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제주지법, 결심공판 진행
검찰, 범행도구 DNA 검출 토대로 김시남이 죽인 것으로 판단
피고인 두 명 "네가 죽였다" 공방은 여전
재판부, "범행을 거든 행위는 뭐냐"···백광석 "죽인 것이다"
12월9일 오전 선고 공판 진행키로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사진 왼쪽부터) 제주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49)과 김시남(47)

제주 조천읍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광석(49. 남)과 김시남(47. 남)에게 법정 최고 형량인 '사형'이 구형됐다. 그러나 결심공판 당일까지 피고인 두 명의 살인 책임 전가는 여전했다. 

18일 오후 2시30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된 백광석·김시남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두 명의 피고인에게 '사형' 및 10년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형을 구형한 검찰은 이번 살인 사건이 계획된 범죄라고 판단했다. 백광석은 피해자인 A군(16)을 죽이겠다는 말을 수시로 했고, 김시남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범죄에 가담했다고 했다. 

A군의 사인은 질식사인데, 범행 도구인 허리띠에서 검출된 DNA도 검찰은 주목했다.

범행 도구에서 나온 DNA는 허리띠 중간 지점에서는 백광석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양쪽 끝에는 김시남의 유전자가 나왔다. 

두 명의 피고인들은 살인 책임을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검 결과와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김시남이 뒤에서 피해자 목을 졸라 죽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 백광석 피고인은 눈물을 보였고, 김시남 피고인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백광석 변호인은 "피고인은 올해 사실혼 관계가 종료되면서 깊은 A군 모친에 깊은 서운함과 분노를 갖게 됐다"며 "분노가 깊어지면서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A군을 혼내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피해자를 혼자 제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피고인은 김시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서도 "살해에 대한 확정적인 결심이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검찰의 계획적 범죄 판단에 항변했다. 

또 "피고인은 김시남이 살인 행위에 선제적으로 가담했고, 허리띠를 이용해 목을 조른 것 역시 김시남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며 "살인 범행 책임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김시남은 백광석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저는 범인이기도 하지만 목격자이기도 하다"고 말한 김시남은, "한 아이의 죽음에 변명하긴 그렇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백광석의 말은 다 거짓이다"고 강조했다. 

결심 공판을 마치기 전 재판부는 피고인 백광석이 제출한 편지를 낭독했다. 

'피고인 백광석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써 내려 간 글은 A4 용지 한 장짜리 분량이다. 편지는, 반성의 말과 함께 김시남의 행동을 말리지 못한 자책감, 앞으로 속죄하면서 살겠다는 입장 등이 담겼다.

편지를 끝까지 읽은 재판부는 백광석을 향해 "전체적으로 반성하는 문맥이지만, 피해자를 피고인이 죽였다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 주장대로 김시남이 죽였고 본인은 거들었다면, 그 행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백광석은 "죽인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오는 12월9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주시 조천읍 주택가에 침입한 40대 남성들이 청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주택가에 침입한 40대 남성들이 청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은 피해자 A군(16) 모친 B씨와 2018년 11월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지내왔다. 백광석과 B씨는 2021년 5월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관계가 틀어졌다. 

이때부터 백광석은 B씨에게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 백광석은 B씨와 연락이 잘 안 된 가운데 A군이 자신을 향해 '당신'이라고 칭하자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살인을 다짐한다.  

이후 백광석은 도내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김시남의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A군을 함께 제압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늘어놓게 된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김시남의 단란주점 운영이 코로나 상황 등으로 어려워지자 백광석은 400만원 가량을 결제해주고, 500만원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백광석은 "A군을 잘 제압하면 문제가 될 일이 없고, 죽이더라도 내도 죽을 것이기에 적발될 일이 없다"는 말로 김시남을 회유했다.  

결국 둘은 2021년 7월18일 청테이프 등을 미리 구입한 뒤 제주시 조천읍 B씨의 집에 무단침입했다. 김시남은 A군을 안고 침대 위로 눕혔고, 백광석은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이들은 테이프로 결박하고, 목을 졸라 질식 사망하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백광석은 살인 사건을 '독단적인 행위'라고 진술했다가 "김시남과 함께 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사유는 죽은 피해자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사실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백광석·김시남은 재판 과정에서 내내 "네가 죽인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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