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30대 남·녀 구속
올해 3월 아이 출산 후 도내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도주
경찰 추적 끝에 12월19일 경기도 평택서 검거···21일 구속돼
둘 사이 낳은 아이 두 명 모두 '유기·방임'···출생신고도 안돼 있어
"정해진 법률 절차가···제도 개선 시급하다"

2021년 한 명의 신체 건강한 남아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몰랐다. 태어나면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축복받지 못할 생명의 탄생도 더러 있는 세상이다. 태어났지만 태어난 적 없는 아이, 부모와 제도가 '유령'을 만들었다.

뉴스제주 자료 사진
뉴스제주 자료 사진

#. 매몰차게 신생아 버린 무책임한 30대 남녀

올해 3월3일 제주도내 모 산후조리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를 출산했는데 혹시 맡길 자리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전화 문의 3일 뒤인 3월6일 저녁, 30대 여성이 산후조리원을 찾았다. 여성의 체온 속 신생아는 울고 있었다. 조리원에 아기를 맡긴 여성은 잠시 집 정리를 하고 오겠다며 급히 돌아갔다. 

산후조리원 직원들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아기가 버림받을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성은 아기 분윳값으로 30만원을 입금한 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계자는 10년이 넘게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봤다고 했다. 고로, 당시 일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렸다. 

"어머니, 아기 얼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찾아오세요." 조리원 측은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여성은 늘 바쁘다고 했다. 바쁨의 사유는 매번 달랐다. 하루는 이사한다고 했고, 하루는 돈이 없다고 했다. 무책임한 핑계는 한 달이라는 시간으로 누적됐다. 

신생아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직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기와 마주할 때 '어쩌면', '설마', '혹시'라는 슬픔의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사비를 들여 아기 옷을 사줬다. 음식값도 지불했다. 

산후조리원은 여성을 설득했다. 돈이 없어도 좋으니 아이를 보러 오라고 말했다. 여성은 매몰찼다. 신생아 방치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조리원 측은 결국 올해 4월26일 경찰 신고에 나섰다. 

경찰 수사는 재빨랐다. 신생아는 경찰관이 대동한 보육업체가 인계했다.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30대 남성을 모두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했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으로 태어난 신생아 유기·방임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둘은 2019년에도 신생아를 방치하고 잠적했다. 첫째 아이는 현재 친족이 데리고 있지만, 지금도 출생신고가 안 된 유령 존재다. 올해 태어난 둘째 아기도 같은 처지로, 현재 도내 보육단체에 있다. 

여성과 남성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무책임의 끝은 도주였다. 경찰은 약 8개월의 추적 끝에 이들을 12월19일 경기도 평택에서 붙잡았다. 제주지법은 12월21일자로 남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을 신고한 산후조리원 측은 여성이 구속됐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신생아를 살피는 기간 동안 발생한 수백만원의 금액을 받지 못한 사안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정이 들었던 신생아를 가장 걱정했다. 

제주경찰청 외경
제주경찰청 외경

#. 태어났지만, 태어난 적 없는 아이들

행정시는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출생신고가 안 된 사안을 인지했다. 문제는 법이 방관을 만들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44조는 출생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같은 법 46조는 신고 의무자가 기간 내 신고를 하지 않거나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으면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리 신고 규정은 권고사항 수준에 그친다. 

이번 사건 경우는 조금은 복잡하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두 명의 아이는 구속된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사실혼 관계일 뿐 여성의 전남편은 법적으로 다른 사람이였다.  

여성은 올해 3월 버려진 신생아가 태어난 뒤에야 전남편과 법적 이혼 절차를 밟았다. 

행정시는 출생신고를 못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법 때문이라고 했다. 법률상 이혼을 했더라도 30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지금 남성이 아닌 전 남편 아이로 추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법 제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할 것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할 것 등이 명시됐다.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행정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두 명의 아이들에게 '사회보장번호'를 임시 발급해주는 방법이 전부다. 그렇지만 두 명의 아이는 여전히 출생신고가 없는 유령이다. 

여성은 자신과 함께 구속된 남성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고 시도했었다. 흔적은 문서로 남아있다.  

바로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올해 3월 제기했다. 혼인 관계 중 태어난 아이가 현재 남편과 다를 때 둘 사이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나 여성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도주를 택했다. 소송은 자동 소멸됐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청 최재호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신생아를 방임한 부모의 죄도 문제지만, 여러 사유로 출생신고를 못 하게 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제도적인 문제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검찰청은 구속된 둘 사이에서 2019년 태어난 첫째 아이를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올해 11월22일 여성을 기소했다. 무책임한 부모는 경찰에 구속된 사안과는 별도로 첫 번째 법의 심판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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