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타짜 사기도박단 경찰 수사단계서 "사실 증명 어렵다" 무혐의
재수사 나선 검찰, 다각적인 자료 수집 등으로 기소
제주지법, 사기도박단에 징역형에 집행유예 각각 선고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사실 증명이 어렵다"며 경찰이 제주판 '타짜' 사기도박단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냈다. 자칫 수억 원의 판돈을 날린 피해자만 억울할 뻔한 사건이었지만, 검찰의 끈질긴 재수사로 유죄를 만들었다. 

사기 도박판에서 합이 맞았던 피고인들은 첫 재판에서 '혐의' 인정과 '부인'으로 나뉘며 손발이 맞지 않았다. 일당 중 한 명은 끝까지 혐의를 시인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심병직)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82. 남) 등 총 8명의 피고인에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구속된 설계자 A씨(82. 남)씨와 기술자 B씨(69년. 남)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자금책 C씨(59. 남)는 징역 2년에 집유 3년을, 나머지 5명의 일당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명했다.  

사기도박 사건은 2019년 9월과 10월 사이 발생했다. 고소 시점은 2020년 5월이다. 설계자 A씨 등은 사기도박 피해자를 물색해 피해자  D씨(77. 남)에 접근했다. 구속자들과 피해자는 모두 제주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피해자 D씨는 도박 경험이 전무한 전직 교사 출신이다. A씨 등 사기도박 일당은 D씨를 '섯다' 도박판으로 유인했다. 피고인 중에도 전직 교사 출신이 가담했다.  

섯다는 화투를 이용한 노름으로 2장의 패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서 높은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사기도박단은 해당 게임 승률을 '무적' 확률로 높이기 위해 정해진 패가 돌아가도록 미리 순서를 짜둔 일명 '탄'을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사기도박을 위해서는 여러 무리가 조직적으로 함께 합을 맞춘다. 피해자는 빠른 손놀림과 협업 등에 현혹돼 사기 여부를 눈치채지 못한다. 

제주판 '타짜'들은 피해자 D씨에게 9땡을 주고, 자신들은 더 높은 패인 장땡을 만드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D씨가 피해를 본 금액은 2억1,100만원이다.

올해 9월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설계자 A씨와 기술자 B씨 등 3명은 "일반적인 도박을 했고, 일명 '탄'을 만드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나머지 5명의 피고인은 "경제적 유혹으로 범죄에 가담했고, 다시는 이런 세계에 접근하지 않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한 달 뒤인 10월19일 속행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설계자와 기술자 등은 도박패를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특히 설계자 A씨는 "지난 재판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백해 버렸다"며 "겁이 나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라고 용서를 구했다. 

8명의 일당 중 1명인 E씨(71. 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사기도박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E씨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도박을 했고, 피해자 D씨가 거액을 잃었다는 점 등을 주목했다. 통상적인 도박이 아닌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C씨가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공모해 사기도박 범행을 저질렀고, 도박 전과가 다수인 피고인도 있다"면서도 "도박 피해금을 돌려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주판 타짜 기소 사건은 대검찰청이 선정한 '2021년 7월 형사부 우수 업무사례(부장검사 이동언, 검사 김효진)'로 선정된바 있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기도박단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공모 사실 증명이 어렵다는 취지로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경찰의 '무혐의' 판단에도 검찰 측은 사기도박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끈질긴 수사를 펼쳤다. 검찰은 도박단의 휴대폰 포렌식과 수표 및 계좌 추적 등 다각적인 수사로 실체를 밝혀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명의 대포폰을 사용하면서 도주한 자금책 C씨를 끈질기게 추적, 잠복 끝에 검거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된 사기도박 사건을 원점부터 철저한 재수사로 전모를 밝혀냈다"며 "검찰은 향후에도 '국민 중심'의 관점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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