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1999년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두 번째 공판 진행
'살인' 혐의 피고인, 리플리 증후군 주장 계속···SBS 제작진 증인 출석
피고인 "검·경 수사 여부와 혐의 적용, 사전에 알았다" 주장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판 미제 사건으로 약 20년간 잠들었던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살인' 혐의가 적용된 피고인은 경찰이 은밀히 진행한 미제사건 수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나왔다. 또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주장도 유지했다. 

17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55. 남. 전직 조직폭력원)씨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제작진 두 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제보를 받은 과정부터 피고인을 캄보디아에서 만나 취재를 한 과정 등을 설명했다. 

증인 신문 전 재판부는 피고인을 향해 리플리 증후군을 언제부터 앓았고, 관련 치료를 받은 기록 여부 등을 먼저 물었다. 

앞서 피고인은 올해 11월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환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소된 김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중 한 명에게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검·경은 해당 대화를 일종의 자백으로 보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피고인은 올해 8월18일 캄포디아에서 송환돼 구속기소 됐다. 

리플리 증후군 주장의 요지는, 방송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피고인은 "2016년쯤 리플리 증후군이 심한 지인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같은 증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병원 진료는 받은 적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 증후군을 검색해 자신도 리플리라고 스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 인터뷰 역시 증후군 연장선 부분이 있었지만, 담당 취재진에게는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음을 말하진 않았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재판과정에서는 피고인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검·경의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나왔다. 

피고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경찰 미제사건팀에서 자신을 단독범행 혹은 최소 공범으로 엮으려 한다'는 내용과 '검찰 기소 단계에서는 살인 공동정범이 적용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내용의 출처를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숨진 피해자 유족 측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의향이 있다면 제작진이 경찰 쪽에 힘을 써서 도와주겠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제작진은 해당 사실을 김씨에게 전달하거나 말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방송 제작진 측에서 피고인에게 해당 발언들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함에 따라 사전에 누군가가 수사 정보를 흘려준 정황이 논란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경찰청 측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에게 정보를 흘려준 인물에 대해 추궁했지만 입을 다물었다"며 "사실관계는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취재진에 전했다. 

이어 "김씨는 경찰 수사에서도 '리플리 증후군'을 주장했지만 프로파일러 분석 결과 실제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과는 다른 유형으로 판단됐다"고도 덧붙였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한편 증인으로 출석한 SBS 시사교양국 관계자 두 명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첫 제보부터 피고인을 캄보디아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을 상세히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살인사건 관련 첫 제보는 2019년 9월 자신을 피고인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자 조직폭력배 쪽에도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고 소개한 A씨로부터 받았다. 

A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사주인이 "변호사를 손 좀 보라"고 지시를 했고, 친구이자 같은 조직원인 B씨가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려고 했으나 일이 잘못돼서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제작진에게 알렸다. 

제보한 이유는 피고인 김씨가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뒤늦게나마 유족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방송 제작진은 A씨를 통해 김씨의 연락처를 받았고, 캄보디아에 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증인 출석 제작진은 피고인을 살인교사범으로 단정한 사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피고인은 수사 당국과 법정에서 "손 좀 봐주라(혼만 내주라)고 시켰다"고 주장하나 결과는 '살인'으로 틀어졌지만 이후 김씨는 사주를 받은 사람에게 돈을 받아 행동에 나선 B씨에게 금원을 전달한 배경을 주목했다고 했다. 

취재와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 등을 수합했더니, 첫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음에도 '보상'으로 돈을 준 부분 등으로 피고인이 애초에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피고인 변호사는 해당 소견에 대해 첫 공판 당일 "손 좀 봐달라"는 문맥은 '살인'이 아닌, '상해' 정도일 뿐, 피해자의 죽음과 피고인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주지법은 오는 12월8일 오후 2시부터 다른 증인들을 소환해 세 번째 공판을 진행키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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