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등 혐의 적용된 백광석·김시남 세 번째 재판 속행
김시남 피고인 신문 중 사전 작성된 답안 읽어내려 '주의'
피고인 두 명 ''네가 죽였다'' 책임 공방은 여전 
제주지법 11월18일 오후 2시30분 결심공판 진행키로 

제주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모 주거지
제주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모 주거지

제주 조천읍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광석(49. 남)과 김시남(47. 남)이 세 번째 재판대에 올랐다. 당초 재판은 검찰이 형량을 구형하는 결심이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검찰 측이 10월25일 자로 피고인에 대해 전자 부착 명령을 청구해 일정이 조정됐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두 명의 책임 공방은 계속됐다. 또 김시남은 피고인 신문 중 미리 작성한 종이를 보면서 책을 낭독하는 것 마냥 답변하다가 재판부에 경고를 받기도 했다. 

27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된 백광석·김시남 재판을 속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은 피해자 A군(16) 모친 B씨와 2018년 11월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지내왔다. 백광석과 B씨는 2021년 5월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관계가 틀어졌다. 

이때부터 백광석은 B씨에게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 백광석은 B씨와 연락이 잘 안 된 가운데 A군이 자신을 향해 '당신'이라고 칭하자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살인을 다짐한다.  

이후 백광석은 도내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김시남의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A군을 함께 제압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늘어놓게 된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김시남의 단란주점 운영이 코로나 상황 등으로 어려워지자 백광석은 400만원 가량을 결제해주고, 500만원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백광석은 "A군을 잘 제압하면 문제가 될 일이 없고, 죽이더라도 내도 죽을 것이기에 적발될 일이 없다"는 말로 김시남을 회유했다.  

결국 둘은 2021년 7월18일 청테이프 등을 미리 구입한 뒤 제주시 조천읍 B씨의 집에 무단침입했다. 김시남은 A군을 안고 침대 위로 눕혔고, 백광석은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이들은 테이프로 결박하고, 목을 졸라 질식 사망하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이날 재판은 백광석·김시남 피고인에 대한 신문 절차가 이뤄졌다. 담당 변호인은 피고인 백광석에게 살인 가담자 진술을 번복한 사유를 물었다. 

백광석은 올해 7월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가에서 A군(16)을 살해한 후 도주했다가 이튿날 저녁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 수사단계에서 백광석은 살인을 '독단적인 행위'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가 갑자기 "김시남과 공동으로 했다"고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법정 안 피고인 신문석에 자리한 백광석은 "처음에는 김시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혼자 한 것으로 말을 했었다"며 "담당 형사가 '김시남이 자백을 했다'고 말을 하자 사실대로 진술을 바꾸게 됐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백광석을 향해 범행 전부터 현금과 체크카드 등 금전적 이익을 준 사유를 추궁했다. 

백광석은 "김시남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길래 일단 준 것으로, 살해 목적을 갖고 준 것은 아니다"라며 "빌려준 것으로, 만일 피해자 A군이 죽지 않았다면, 돌려받았을 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백광석에게 같은 현금과 체크카드를 넘긴 사유를 재차 물었지만, 피고인의 답변은 "살해 목적이 아닌,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일단 준 돈"이라고 말했다. 

A군을 마지막까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당사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지난 재판과 동일하게 "상대방이 죽였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7월27일 낮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가 적용된 백광석(49. 남)이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송치되고 있다.
7월27일 낮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가 적용된 백광석(49. 남)이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송치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는 백광석이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스스로 '간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착각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백광석은 그 당시 각혈을 하고, 살이 빠지고, 밥을 잘 못 먹는 등 육체적으로 쇠약해져 있어서 스스로 '간암'에 걸린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병원은 찾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김시남은 피고인 신문에서 현금과 체크카드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사전 범행 공모 여부 등은 모두 부인했다. 그냥 백광석이 주길래 이유를 묻지 않고 썼다고 말했다.  

목을 조른 범행 도구인 '허리띠'에 관해 질문을 던진 재판부와 검찰은 날카로웠다. 피고인 김시남은 백광석이 피해자 A군을 제압한 뒤 허리띠로 목을 졸랐고, 자신은 넘어지면서 우연히 허리띠 끝부분을 밟은 사실을 경황이 없어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시남에게 "범행 당시 한 번도 손에 낀 장갑을 벗은 적이 없느냐"며 "허리띠에서 DNA가 검출됐다"고 추궁했다.

김시남은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난 상황이었고, 허리띠에 땀이 떨어지자 장갑을 낀 손으로 닦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해명 답변에 재판부는 주목했다. "경황이 없어서 허리띠를 밟은 사안도 몰랐었다"고 주장한 김시남이 땀이 떨어진 사소한 일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경황이 없었다면서 땀이 떨어지는 것은 기억 하느냐"고 물었고, 김시남은 "땀이 떨어지는 것은 봤고, 겁이 나서 닦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땀일 뿐인데, 왜 겁이 났느냐"며 "겁이 났다는 것은 혹시 그 당시에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시남은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범죄 현장에서 나올 때 피해자의 상태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시남에게 물었고, '의식이 없었다'고 말한 피고인은 "앞이 깜깜했다"고 표현했다. 

재판부는 "그런 사람이 살인사건 발생 당일 오후에 백광성 카드를 이용해서 현금을 인출하고, 카드 단말기로 699만원을 결제할 수 있느냐"며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시남 담당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는 한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담당 변호인은 약 18개의 질문을 던졌고, 김시남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늘어놨다. 그런데 미리 준비된 사전 문답지를 보면서 책을 낭독하는 수준으로 답변을 하는 김시남의 행동이 재판부에 발각됐다. 

피고인이나 증인 신문은 당사자의 '기억'에 의존해 진술해야 한다. 그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답변이나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권리가 주어진다. 

신문 당사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재판부는 사건과 관련된 판단을 참작한다. 그런데 미리 정리해서 온 일종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간다면, 신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위다. 이런 행위는 변론요지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오는 11월18일 오후 2시30부 결심 공판을 예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백광석을 향해 "피고인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던데, 당신도 귀한 아들"이라며 "숨진 피해자도 소중한 아들이었다"고 꾸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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