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제주지역 건축물의 내진 설계 준공 비율 60.4%
학교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95.7%... 리히터 규모 6~7.0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제주도심 전경.
▲ 제주도심 전경.

제주도가 이젠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실히 드러났다.

지난 14일 규모 4.9의 강력한 지진이 제주 본섬과 아주 가까운 연안에서 발생했다. 이전에도 간간이 제주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곤 했었으나, 이날 지진 규모는 역대급의 세기였다.

기상청이 지난 1978년부터 계측해 온 이래, 제주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종전엔 지난 2008년 5월 31일에 기록됐던 4.2가 최고 규모였다. 당시엔 제주시 서쪽 78km 해역에서 발생했었다.

이 때문에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도 15일 "어제 지진으로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께서 많이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이라며 "이제 제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대응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만섭 권한대행은 "지진 발생 즉시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현장 조사도 실시해 아직까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언제 올지 모를 여진에 대비하고자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니, 도민 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추가 상황 시 신속히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가장 강력했지만 다행히 이날 지진으로 제주에선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 허나 제주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심하게 느낄 정도로 건물이 좌우로 약하게 요동칠 정도여서 일시적으로 도민들이 큰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지진 발생 이후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교육청 주차장으로 피신하고 있다.
▲ 지진 발생 이후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교육청 주차장으로 피신하고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나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에선 많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대피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실제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매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하며, 그러지 못했을 경우엔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책상이나 탁자 밑 등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숨겨야 한다. 아무리 고층에 있더라도 엘리베이터 사용은 금물이다.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때문에 규모가 있는 건물을 지을 때엔 반드시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내진 설계 기준은 건축물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으며, 지난 2017년 12월에 매우 까다롭게 개정됐다.

2층 이상의 건축물이나 1층이라도 높이가 14m 이상의 건축물, 연면적이 200㎡ 이상인 건축물, 처마 높이가 9m 이상인 건축물엔 내진 설계가 돼야 한다. 또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높이나 면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이 기준에 의해 현재 제주도 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가 된 비율은 60.4%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내 전체 20만 6771호의 건축물 중 건축물 시행령에 따라 내진 설계를 해야하는 대상 건축물은 7만 2859호다. 이 가운데 내진 설계를 확보한 건물은 4만 4023호로, 60.4%의 건축물이 리히터 규모 6.0~7.0의 지진에서 견딜 수 있도록 돼 있다.

나머지 39.6%가 아직 내진 설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으로 비춰지나, 이는 건축물 시행령이 개정되기 이전에 준공된 건물이 포함돼 있어서다. 2017년 12월 이후엔 시행령에 의거 내진 설계를 강제해 이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그 이전엔 소급적용할 수 없다보니 나타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행정에선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내진을 보강하면 세제 감면 등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내진 설계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오후 5시 19분께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부근 해역에서 4.9 규모의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다.
▲ 14일 오후 5시 19분께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부근 해역에서 4.9 규모의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대량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대규모 공공시설 건축물인 학교 등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미 제주도 내 거의 모든 학교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을 완료해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185개교(원래는 188개교이나 이 가운데 3개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은 건물 내에 있다)에 570동의 건축물이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내진 성능평가를 통해 건축물 시행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곳에 보수공사를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 20개교의 25개동을 제외한 95.7%의 건축물에서 내진 설계를 갖췄다. 도교육청은 연차별로 계속 사업비를 투입해 나머지 학교 건물에 대해서도 내진 보강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어제 지진으로 제주도 내 모든 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을 귀가시켜 안전을 확보토록 했다"며 "가스와 전열기구, 엘리베이터, 체육관 등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점검을 면밀히 하면서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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