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과, 제주도감사위 모두 한통속이었음이 드러나

2016년부터 불법 수의계약 일삼았는데도 도정 & 감사위 '모른척'
제주도정 관광국장, 이사회 당연직 이사로 해당 조항 개정되도록 방관
제주도감사위원회, 제보 받고도 유야무야 넘겨... 이제서야 "철저히 하겠다"

▲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가 비리의 종합선물센트이자 복마전으로 전락된 건 그간 원희룡 도정 하에서 지도감독의 부실과 '눈 감고 봐주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ewsjeju
▲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가 비리의 종합선물센트이자 복마전으로 전락된 건 그간 원희룡 도정 하에서 지도감독의 부실과 '눈 감고 봐주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ewsjeju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가 전형적인 복마전(伏魔殿)이었다.

'복마전'은 나쁜 일을 꾀하는 무리들이 모여있는 곳을 비유하는 말로, 마귀가 숨어 있는 소굴을 뜻한다. 한 마디로 악의 축이다. 원희룡 전 지사의 최측근인 김의근 전 사장을 필두로 도민혈세를 자신의 지인들 주머니에 챙겨준 행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서다.

혈세 낭비뿐만이 아니다. 45명이 전부인 공기업에서 지난해에만 11명이 퇴사하는 등 직원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했고, 1000만 원이 넘는 수리비용을 직원 개인에게 납부하게 하는 가 하면, 출퇴근을 조작했다가 적발당한 인물이 승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ICC에서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안창남 위원장이 25일 ICC를 가리켜 '악덕기업'이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ICC를 상대로 특정 행정사무감사를 벌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안창남 위원장은 "이게 과연 제주도정의 출자출연기관이 맞는거냐. 저게 악덕기업이지 공기업이냐"며 "이를 방조한 제주도정과 도감사위원회도 공범"이라고 힐난을 쏟아부었다.

안창남 위원장의 지적대로 ICC가 복마전이 될 수 있었던 데엔 결정적으로 제주도정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있었다. 말 그대로 '눈 뜨고 봐주기'가 제대로 한몫했음이 이날 특감에서 확인됐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원희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왼쪽 상단부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안창남 위원장과 박원철, 문경운, 김황국, 오영희, 박호형 의원. ©Newsjeju
▲ 왼쪽 상단부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안창남 위원장과 박원철, 문경운, 김황국, 오영희, 박호형 의원. ©Newsjeju

# ICC 비리 내부고발자 색출에만 혈안이 됐던 제주도정

제주도정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ICC와 한통속이었다는 결정적인 이유는 ICC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제보자 색출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이 내용과 관련된 JTBC의 보도 내용을 화면으로 틀자 드러난 내용이다. 문 의원은 "제주도정에선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제보자를 색출하려 했던 정황이 보였다. 제게 도움을 요청했던 분도 오죽하면 '누구 하나 죽어야 될 것 같다'고 하셨다"며 "얼마나 안에서 썩었으면 제보자가 도청이나 감사위에 제보해도 안 되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에 이어 언론, 의원에까지 제보를 하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문 의원은 "의회에서 ICC에 자료를 달라고 해도 안 주는 건 엄벌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며 "그냥 지나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특별감찰로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제주도감사위원회 장문봉 사무국장은 "책임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확약했다.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제주도정의 무능과 방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사장 결재로 수의계약 체결할 수 있기 한 계약 규정은 이사회 전결 사항인데, 제주자치도 관광국장이 이사회 당연직 이사로 있다"며 "이 내용 확인 안 한 거냐.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봐준거냐. (원희룡)지사 측근이 사장으로 가 있으니까 그냥 놔둔거냐"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은 "감사위원회에서도 이를 들여다봤는데도 별 문제 없다고 하니 도민들이 화가 안 나겠나. 이러니 감사위를 믿지 못해서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에 제보하는 게 아니냐. 감사위의 위상 재정립하려면 ICC를 환골탈퇴시킨다는 각오로 감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제주자치도 변영근 관광정책과장과 제주도감사위원회 장문봉 사무국장. 둘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조사와 감찰을 확약했다. ©Newsjeju
▲ 제주자치도 변영근 관광정책과장과 제주도감사위원회 장문봉 사무국장. 둘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조사와 감찰을 확약했다. ©Newsjeju

제주자치도 변영근 관광정책과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제주도감사위 장문봉 사무국장 역시 유념하겠다고 다시 허리를 숙였다.

안창남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동)도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4년에 손정미를 원희룡 지사가 임명할 때부터 알아봤다. 당시 유람선 정도를 운영할 사람을 항공모함에 앉혀 놓으면 되겠느냐 해서 부적정하다고 인사청문했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국회에 제출된 자료보니까 수의계약 한 사례가 없다고 보냈던데, 아니지 않느냐. 도정에선 ICC에서 제출한 자료를 검토도 않고 그냥 제출했다는 게 아니냐"며 "이걸 감사위에서도 적발해 내지 못한 건 무능한 것임을 드러내는 그 자체"라고 일갈했다.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심평석 전무이사. ©Newsjeju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심평석 전무이사. ©Newsjeju

한편, ICC는 손정미 전 사장이 재임했을 2018년 1월께 지방계약법 조항에 명시된 것 외에 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조항을 개설해 명문화시켰다.

공공기관에선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2000만 원 이상의 공사 건은 반드시 입찰 사이트인 '나라장터'에 게시해 입찰 과정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허나 국회에 제출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ICC 마이스 기획실에서 계약한 자료에 의하면, 단 한 건도 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전부 수의계약으로만 체결했음이 확인됐다.

즉, 2018년 1월에 계약 규정이 개정되기 이전에도 ICC는 손정미 사장이 멋대로 업체를 선정해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다. 특히 특정업체와 계약이 지난해까지 계속됐다. 

지난 2017년 7월에 있었던 9000만 원짜리 행사가 각각 4500만 원씩 두 개의 별도 사업으로 쪼개져 수의계약을 맺는가 하면, 해당 업체의 배우자나 형제가 운영하는 업체와도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몰아준 금액만 최소 13억 원이 넘는다.

원희룡 전 지사가 인사청문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정미를 임명 강행한 뒤 이어 자신의 최측근인 김의근 전 사장까지 ICC 수장에 앉혀 놓고 이 특정업체에게 수의계약을 계속 체결하게 한 것에 대한 배경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행정에서 이를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눈 감아준 것과 도감사위 역시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수십 차례에 걸친 불법 수의계약을 찾아내지 못한 건 아무리 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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