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혐의 기소된 제주 현직경찰관, 1심서 '무죄'
검찰 "인권 부분은 소홀히 다룰 사안 아니다" 항소 나서

도박사범 잡기 위해 김해 모텔 급습한 경찰
엉뚱한 사람 손에 수갑, 알고 보니 마약사범
마약사범 관할 경찰에 넘긴 후 쫓던 용의자 붙잡아
검찰 "잘못된 체포 문서 안 남긴 경찰, 직무유기"
경찰 "수사 과정 일부 과오 모두 기소하면 사명감 떨어져"
'직무유기' 1심 무죄...항소심 결과는?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제주경찰관이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이 법리 오해 등을 사유로 항소에 나섰다. 인권과 절차 보고에 관련된 시선의 차이는 다시 법의 판정을 기다리게 됐다. 

14일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3일자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 A경위(39. 남)의 1심 무죄 판결에 불복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0년 8월13일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제주경찰청 소속 A경위는 2020년 8월12일 불법 사설 도박 관련 수사로 피의자를 붙잡기 위해 타지역으로 출장을 나서기로 했다.

경남 김해에 도착한 A경위는 이튿날인 8월13일 오전 한 모텔에 용의자가 투숙한 사실을 확인하고, 긴급체포에 나섰다. 

당시 A경위가 쫓던 인물 B씨는 모텔 403호에 머물렀다. 경찰은 모텔 업주에게 B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숙박 호실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B씨 얼굴과 C씨 얼굴을 착각한 업주는 경찰에 C씨가 있는 401호실을 알려줬다.

결국 경찰은 쫓고 있는 B씨가 아닌 C씨가 있는 401호실로 들어갔다. C씨는 자신의 신분증이 없고, 타인 신분증을 소지하는 등 여러 정황상 의심을 사 긴급체포됐다. C씨는 1시간가량 '불법사설 도박' 관련 용의자로 수갑을 찼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엉뚱한 인물로 수갑을 찬 C씨는 알고보니 마약사범이었다. 

A경위는 C씨가 머문 401호실에서 마약이 발견됨에 따라 타지역 관할 경찰에 C씨 체포를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이 쫓는 용의자가 C가 아닌 것을 알고는 수갑을 풀어주고, 403호에 투숙한 B씨를 붙잡아 제주로 송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주경찰에 허무하게 붙잡힌 마약사범 C씨는 고소에 나섰고,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제주경찰청 외경
제주경찰청 외경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직무유기' 고의성에 대해 고심 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직무유기를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어야 하고, 오인 체포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 등도 없는 것 같다"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을 때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325조 등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의 시선은 다르다. 절차에 명시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서로 오인체포 내용을 남기지 않은 것은 명백히 인권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이다. 

긴급체포 경우는 사전 영장을 발급받지 않고, 용의자를 붙잡은 후 사후에 영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상 긴급체포 후에는 범죄사실 고지 → 긴급체포서 작성 → 긴급체포 원부 작성 → 긴급체포 통지 → 긴급체포 승인 건의(12시간 내) → 구속영장 신청 또는 석방 등의 절차를 밟도록 명시됐다. 

이런 절차의 밑바탕은 인권이다. 검찰 측은 경찰이 긴급체포서나 긴급체포 원부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신병 관련 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드라마 같은 반전으로 경찰이 수갑을 잘못 채웠던 C씨가 무고한 시민이 아닌 마약사범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죄 없는 사람이 수갑을 1시간가량 찼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이라는 전제도 첨가된다. 

제주검찰 측은 "신병과 관련된 인권 문제로 소홀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항소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의 1심 무죄 판결에 '제주경찰청 공무원 직장협의회(이하 제주경찰 직장협)'은 <제주검찰의 무리한 경찰관 직무유기 기소를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냈다.

제주경찰 직장협의 사건을 둔 시선은 이렇다.

수사 과정에서 생긴 경찰의 일부 과오를 직무유기죄로 모두 기소해 형사처벌한다면, 어떤 경찰관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할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제주경찰 직장협은 "제주검찰은 이번 사례와 같은 무리한 기소로 경찰관 개인의 명예와 사명감, 그리고 경찰 조직 전체의 위상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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