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건 발생한 제주판 미제사건, 국민참여재판 하지 않기로
'그것이 알고 싶다' 진술 '거짓' 주장···"허구를 믿는 리플리 증후군 있어"
공소시효와 살인 혐의 적용 공방 치열 예고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약 20년이 흐른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방대한 분량을 살펴봐야 하는 복잡한 특수성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 피고인과 검찰 측이 모두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다음 속행 재판은 관련 증인들을 소환해 진행된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나온 피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검경이 기소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다. 

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된 김모(55. 남. 전직 조직폭력원)씨 첫 공판을 열었다. 

앞서 피고인 측과 검찰은 재판을 앞두고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면서 재판부는 지난달 6일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1999년 발생한 사건에 따른 공소시효 문제와 관련 증인 신청만 11명에 달하는 등 방대한 쟁점들로 양측 모두 국민참여재판 요청을 철회했다. 재판부는 '공판 준비기일'에서 곧바로 '공판기일'로 전환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김씨는 1999년 당시 제주 유탁파 조직폭력배 행동조직 격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해 8월~9월 사이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으니 이승용 변호사를 손 봐줘야겠다"는 지시를 받은 피고인은 현금 3,000만원을 받고, 범행 결정권을 이임 받았다. 

이후 같은 조직폭력배 친구인 A씨(2014년 8월 사망)와 공모에 나선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가 검찰 출신으로 상해만 입힐 경우 자신들의 범행 은폐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살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1999년 11월5일 새벽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가슴과 복부를 A씨 흉기에 3회 찔려 숨졌다. 검찰은 김씨에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살인죄 혐의가 성립된다고 했다.

살인 용의자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2019년 10월 피고인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접촉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송국 측은 2020년 피고인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다. 내용은 김씨가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중 한 명에게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7월1일 자로 김씨를 입건하고, 올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올해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됐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피고인 측은 반박했다.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는데, 방송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리플리 증후군이 있는 정신질환이 조금 있다"며 "살인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방송 인터뷰 내용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칭한다.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조직폭력배 친구인 A씨(2014년 8월 사망)가 죽기 전에 "내가 피해자를 살해했고,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즉, A씨를 대신해서 유족에게 뒤늦은 사과를 전하기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접촉했다는 것이다. 

또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에 명시된 성명불상자로부터 전달받은 "손 좀 봐달라"는 문맥은 '살인'이 아닌, '상해' 정도일 뿐, 피해자의 죽음과 피고인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도 했다. 

피고인은 이번 재판의 핵심 중 하나인 '공소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2014년 3월~2015년 4월까지 국내를 벗어나 마카오에 체류하긴 했지만, 도피 목적도 아니었고 국내에 들어온 후 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1999년 발생한 살인 공소시효 15년이 2014년 11월4일까지로, 피고인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있다고 판단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음 속행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사건 전말을 설명해 줄 수 있는 4명의 증인을 소환해 신문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11월17일 오후 3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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