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쫓던 범인 아니네", 검·경 '인권' 공방
"어! 쫓던 범인 아니네", 검·경 '인권' 공방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1.12.07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박사범 잡기 위해 김해 모텔 급습한 경찰
엉뚱한 사람 손에 수갑, 알고 보니 마약사범
마약사범 관할 경찰에 넘긴 후 쫓던 용의자 붙잡아
검찰 "잘못된 체포 문서 안 남긴 경찰, 직무유기"
7일 오후 제주지법, '직무유기' 기소 경찰관 '무죄' 선고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제주 경찰이 불법 도박사범을 쫓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 손에 수갑을 채웠는데, 알고보니 마약사범을 붙잡았다. 

자신이 쫓는 용의자가 아님을 인지한 경찰은 타지역 관할 경찰서에 마약사범을 넘기고 수갑을 풀어줬는데 이 건으로 법정에 섰다. 

오인 체포와 관련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유인데, 경찰관은 억울함을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였고, 검찰은 "인권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심병직)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 A경위(39. 남)에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경찰청 소속 A경위는 2020년 8월12일 불법 사설 도박 관련 수사로 피의자를 붙잡기 위해 타지역으로 출장을 나서기로 했다.

경남 김해에 도착한 A경위는 이튿날인 8월13일 오전 한 모텔에 용의자가 투숙한 사실을 확인하고, 긴급체포에 나섰다. 

당시 A경위가 쫓던 인물 B씨는 모텔 403호에 머물렀다. 경찰은 모텔 업주에게 B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숙박 호실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B씨 얼굴과 C씨 얼굴을 착각한 업주는 경찰에 C씨가 있는 401호실을 알려줬다.

결국 경찰은 쫓고 있는 B씨가 아닌 C씨가 있는 401호실로 들어갔다. C씨는 자신의 신분증이 없고, 타인 신분증을 소지하는 등 여러 정황상 의심을 사 긴급체포됐다. C씨는 1시간가량 '불법사설 도박' 관련 용의자로 수갑을 찼다. 

▲제주경찰청 ©Newsjeju
▲제주경찰청 ©Newsjeju

이 과정에서 드라마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엉뚱한 인물로 수갑을 찬 C씨는 알고보니 마약사범이었다. 

A경위는 C씨가 머문 401호실에서 마약이 발견됨에 따라 타지역 관할 경찰에 C씨 체포를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이 쫓는 용의자가 C가 아닌 것을 알고는 수갑을 풀어주고, 403호에 투숙한 B씨를 붙잡아 제주로 송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주경찰에 허무하게 붙잡힌 마약사범 C씨는 고소에 나섰고,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제주지검은 기소 당사자 신분이 현직 경찰인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전원 외부인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 의결'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 판단의 큰 줄기는 '인권'과 관련됐다. 

긴급체포 경우는 사전 영장을 발급받지 않고, 용의자를 붙잡은 후 사후에 영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상 긴급체포 후에는 범죄사실 고지 → 긴급체포서 작성 → 긴급체포 원부 작성 → 긴급체포 통지 → 긴급체포 승인 건의(12시간 내) → 구속영장 신청 또는 석방 등의 절차를 밟도록 명시됐다. 

이런 절차의 밑바탕은 인권이다. 검찰 측은 경찰이 긴급체포서나 긴급체포 원부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신병 관련 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즉, 쉽게 말하면 C씨를 체포했던 것이 기록상에 남아있지 않아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소홀하게 경찰이 다뤘다는 것이다. 

드라마 같은 반전으로 경찰이 수갑을 잘못 채웠던 C씨가 무고한 시민이 아닌 마약사범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죄 없는 사람이 수갑을 1시간가량 찼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이라는 전제도 첨가된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재판과정에서 A경위는 "체포보고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구두로 상관에 보고를 했다"며 "오인 체포는 미안한 마음"이라고 선처를 구했었다. 

검찰 측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긴급체포는 위법으로 시간적으로도 절차를 이행할 시간은 충분했었다"며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라며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직무유기' 고의성을 놓고 고심했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은 "직무유기를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어야 하고, 오인 체포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 등도 없는 것 같다"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을 때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325조 등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 선고에 A경위는 "재판부의 판단에 감사드리고, 제복 입은 경찰관으로 앞으로도 사명감으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검찰 측은 "신병과 관련된 인권 문제로 소홀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