국, 제주도감사위원회를 상대로 특정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날 특감의 핵심은 지난 5년간 ICC에서 행해진 불법 수의계약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느냐였다. 문광위 위원들의 질의와 ICC 심평석 전무이사의 설명에 의하면, ICC는 지난 2018년 1월 23일에 4차 개정을 통해 계약규정을 변경했다. 손정미 전 사장의 임기 만료 2달 전이다.

변경된 내용 중 총칙 2조에 '지방계약법을 준용하되, 필요한 경우에 별도 방침을 정해 사장의 결재를 득해 시행할 수 있다'는 명문을 집어넣었다. 사실상 사장이 마음대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한 조항인 셈이다.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계약부서와 실무부서가 이원화 돼 있던 시스템에서 계약 개정이 되면서부터 담당 부서로 일원화되고 은폐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도 "2000만 원의 이상은 모두 나라장터 통해서 계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8건 모두 이를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ICC 심평석 전무이사는 "(수의계약)절차를 몰랐다"는 이해하지 못할 답변으로 응수한 뒤, 해당 계약규정에 대해선 "사장의 의도를 제가 알진 못하고 업무 상 시간적인 제약 등의 이유로 직접 집행하려 했던 것으로만 안다"고 답했다.

이어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동)은 "제주 어느 출자출연기관에도 이런 규정이 없다. 계약개정에 대해 이사회를 개최하긴 한거냐"고 성토했다. 심평석 이사는 "이사회는 개최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안창남 위원장은 "8000만 원짜리 건도 4000만 원짜리 두 개로 쪼개서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1년에 한 곳에 3번 이상 수의계약 할 수 없는데도 10번 이상 수차례 계약한 것도 있다"며 "사장은 나몰라라하고 그만두고, 전무는 계속 바뀌고, 경영기획실장하던 사람은 평사원으로 강등됐다가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부장직급으로 8000만 원의 연봉을 받질 않나. 이건 관리감독 부서가 1차 책임져야하고, 이걸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감사위원회도 문제"라고 혀를 끌끌 찼다.

이에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관리감독부서인 제주자치도 관광국에 활 시위를 돌렸다. 박 의원은 "관광국장이 ICC 당연직 이사다. 이사회 참석 안 했나. 참석했는데도 이런 규정을 보고 아무런 문제제기를 안 한 거냐"며 "회의비 수당은 다들 다 받아갔던데 거기 가면 뭐하나. 800억 들여 추가 건물 짓겠다고 하는데도 서면으로 갈음하고... 이렇게 도정이 허술했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박 의원은 "수의계약 관련 자료 제출도 국회에만 하고 도의회와 감사위 요청엔 묵살했는데도 그냥 넘어가주고, (원희룡)지사 측근이 사장으로 앉아 있으니까 그냥 다 놔둔거냐"고 힐난했다.

제주자치도 관광국 변영근 관광정책과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대응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한편, 손정미 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위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으나, 당시 원희룡 지사가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 손정미 전 사장은 다시 연임되면서 2018년 3월까지 ICC를 맡았다.

즉, 손정미 전 사장이 퇴임하기 직전에 계약규정에 손을 대고 사장이 마음대로 계약 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둔 뒤에 김의근 전 사장에게 자리를 넘긴 것이다. 제주도정은 계약규정이 불법이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김의근 전 사장은 2018년 8월에 도의회 인사청문위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 임명됐으나, 최근 ICC에 대한 여러 논란이 언론보도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9월 돌연 사직했다.

그는 퇴직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ICC 건물 앞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식수를 심었다. 식수 식재는 ICC 사장 역대 최초였으며, 원희룡 전 지사를 따라한 행보로 읽혀 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허나 이 둘은 이날 모두 문광위의 특감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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