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 14개 과제 신속 승인

사용 후 배터리 활용 ESS 연계 전기차 충전 &
전기차 폐 배터리를 태양광 가로등 배터리로 재활용, 실증특례 허용돼

▲ 제주 향토기업 (주)대은이 산자부에 신청한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탄소중립 실증특례 사업 2건을 신속승인 의결 받았다. 위 사진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업 개요도. ©Newsjeju
▲ 제주 향토기업 (주)대은이 산자부에 신청한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탄소중립 실증특례 사업 2건을 신속승인 의결 받았다. 위 사진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업 개요도. ©Newsjeju

척박한 2차 산업 토양의 제주에서 (주)대은(대표 송기택)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는 지난 15일에 올해 5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서면심의로 개최하고, 총 14건의 규제특례(규제 샌드박스)를 신속히 심의·의결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기존의 규제를 면제해주거나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제도다. 이번 심의에선 탄소중립 11건과 디지털 전환 과제 4건이 다뤄졌다.

이 14건 중에 제주기업인 대은이 신청한 2건이 포함됐다. 대은은 ▲사용 후 배터리 활용 ESS 연계 전기차 충전과 ▲태양광 가로등 배터리 사업으로 실증특례를 신청했고, 이날 신속승인을 받았다.

문승옥 장관은 "최근 탄소중립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 모델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달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탄소중립 추진이 본격화됨에 따라, 산자부에선 이번 특례위를 통해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과 관련된 실증특례 안건만 8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자부 관계자는 "향후 신청기업들은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전기 이륜차, 농업용 전동고소작업차, 가로등 전력공급용 배터리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하게 된다"며 "또한 ESS와 연계한 도심형 전기차 충전소 운영,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서비스 등의 주요 안건들도 승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자부는 "탄소중립 등 산업 대전환을 위해 탄소저감 신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규제 샌드박스가 그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현재까지 이번 특례위에서 승인된 14건의 과제를 포함해 총 183건의 과제를 승인해왔다. 올해에만 81건을 승인했다. 승인기업 중 94개 기업은 사업을 개시해 누적 매출액 623억 원, 투자금액 1252억 원을 달성했다. 352명의 일자리도 신규로 창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실증 특례를 거쳐 사업을 개시한 승인기업은 올해 55개사로 대폭 늘었으며, 승인과제와 관련해서도 20개 법령이 정비가 완료돼 정식 사업으로 가동되고 있다.

# 대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2개 사업으로 추진

대은이 추진하는 2개의 실증 특례 중 '사용 후 배터리 전기차 충전' 사업은 말 그대로 다 쓴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소에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전기차에서 쓰다 버려진 배터리로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들어 여기에 자가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충전한 후, 직접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사용 후 배터리는 안전성 검증제도가 부재한 상황이고, 전기안전관리법에서도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의 검사기준이 없어 검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전기사업법상 자가용 발전설비로 생산한 전력은 전기차 충전 및 판매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까지 하다. 대기환경보전법상에도 환경부와 지자체가 보유 중인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의 매각 절차가 없어 아예 폐배터리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현재 이 문제는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돼 내년부터는 매각이 가능해지면서 해결됐다.

이에 산자부 규제특례심의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제주도의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대은의 이 사업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SK E&G도 같은 사업으로 이날 승인받았다.

산자부는 이 사업을 통해 태양광 자가발전 전력을 전력시장 등을 거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에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배전 전력손실 감소 및 분산전원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대은은 '사용 후 배터리'를 태양광 가로등 배터리로 재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하게 된다. 현재 태양광 가로등에 대해선 전기설비 기술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 사업 역시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받았다.

규제특례심의위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사용 후 배터리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승인한다"며 "향후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시한 검사기준에 따른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재사용 중 환경오염에 유의하도록 했다. ESS는 옥외 전용공간에 설치하도록 조건을 달았고, 한전 기본공급 약관에 따른 전기사용 계약체결 및 전기차 충전용으로만 판매하는 것으로 제한을 뒀다.

이번 실증특례 사업과 관련, 대은의 송기택 대표는 "사실 제주가 폐배터리가 아닌 전기차 충전 관련 산업으로만 특구가 지정돼 있는 상태여서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산업 추진이 쉬운 게 아니"라며 "허나 현재 제주가 겪고 있는 출력제한과 에너지 고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에너지 저장'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기택 대표는 "에너지 저장에는 수소나 전자(배터리), 열(태양), 바람(풍력) 등의 자원이 필요하고, 대은에서는 배터리를 사업화 해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폐배터리를 ESS로 만들어 전기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만들다보면 중소기업의 생명인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대은은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동남아시아 등지에 해외 수출을 노리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를 위해 대은은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지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15년 이상 써왔던 사명을 변경하는 결정 자체가 쉽진 않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이 시점이 최적의 시기라 판단한다"며 "제주에서 나고 자란 향토기업이 세계의 ESS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