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봐주고 누군 법대로 하고
누군 봐주고 누군 법대로 하고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11.2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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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 처리기한 만료
법대로면 폐공 절차 밟아야 하나 여전히 지하수 취수 중...

제주도정이 민원처리 기한 넘기면서 '오류' 발생
집행부, 제주도의원들 지적에도 잘못 인정 않고 되려 의회에 떠넘겨

제주특별자치도가 민간 및 개인사업자에겐 법의 잣대를 철저하게 들이미는 반면, 공공기관이나 거대기업에겐 유독 관대하게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지만, 권력을 쥐고 그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이들 외엔 그저 '교과서적'인 논리일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는 26일 제400회 정례회 1차 회의를 열어 58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수많은 안건 중 '한국공항주식회사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이용 유효기간 연장허가 동의안' 때문에 환도위는 깊은 고심에 빠지게 됐다.

처리를 안 해주면 한국공항은 소송을 걸게 되고, 행정은 100% 패소한다. 그렇다고해서 의회가 이를 처리해 주면 행정절차법을 어긴 상태에서 심의를 하게 되는 것이어서 행정의 잘못을 방조한 꼴이 된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고 우기면서 무작정 의회에 처리해달라고만 조르고 있어 이날 회의를 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했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이용을 위한 유효기간 연장허가 동의안을 두고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이용을 위한 유효기간 연장허가 동의안을 두고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누가봐도 행정 탓인데... 아니라고만 우기는 행정

문제의 핵심은 제주도정이 연장허가 신청을 정해진 기한 내에 처리했느냐의 여부다. 

법적으로 민원신청 처리기한은 20일 이내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휴일은 민원처리 기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한국공항이 지난 8월 19일에 신청했기에 9월 16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허나 11월 26일에야 의회에 동의안에 제출됐기에 이미 76일이나 지난 상태다.

하지만 제주자치도 환경보전국은 아직 '17일'밖에 안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수관리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기간도 민원처리 기간에 산입해야 한다고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고 하는 게 근거다. 

허나 지하수심의위는 9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심의했다. 이 기간을 산입한다해도 20일은 무조건 넘는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이것 외에 산입해야 하는 기간이 더 있다며 자신들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넘지 않았다고 맞섰다.

설령 집행부의 주장대로 민원처리 기한이 아직 넘지 않았다고 해도 결정적인 문제는 이미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 기한이 지난 11월 24일자로 만료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환도위에선 이미 만료돼버린 대상의 동의안을 심의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우선 절차대로, 한국공항은 연장허가 만료일이 도래하기 90일 전인 지난 8월 19일에 신청했기에 사업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민원처리 기한을 넘기고, 심지어 사용허가 만료일이 지났는데도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제주도정에 잘못이 있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답변하고 있는 제주자치도 문경삼 환경보전국장.
답변하고 있는 제주자치도 문경삼 환경보전국장.

# 법 지키는 사람 따로, 봐주는 곳 따로

다만, 제주자치도 문경삼 환경보전국장은 "허가기간만 보면 사실 종료돼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취했다. 허나 그러면서도 "한국공항이 지난 20년 넘게 연장을 받아왔고, 허가를 내준다해도 당장의 지하수 고갈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신뢰의 기반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라며 처리기한이 지났더라도 연장허가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산읍)은 "법이란 게 예외가 있나. 여태 20년 해줬다고 통과시켜줘야 하나. 상생협력하면 다 봐줘야 하느냐"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지하수 사용허가를 신청한 지하수 관정이 240공이나 된다. 여기엔 사업기간이 만료되면 사용허가 취소되고 원상복귀 명령 내려지지 않느냐. 다른 사업엔 이렇게 법대로 하면서 한국공항엔 허가를 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고 의원은 "이번에 제출된 지하수 관리 조례 개정안을 보면 농업인들을 구제해주려는 건 좋은데, 공공허가에서도 107건이나 들어와 있다. 이 107개 지하수공은 연장허가 안 받고 지금도 쓰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문경삼 국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고 의원은 "공공기관에선 연장허가 안 받고도 이렇게 내주는데 농어업인들에겐 폐공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나. 공공기관에도 폐공하라고 똑같이 문서를 보냈느냐"고 재차 캐물었다.

진기옥 물정책과장이 "기한이 도래했다고만 문서를 보냈고 폐공 명령 문서는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고 의원은 "개인에겐 법을 철저히 지키라고 하면서 공공기관을 봐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자, 문 국장은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침묵만을 지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 의회가 부대조건 달아도 구속력 없다며 등한시하는 집행부

이와 함께 2년 전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취수 연장허가를 내줄 시 의회에서 부대조건을 달았던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 명시된 부대조건은 ▲취수공 인근 폐수배출 등 지하수 오염 예찰활동 강화할 것 ▲허가 종료시점 고려하여 사전에 도의회 동의 절차 이행될 수 있도록 허가부서와 협의할 것 ▲유효기간 연장에 대한 법적 근거에 대해 법제처 등 유권해석 받아 근거 명확히 할 것 ▲이익금 일부를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 적극 검토할 것 등이다.

집행부는 이 4가지 모두 지켜졌다고 봤다. 반면 도의원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기에 두 번째가 지켜졌다고 보긴 힘들다. 또한 유권해석을 받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정작 실제 받진 못했다. 지역환원 방안 역시 미비한 상태다. 항공기 대수에 따른 취등록세 납부금 인상 뿐, 오히려 칼호텔 사태로 더 악화되기만 했다.
 
게다가 집행부와 의회 간의 더 큰 시각 차는 이 부대조건을 두고 제주도정은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권고사항'일 뿐인 것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안 지켜도 그만'일 뿐인 '권고사항'으로 여겼기에 도의원들은 "이러면 동의안을 심의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이를 두고 양병우 의원(무소속, 대정읍)은 "이 안건이 허가사항이 아니냐. 그러면 허가권자에게 부대조건을 이행하게 할 구속력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면 건축허가 나갔는데 부대조건 이행 안 해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문경삼 국장은 또 다시 답을 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응수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들. 상단 왼쪽부터 강성의 위원장, 송창권, 양병우, 조훈배(하단 왼쪽), 강충룡, 고용호, 김희현 의원.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들. 상단 왼쪽부터 강성의 위원장, 송창권, 양병우, 조훈배(하단 왼쪽), 강충룡, 고용호, 김희현 의원.

# 그러면 법대로 하자. 소송전 불사 천명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집행부는 끝끝내 이번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절차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각을 세웠다. 집행부가 재차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라고 물러서지 않자,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을)은 법대로 처리하자고 맞섰다.

김 의원은 행안부의 유권해석을 들이밀었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라 할지라도 심사 내용이 자문적 의견 진술에 의한 것일 경우엔, 심의 기간을 절차 기간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며 지하수심의위가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회의기간을 민원처리 기간에 산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절차법을 위반한 게 명백한데 이대로 의회로 책임을 떠넘기면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냐. 한국공항에서 소송 걸면 100% 진다. 문제가 있는데 자꾸 없다고만 하고, 부대의견도 그렇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다 못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문 국장이 "지적한 바는 느꼈다. 행정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어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한 발 물러서자, 김 의원은 "명확하지 않았으면 사과를 하던가, 절차를 제대로 밟던가 해야지 이제와서 의회보고 어쩌라는 거냐. 자꾸 아니라고만 하니 법대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국장은 다시 침묵한 뒤 그제서야 "다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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