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월드스쿨 인증 현판식 7일 개최
내년 3월부터 2학년 전체 학생 대상 DP 운영 후 2023년에 첫 IB 외부평가 실시돼

▲ 제주 표선고등학교가 IB 월드스쿨 지위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현판식이 7일 학교에서 진행됐다. ©Newsjeju
▲ 제주 표선고등학교가 IB 월드스쿨 지위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현판식이 7일 학교에서 진행됐다. ©Newsjeju

제주 표선고등학교(교장 임영구)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학교 단위의 IB DP를 도입해 운영하게 됐다.

표선고는 IB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를 제공하는 학교로선 국내 17번째이지만, 표선고가 기존 16개 학교들과 다른 건 학급 단위가 아니라 학교 단위로 IB 월드스쿨로 인증받았다는 점이다.

기존 16개 학교들은 학년 전체 모든 반이 DP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학년이어도 일부 학급에만 적용해 운영해왔다. 즉, 시범적 성격인 셈이다. 허나 표선고는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입학한 1학년 전체 학급부터 적용해 IB DP 전 단계인 Pre-DP 수업으로 진행해 준비를 마쳤고, 내년 3월부터는 모든 2학년 학생들이 IB DP로 수업을 받게 된다. 내년 3월에 입학하게 되는 1학년은 마찬가지로 DP 준비교육을 받으며, 자연스레 2023학년도엔 1학년이 DP 준비교육, 2·3학년은 DP 교육을 시행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3학년도부터는 표선고의 모든 학생이 DP 교육 대상자가 되며, 2023년 11월에 3학년 학생들이 첫 IB 외부평가에 응시하게 된다.

▲ IB Pre-DP 과정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 표선고 학생들. 한 여학생이 수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Newsjeju
▲ IB Pre-DP 과정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 표선고 학생들. 한 여학생이 수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Newsjeju

IB DP로 수업을 받고 졸업하게 될 학생들은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의 약 35~40%인 정시 모집에 응시할 수 없게 돼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비판이 있다. 허나 IB 최종 점수로 해외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기에 마냥 단점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때문에 제주도교육청이 과감하게 도입한 IB 교육의 결실은 현재의 표선고 1학년생들이 오는 2023학년도 이후 어느 대학에 진학하며, 3학년 전체 학생 중 대학 진학율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의 표선고 대학진학율을 상회한다면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의 진학율과도 비교될 수밖에 없을 예정이라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2024년 1~2월께에 첫 결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까지 고려할 경우엔 좀 더 두고봐야할 수도 있다.

▲ 표선고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학급 단위가 아닌, 학교 단위로 IB DP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교가 됐다. ©Newsjeju
▲ 표선고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학급 단위가 아닌, 학교 단위로 IB DP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교가 됐다. ©Newsjeju

표선고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7일 오전 10시 IB 월드스쿨 인증 현판식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현판식엔 이석문 교육감부터 박희순 정책기획실장, 이창환 정책기획과장, 정성중 학교교육과장 등의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과 부공남 교육위원장, 표선을 지역구로 둔 강연호 부의장, 표선고의 전·현직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과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참석했다.

제주도의회 강연호 부의장은 "제가 표선고 18회 졸업생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감내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해 알찬 성과를 이뤄낸 교장과 모든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사실 표선고가 IB 관심학교로 지정되기 전에는 기대와 우려가 상존해 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연호 부의장은 "개교 70주년을 앞둔 모교가 그간 7번이나 교명을 바꿔온 아픈 역사기 있었기 때문에 IB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며 "허나 학부모들의 과감한 결단으로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 성원을 바라고, 교육청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 IB Pre-DP 과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표선고 학생들. ©Newsjeju
▲ IB Pre-DP 과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표선고 학생들. ©Newsjeju

제주도의회 부공남 교육위원장도 IB를 도입하는데 처음엔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부공남 위원장은 "대한민국 교육이 중학교까지는 국제적으로도 학력이 상당히 높다. 허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로 갈수록 학력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뒤쳐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부 위원장은 "여태껏 자연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한 명도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지식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혁신의 쾌거를 이뤄냈다는 걸 이곳 표선고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IB의 높은 벽을 넘는데 큰 도움이 됐다. IB 인증은 표선고 공동체 전체의 참여로 이뤄낸 성과"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임영구 교장은 "초석을 다져 준 전 교장이셨던 정성중 학교교육과장과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준 이석문 교육감에게도 감사를 드린다"며 "여러분들의 헌신으로 표선고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표선고의 힘찬 도약을 위해 "우선 평가와 수업 혁신을 통해 시험 성적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목표로 스스로 깨닫는 배움의 터를 만들겠다"며 "이어 IB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마을을 살리는 학교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Newsjeju
▲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Newsjeju

이석문 교육감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말 못할 소회들이 있을 거다. 저 역시 그렇다"며 많은 사람들을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일일이 전했다. 이어 이 교육감은 "평가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이들도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교육감은 "지금의 수능과 같은, 객관식 문제로 정답을 맞추는 시스템에선 아이들의 인정욕구가 좌절되곤 한다. 이를 바꾸지 않는 한 아이들이 제대로 크지 못한다"며 "그 대안을 찾다가 IB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표선고가 대한민국의 첫 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자기 의사표현이 서툴지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는 교육문화를 만들어내달라"고 표선고 임영구 교장에게 당부했다. 이 교육감은 "그리하면 부족한대로 자신의 과정을 인정받으면서 자기 삶의 만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그런 우리 아이들이 사람과 국가, 평화까지도 이끌어 낼 것이고, 표선고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꿔내는 1번지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표선고를 시작으로 관내에 위치해 있는 토산초와 표선초, 표선중학교까지 모두 IB 학교로 인증받아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IB DP 권역화를 꾀하고 있다.

▲ 표선고등학교. ©Newsjeju
▲ 표선고등학교.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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