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 면세업계 매출 전년 대비 83% 폭락
제주 시내면세점 발전방안 논의 위한 제주관광학회 추계 정책토론회 개최

"한시적으로 과감히 면세한도 상향할 필요 있어" 주장... 가능성엔 의문제기
"무엇보다 해외관광객이 들어와야 면세시장 활성화 되지 않겠나"

제주지역 면세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써 2년째 해외 관광객 유입이 끊기면서 매출이 83%나 감소해 고용인력이 줄어드는 악영향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제주관광업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면세 구매액 제한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것도 일단 해외 관광객이 제주로 들어와야 가능한 것이기에 '무사증 제도' 부활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관광학회(회장 홍성화 교수)는 지난 11월 2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위드코로나 시대에 제주지역의 시내면세점 발전방안'을 주제로 추계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주지역 면세업계 경영난이 매우 심각해지자, 제주도 내 관광 전문가들은 한시적으로 면세한도를 크게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나 먼저 해외 관광객들이 제주로 유입돼야 하기에 '무사증 제도'가 한시라도 빨리 부활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 코로나19로 인해 제주지역 면세업계 경영난이 매우 심각해지자, 제주도 내 관광 전문가들은 한시적으로 면세한도를 크게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나 먼저 해외 관광객들이 제주로 유입돼야 하기에 '무사증 제도'가 한시라도 빨리 부활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 제주지역 면세업계 매출 83%, 고용도 62% 감소... 경영난 심각

먼저 홍성화 제주대학교 교수는 중국 하이난 지역의 면세정책을 예로 들며 제주에서만이라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면세한도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면세한도는 600달러며, 홍 교수는 이를 3000달러 수준까지는 늘려야 중국으로 몰려가는 해외 여행객 수요를 국내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주장을 낸 이유는 현재 제주지역 면세업계의 매출이 매우 큰 낙폭을 보여 고사 직전 단계에 달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전국 면세점 업계의 총 매출액은 약 25조 원에 달했다. 허나 그해 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020년 매출액은 37.6%가 감소한 15조 5000억 원 규모로 줄었다. 제주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제주지역 시내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2019년 매출액이 약 2조 4000억 원이었고 지난해 매출액은 겨우 4000억 원에 그쳤다. 무려 83%나 감소한 것이다. 전국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들어선 호조세다. 허나 이것도 제주 지역은 예외다. 수도권 지역의 올해 9월 기준 매출 총액은 1조 765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허나, 제주지역의 9월 매출액은 여전히 2019년 9월 대비 83%나 감소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주 시내면세점의 경우, 제주산 중소기업 대상 상품 전시와 판매공간을 제공하면서 연간 23억 원 수준의 매출 실적을 거두고 있었으나 현재는 매장 자체가 휴장하면서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러한 매출감소는 고스란히 경영악화로,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전국의 면세업계 고용인원은 약 3만 5000명 정도였으나, 올해엔 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42.7%나 인력이 빠진 것이다.

역시 제주지역은 더 심각했다. 2019년에 제주지역 시내면세점에서 종사하던 인력은 2891명이었으나, 올해엔 1112명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약 62%나 감소했다.

홍성화 교수는 이 상황에서 일명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다이궁'에 의한 국내 면세점 매출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중국이 자국의 면세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 교수는 중국이 지난해 하이난 지역의 면세한도를 3만 위안(약 500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800만 원)으로 대폭 상향조치하고, 품목을 38개에서 45개로 늘리면서 코로나 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27%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 교수는 "다이궁에게 지불하는 수수료가 33~46%에 이르는 건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며 "잠재적인 해외유출 면세쇼핑 수요를 국내로 전환시키려면 국내에서도 면세상향 조치를 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럴 경우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매출의 일정 정도를 기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라와 롯데면세점 제주점. 두 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6월부터 당분간 임시휴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신라와 롯데면세점 제주점.

# 면세 상향도 좋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건, 해외 관광객 유입

이에 대해 김희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면세한도 정책 자체가 조세감면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어 기재부(관세청)가 이를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을 불식시켜야 하는 선결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공우 한국관세학회장은 "우선 외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면세상향 조치는)그 이후에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봤다.

변영근 제주자치도 관광정책과장 역시 "해외 관광객이 와야 면세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내년 1월께엔 무사증 입국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신동일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면세상향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신동인 위원은 "지역주민이 찬성하기도 쉽지 않고, 기재부를 설득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유찬 신라면세점 점장은 "국내 경제규모가 지난 20년간 5~6배 커졌는데 면세한도는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건 맞다"며 "우선 당장은 무사증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찬 점장은 "지정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고가 브랜드를 가져와야 하이난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을 가져갈 수 있다. 하이난이 제주를 배워 커졌지만 이제는 우리가 하이난을 벤치마킹해 제주도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홍성화 학회장은 "다이궁에 대한 의존이 커진만큼 과다 경쟁으로 출혈이 커지고만 있다. 하이난의 목적은 뚜렷하다. 해외 수요를 내수로 돌리는 건데, 우리도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제주도가 제대로 준비를 해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며 이날 토론회를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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